과월호 보기 이제윤 집사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그동안 신앙생활을 하면서 큐티를 하지 않은 기간이 20여 년은 된 듯하다. 대학부와 청년부 시절까지는 꾸준히 했는데, 직장 생활을 하면서 바쁘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큐티와는 담을 쌓고 살았다.
12년 전, 믿음의 아내를 만났지만 그 이후에도 큐티는 하지 못했다. 이를 보다 못한 아내가 <날마다 솟는 샘물>을 매월 사다 줬지만 책장에 진열되는 장식품에 불과했다.
그러다 큰마음 먹고 시작하게 된 제자훈련. 이제는 빼도 박도 못하게 큐티를 필수적으로 해야 했기에 매우 부담이 됐다. 한편으로는 오랜만에 직접 사는 큐티 책을 보며 감개무량하기도 했다. 적응은 잘 안 됐지만 열심히 묵상하고 말씀을 파고들었던 대학부와 청년부 시절을 기억하려고 애썼고, 조금씩 그때 받은 은혜들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어렵고 특별하게 느껴지던 큐티가 차츰 평범한 일상이 됐다.
제자훈련 시작과 동시에 큐티 책을 펼치는 순간, 아내가 가장 먼저 놀랐다. 매일 밤, 잠자리에 들기 전에 큐티를 하는 내 모습에 아내의 입가에 미소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큐티를 하면서 그냥 성경을 읽는 것과는 또 다른 은혜를 발견하기 시작했다. 삶에 새로운 것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주님의 자녀로 하루를 잘 살았는지, 세상에서 승리하며 살았는지 등 말씀 가운데 하루의 삶을 차분히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됐다. 평소에는 집에 들어와 TV 드라마 시청에만 집중했고, 끝나면 잠자기 바빴던 모습이었는데….
그리고 큐티를 하면서 받은 은혜가 내일을 살아가는 힘이 되기 시작했다. 주일설교를 통해 얻은 은혜가 일주일의 힘이 되듯이, 매일매일 받은 묵상의 은혜는 그다음 날의 힘이 됐다. 그러다 보니 제자훈련 숙제인 ‘훈련 큐티’(성경을 읽고 직접 질문을 만들며 내용관찰, 연구와 묵상, 느낀 점, 결단과 적용 등을 하는 것) 실력도 나날이 성장하는 것을 느꼈다. 담당 목사님도 “이 집사님! 요즘 집사님이 제출한 훈련 큐티를 읽으면 제자훈련 초기에 제출했던 것보다 엄청나게 발전하신 게 보입니다”라고 칭찬해 주셨다.
그렇게 큐티는 내 신앙생활에 또 다른 활력소가 됐고, 앞으로 남은 일생에 길잡이가 되리라 굳게 믿는다. 그리고 나에게 더 큰 꿈을 꾸게 할 것이라 확신한다. 내 신앙을 업그레이드시켜 준 가장 큰 스승은 큐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