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2015년 06월

바울, 복음의 검으로 정복하다!

과월호 보기 이문범 교수 (사랑누리교회, 총신대학원 성지연구소)

성령께서 인도하신 드로아(행 16:8)
알렉산더 대왕의 원정길을 따라 사도 바울이 2차 전도여행을 시작한다. 바울은 자신의 고향 다소를 지나 가장 번성했던 아시아의 남서쪽으로 가려고 했다. 그러나 성령님은 이를 허락하지 않으셨다. 그래서 반대로 북동쪽 비두니아로 가려 했지만 ‘예수의 영’이 이마저 허락하지 않았다. 무시아를 지나 이제는 막다른 길, 드로아 앞바다로 내려갔다.
가고자 하는 길마다 그곳이 아니라는 말을 들은 바울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성령님은 끝내 그를 드로아 바다 앞까지 데리고 가신 것이다. 사방이 막혔다고 생각한 바로 그때! 기적처럼 하늘이 열렸다. 환상 중에 바다 건너 마게도냐 사람이 손짓하며 말하는 것이 아닌가? “이리 건너와 우리를 도와주시오!”
한국인으로서 처음 성경을 번역한 이수정씨도 캐나다에 편지를 보내 “조선으로 건너와서 우리를 도우라!”고 부탁했다. 이 편지에 감동을 받은 맥켄지(1861~1895)는 조선으로 건너와 우리나라의 첫 번째 교회인 소래교회에서 사역을 하다가 순교했다.
드로아의 환상은 바울만의 것이 아니었다. 그 환상은 마게도냐 사람들을 위한 환상이었을 뿐 아니라 우리 민족을 위한 환상이었다.

 

아름다운 빌립보(행 16:12)
바울은 먼 길을 돌아 유럽 마게도냐의 옛 수도인 빌립보에 들어섰다. 바울이 도착한 네압볼리라는 항구에서 산지와 언덕을 넘어 내려가는 곳에서는 지금도 로마 시대의 에그나티아 길(Via Egnatia)이 선명하게 보인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는 말이 실감나는 풍경이다. 바울은 이 에그나티아 길을 따라 알렉산더 대왕의 고향이자, 마게도냐의 고대 수도인 빌립보에 들어선 것이다.
서쪽으로는 눈 덮인 팡게오 산이 보인다. 알렉산더 대왕의 아버지 빌립 왕은 이 산에서 나오는 금으로 부자가 됐고, 자신의 이름을 따라 빌립보를 세웠다. 빌립보에 들어서는 순간 바울은 쿵쾅거리는 가슴을 붙잡고, 이렇게 다짐했으리라.
‘알렉산더여, 당신은 칼과 창으로 세계를 정복했지만, 나는 복음의 검으로 당신의 고향과 유럽을 정복하리라!’
그러나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빌립보는 아우구스투스가 가이사를 죽인 브루투스의 군대를 쳐부수고 황제가 된 기념비적인 장소였다. 그래서 그곳은 주로 로마의 퇴역 군인이 거주하는 로마 직할 도시였고, 유대인 회당이 없었다. 바울은 할 수 없이 강가에 나가 안식일 예배를 드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환경을 뛰어넘은 예상치 못한 만남 속에서 주님께서 역사하셨다. 성령님께서 자색 옷감 장수 루디아의 마음을 여신 것이다. 그녀는 곧 자신의 집을 교회로 사용했고, 이것이 유럽 최초의 교회가 됐다. 지금도 변함없이 강가에 세워진 빨간 지붕의 아름다운 교회를 보면 은혜 받고 헌신한 루디아의 마음을 보는 것만 같다.

 

기쁨의 발원지, 빌립보
동쪽 아고라로 들어서면 북쪽 언덕에 돌로 쌓은 감옥 터가 보인다. 바울과 실라는 귀신 들린 여인의 병을 고쳐 줬다가 고발을 당해 무고한 고난을 받았다. 그러나 위기 또한 기회로 바꾸시는 하나님! 그들이 기도하고 찬송하자, 지진이 나서 옥문이 열렸다. 옥을 지키던 간수는 바울과 실라가 전한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받으리라!”(행 16:31)는 복음을 듣고 두 번째로 빌립보 교인이 됐다.
채찍의 아픔과 억울함 가운데 세워진 빌립보교회는 바울에게 가장 큰 기쁨을 주기도 했다. 하나님의 역사가 일어나는 곳에 참 기쁨이 있다는 놀라운 메시지를 묵상하며 다음 장소로 발걸음을 옮겨 보자.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