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이문범 교수 (사랑누리교회, 총신대학원 성지연구소)
안디바드리, 옛 아벡
승리의 함성이 충격적 죽음으로 바뀐 땅, 바로 안디바드리다. 안디바드리의 옛 이름은 아벡으로, 이곳은 해변 길에서 가장 중요한 교통의 요충지였다. 오늘날 ‘로쉬 하아인(샘의 근원)’이라 불리는 지명에서도 알 수 있듯, 얄곤 강이 이 지역에서 흘러나와 지중해로 흐른다. 그러므로 해변 길을 가는 이들은 강을 건너기 힘들기 때문에 여기까지 거슬러 올라와 통과해야 했다. 블레셋이 교통의 요충지인 아벡을 차지하고, 북방 정복을 꾀하고자 했던 데는 다 이와 같은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사무엘 시대에 이스라엘은 아벡에서 블레셋과 전쟁을 했다. 1차에서 패한 이스라엘 군대는 실로 성전에서 언약궤를 가져온다. “와아아아아!!!” 언약궤가 도착하자 자연스럽게 터져 나오는 승리의 함성! 그러나 얼마 후 그들은 참패하고 언약궤까지 뺏겼다. 그리고 그 소식을 전해 들은 제사장이자 사사였던 엘리는 놀라 뒤로 자빠져 “억!!!” 하고 죽고 만다.
블레셋에게 빼앗긴 언약궤는 해변 길을 따라 남쪽으로 이동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이스라엘로 돌아왔다. 다윗은 언약궤를 예루살렘에 안치시켰다. 언약궤가 이동하면서 이스라엘의 중심은 실로 성전이 위치한 에브라임 지파에서 예루살렘의 유다 지파로 움직였다.
복음의 시발점, 안디바드리(행 23:31)
아벡은 신약시대에 ‘안디바드리’로 불린다. 헤롯 왕이 아벡을 재건하고 자신의 아버지 안티파테르의 이름을 따라 ‘안디바드리’라 부른 것이다. 복음 전도자 바울이 예루살렘에서 끌려와 도착한 곳이 바로 이곳이다. 그리고 얼마 후 그는 로마로 이송된다. 바울의 이동과 함께 또 한 번 복음의 중심 이동이 일어나는데, 그 역사적 시발점이 바로 안디바드리였다.
실로의 이스라엘이 은혜를 잊고 타락했을 때, 하나님께서는 언약궤를 예루살렘으로 옮기셨다. 그리고 예루살렘의 백성이 복음의 능력을 상실했을 때 복음의 중심은 바울을 통해 로마로 옮겨졌다. 이곳 안디바드리에 서서 믿음의 사람들을 따라 움직인 언약궤와 촛대를 묵상해본다.
안디바드리에서 로마로(행 28:16)
압비오 가도(아피아 가도)를 쭉 따라 걷다가 그 끝의 쿼바디스 교회를 통하면 로마로 들어설 수 있다. 북쪽으로 3km 지점에 이르자 유명한 콜로세움이 보인다. 이 원형경기장은 주후 70년, 예루살렘 멸망 당시 그곳에서 잡아온 포로들을 동원해 만들었다. 콜로세움의 서쪽에는 콘스탄틴 대제가 세운 개선문이 있다. 조금 더 가면 로마 문명의 중심지인 로마포룸(광장)으로 들어선다. 500m 정도 떨어진 서쪽에 바울과 베드로가 머물렀던 감옥 모양의 집이 있다. 그런데 그곳에서 또 하나의 개선문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티토의 개선문이다. 개선문 안쪽에 새겨진 조각을 보니 온몸에 전율이 흐른다. 주후 82년경에 만들어진 개선문에는 티토가 예루살렘을 멸망시키고 안디바드리를 거쳐 가져온 성전의 촛대 조각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수많은 전쟁과 우여곡절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외부에 노출돼 있는 개선문 조각이 이렇게 건재하고 선명하다는 것이 정말 놀라웠다. 그리고 내 눈앞에 보이는 하나의 성경구절을 본다. 마치 티토의 개선문이 우리를 향해 외치는 것 같은 이 구절을 기억하자.
“그러므로 어디서 떨어진 것을
생각하고 회개하여 처음 행위를 가지라
만일 그리하지 아니하고 회개하지 아니하면
내가 네게 가서 네 촛대를
그 자리에서 옮기리라”(계 2:5)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