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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6월

유다의 교만을 연단할 땅, 유브라데

과월호 보기 이문범 교수 (사랑누리교회, 총신대학원 성지연구소)

광야의 오아시스 엔 파랏 

이스라엘의 여름은 건기라서 비가 내리지 않는다. 오히려 구름 한 점 없다. 그러다 보니 우기인 겨울이 지나자마자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든다. 그러나 시냇가에 심긴 나무는 상황이 다르다. 충분한 수분을 공급받기 때문에, 구름 한 점 없는 여름의 넉넉한 일조량으로 최고의 당도를 지닌 열매를 맺는다. 이스라엘에서 일 년 내내 물이 흐르는 강은 요단강뿐이다. 다른 시내는 대부분 물이 바닥으로 스며들어 건천이 된다. 이는 ‘와디’라고 불리는데, 고대부터 물이 땅에 스미지 못하게 수로를 만들고 물을 모아 사용했다.

시편 1편에 언급한 ‘시냇가’라는 ‘펠렉’(peleg)은 수로라는 뜻이다. 수로 주변에도 당연히 무성한 나무가 자란다. 이런 나무를 가장 사실적으로 볼 수 있는 곳은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내려오는 길에 있는 와디 킬트의 파랏 샘, ‘엔 파랏’이다. 

엔 파랏은 예루살렘에서 10km, 예레미야의 고향인 아나돗에서 4.2km 떨어진 곳에 있다. 예루살렘에서 동쪽 여리고로 내려가는 길에 위치한 엔 파랏은 나그네의 오아시스 역할을 했다. 이곳에 내려가는 길은 사방이 메마른 광야이며, 가파른 경사길이어서 차를 타고 가는 사람들을 긴장시킨다. 

그러나 시편 1편의 배경이 되는 엔 파랏에 도착하면 그동안의 불안과 메마름이 사라진다. 광야의 오아시스가 그린 아름다운 낙원을 직접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수천년 전부터 흐르는 물 옆에는 수도원이 있고, 물을 모아 놓은 곳에는 고대 건물이 위치한 흔적이 있다. 헤롯은 이 샘물을 끌어들여 신 여리고궁전을 만들었다.


이스라엘의 유브라데

하나님께서는 예레미야에게 유브라데로 가라고 명하신다(렘 13:4, 6). 메소보다미아의 유브라데강까지는 왕복 1,100km나 되는 거리로, 하루에 20~30km를 걸어도 40~50일이 걸린다. 이런 거리를 두 번이나 가라고 명하신 것이다. 이는 바벨론이 유브라데강 방향에서 진군해 온다는 사실을 떠올릴 때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명령이었다. 

그러나 예레미야의 고향 가까운 곳에 유브라데라 불리는 마을이 있었다. 여호수아 18장 23절에 나오는 베냐민 지파의 땅 ‘바라’가 히브리어 ‘파라’로 ‘엔 파랏’이 있는 곳이다. 대부분의 현대 학자들은 유브라데라 부르는 ‘바라’의 샘이 예레미야가 간 곳이라고 여긴다.


유다의 교만을 연단하시는 하나님

하나님께서는 예레미야에게 엔 파랏으로 가라고 하시며, 앞으로 유다가 멸망하고 포로로 잡혀갈 곳이 바벨론의 유브라데지역이라고 알리신다. 

‘샘’(spring)은 히브리어로 ‘아인’인데, 이는 ‘눈’(eye)이라는 히브리어와 동음이의어다. 하나님께서는 허리띠 비유를 통해 유다 백성의 눈이 바뀌길 원하셨다. 하지만 그들은 선민사상과 성전 불멸 사상으로 죄악을 저지르고 끝내 돌이키지 않았다.

에덴동산에서 흘러나왔던 유브라데는 하나님의 약속의 자녀에게 주신 축복의 땅이었다. 그러나 교만한 유다에게 유브라데는 연단의 땅이었다. 결국 유브라데는 믿음의 눈으로 변화된 사람만이 누리는 은혜의 땅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