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이문범 교수 (사랑누리교회, 총신대학원 성지연구소)
이스라엘의 최고 온천, 가다라 온천
갈릴리에 오면 자주 가는 숙소 중 하나가 갈릴리바다 남쪽에 위치한 마아간 키부츠다. 과거 가다라 항구 근처였던 마아간(Maagan) 키부츠에 숙소를 잡고, 추위로 움츠러든 몸을 풀기 위해 이스라엘과 요르단의 국경 도시인 하맛가델이라는 이스라엘의 최고 온천으로 향했다.
동쪽 골란고원으로 오르는 야르묵강 길을 따라 8km쯤 이르니, 남동쪽 3.4km 봉우리에 데가볼리 지방의 도시였던 가다라 봉우리가 보인다. 예수님께서 군대 귀신 들린 자를 고치실 때 거라사인 지방에 이르렀다고 하셨는데(막 5:1; 눅 8:26), 마태는 그곳을 가다라인 지방이라 지칭했다(마 8:28).
예수님의 가장 긴 여행 거리
예수님께서 갈릴리호수로 내려오시는 모습이 연상된다. 마태는 그 경로를 기록하지 않았지만, 마가는 “예수께서 다시 두로 지방에서 나와 시돈을 지나고 데가볼리 지방을 통과하여 갈릴리호수에 이르시매”(막 7:31)라고 기록했다. 간단한 언급처럼 보이지만 위 지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현대 도로를 따라가도 260km가 넘는 긴 여행이었다.
예수님의 일행이 갈릴리호수에 이를 때 가다라 쪽에서 왔으리라고 추측하는 이유는, 야르묵강이 내려오며 비옥한 땅을 이루는 갈릴리 남동쪽 평지가 베레아 길로 갈 수 있는 시작점이자, 데가볼리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칠병이어 사건 때 남자만 4천 명이 충분히 모일 수 있었던 것도 이곳이 교통의 요지였기 때문이다. 또한 전에 군대 귀신 들렸다 고침받은 사람이 데가볼리 지방에서 예수님을 전했다(막 5:20). 그래서 데가볼리 지방 사람들이 예수님을 만나러 많이 나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데가볼리에서 행한 ‘에바다’의 기적
하맛가델에 들어서 온천장을 돌아보고 야르묵강 쪽을 바라보는데, 고대 로마의 온천 유적이 남아 있다. 고급스럽게 지어진 로마 시대 온천은 지금도 끊임없이 솟아나 수천 년이 지나도 온천장을 넘치게 채운다.
온천수는 귀먹고 말 더듬는 장애인을 고치지 못했지만 예수님께서는 이 지역에서 “에바다”라고 선포하시며 그를 고치셨다(막 7:34). ‘에바다’는 아람어지만 어근은 히브리어와 같다. ‘파타흐’에서 나온 단어로 ‘열다’라는 뜻이다. 이곳에서 주님은 귀먹고 말 더듬는 사람의 귀와 입을 열어 주셨다. 이방인의 땅 데가볼리에 복음의 문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이방인을 위한 생명의 떡
예수님께서는 데가볼리에서 칠병이어 기적을 일으키셨다. 오병이어가 유대인을 대상으로 한 기적이었다면, 칠병이어는 이방인에게도 생명의 떡이 되심을 몸으로 선언하신 사건이다. 예수님께서는 유대인의 땅에서 각종 병든 자를 고치셨듯이, 이방인의 땅에서도 똑같이 그 사역을 행하셨다.
칠병이어 기적 이후 몇 년 지나지 않아 사울이 다메섹으로 가려고 골란고원의 길을 올랐다. 3년 후 광주리에 태워 다메섹 문에서 내려진 사울은 칠병이어 기적이 있었던 이 길로 다시 내려와 예루살렘으로 향한다. 이제 예수님에 이어 스데반 집사와 사도 바울이 했던 생명의 떡을 나누는 광주리 사역을 우리가 이어갈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