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2019년 02월

군대 귀신이 몰살된 거라사 지방

과월호 보기 이문범 교수 (사랑누리교회, 총신대학원 성지연구소)

귀신 들린 자가 살던 거라사 지방
갈릴리 동쪽 골란고원 쪽으로 무지개가 드리운 바다의 배 위에 섰다. 북쪽에는 가버나움이 있고, 동쪽에는 데가볼리 혹은 거라사 지방이라고 불리는 바산 혹은 골란고원이 있다(막 5:1, 20).
나는 가버나움에 배를 댄 후 동남쪽으로 16km를 달려 거라사 지방 ‘군대 귀신 들린 자 기념 교회’가 발견된 쿠르시(Kursi)라는 국립 공원에 도착했다. 아름다운 꽃이 만발한 교회 주변과 초대 교회의 유적은 마음을 온화하게 했다. 기념 교회 뒤, 가파른 경사지에는 골란고원으로 올라가는 길이 보이고, 그 중턱에 군대 귀신 들린 자가 있던 무덤을 기념한 장소가 보인다.


이방인들이 돼지를 키우던 거라사
어둠이 드리우기 시작할 무렵, 예수님께서는 거라사 지방에 도착하셨다. 무덤에서 갑자기 귀신 들린 자가 뛰쳐나왔을 때 예수님께서는 이 상황을 예측하셨을지 모르지만 제자들은 몹시 당황했을 것이다.
귀신 들린 자는 예수님을 알아보고 이렇게 외쳤다.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여!”(막 5:7) 그리고 자신을 괴롭게 말라고 부탁하며, 예수님의 물음에 자신의 이름을 ‘군대’라고 답했다. 당시 로마 군대는 6천 명 정도 규모였으니 한 사람 안에 수많은 귀신이 들어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예수님께서는 그의 부탁에 따라 군대 귀신을 돼지 떼에게 보내셨다.
유대인들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기 때문에 돼지를 키우지 않는다. 그런데 왜 돼지 떼가 있었을까? 거라사 지방은 열 개(데카)의 도시(폴리스)라는 뜻의 ‘데가볼리’라 불렸다. 주전 64년 로마의 폼페이 장군이 유대를 정복하면서 유대를 분열시킬 목적으로 도시를 만들고 이방인들을 거주시켰는데, 이 이방인들이 돼지를 키워 제사용으로 사용했다. 갈릴리바다 기준으로 건너편은 이방인의 땅이었고, 그곳에서 돼지가 키워졌다.


한 사람과 맞바꾼 돼지 2천 마리
눈부신 햇살 사이로 돼지 떼 2천 마리가 보이는 듯하다. 귀신들이 돼지 떼에 들어가자 돼지들이 갈릴리바다로 뛰어들어 몰살했다. 그런데 이 돼지들은 왜 내달았을까? 미쳤기 때문이다.
돼지의 몰살은 이방인의 제물이 없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돼지의 미침은 미친 자가 못할 일이 없다는 점을 보여 주기도 한다. 그렇다면 전능하신 하나님의 영, 성령을 받은 자가 못할 일은 과연 무엇이겠는가?
돼지 2천 마리가 죽은 덕에 군대 귀신 들렸던 자는 정신이 온전하게 됐다. 주변 사람들은 이 일을 보고 놀랐다. 그리고 한 사람을 고치는 데 2천 마리의 돼지가 죽었으니, 또 다른 귀신 들린 자들로 인해 모든 돼지가 죽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래서 그들은 예수님께 떠나 주시기를 간청했다. 한 사람을 천하보다 귀하게 생각하신 예수님과 세상 욕심에 가득 찬 사람들이 생명을 대하는 태도는 이렇게 달랐다.


구원받은 자가 해야 할 일
거라사교회 남쪽 언덕에 섰다. 달려오는 돼지들, 갈릴리바다에 떠 있는 돼지 사체들, 그리고 그 주변에서 웅성거리며 주님을 거부하는 거라사 사람들. 예수님께서는 그들 가운데 초라하게 무릎 꿇은 한 사람을 주목하셨다. 그리고 그와 내게 말씀하셨다.
“집으로 돌아가 주께서 네게 어떻게 큰일을 행하사 너를 불쌍히 여기신 것을 네 가족에게 알리라”(막 5:19).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