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이문범 교수 (사랑누리교회, 총신대학원 성지연구소)
가난한 자들이 모인 빈민촌
성경에는 두 곳의 베다니가 나온다. 예루살렘의 감람산 동쪽에 나사로와 마리아, 마르다가 살았던 베다니(요 11:1)와 그곳에서 동쪽으로 31km 떨어진 곳에 세례 요한이 세례를 베풀던 요단강 베다니가 있다(요 1:28). ‘베다니’는 ‘집’이라는 ‘벧’과 ‘가난한 자’라는 ‘아니’를 합친 이름으로 ‘빈민촌’을 뜻한다. 예수님께서는 가난한 자들이 모인 곳에 찾아 오셨다.
이스라엘과 요르단의 국경
요단강 베다니는 이스라엘 건너편의 요단강 동쪽에 위치한다. 여기에는 엘리야가 승천한 장소로 여겨지는 곳을 비롯해, 비잔틴 시대에 세례 요한을 기념해 세운 교회 유적들이 있다. 현재 요단강은 흙탕물이 흐르는 작은 시내로 변했는데, 이는 강물 대부분이 상수원으로 사용돼 사해, 즉 염해로 흘러가는 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요단강은 이스라엘과 요르단의 국경이다. 자칫 발을 헛디디면 국경을 넘어 곤경을 겪기도 한다.
엘리야의 승천과 엘리사의 영감
요단 동편 길르앗 산지의 디셉 사람 엘리야는 그의 생애를 요단 동편에서 시작하고 끝 맺는다. 엘리야가 승천한 베다니 주변은 지금도 회오리바람이 자주 일어나는데, 당시에는 더 강력한 바람이 일어났을 것이다.
끝까지 엘리야를 따랐던 엘리사는 마지막에 장자에게 주는 축복인 갑절의 영감을 요구했다. 갑절의 영감이 주어진 엘리사는 요단강을 가르고 가나안에 입성했다. 이는 예수님께서 요단에서 세례를 받으신 후 물로 포도주를 만드신 첫 이적과 맥을 같이 한다. 이후 엘리야가 사역한 곳에서 세례 요한이 사역했다. 엘리야와 요한은 지리적, 성경적으로 깊은 관계를 맺는다. 즉, 엘리야가 엘리사를 준비하고, 세례 요한이 예수님을 준비한 셈이다(마 11:14).
여호수아가 가나안으로 입성한 곳
예수님께서 세례받으신 곳은 여호수아와 엘리사가 가나안으로 입성했던 장소다. 예수님과 여호수아, 엘리사는 ‘여호와는 구원이시다’ 혹은 ‘나의 하나님은 구원이시다’라는 뜻이다. ‘구원’이라는 뜻을 가진 사람들이 사역하던 곳에 구원자이신 예수님께서 오셨다.
예수님께서 세례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실 때, 하늘이 갈라지며 성령이 임하셨다. 여호수아는 보이는 물을 갈랐지만, 예수님께서는 하늘을 가르시며 여호수아의 그림자 사건을 성취하셨다. 여호수아의 가나안 입성 때 선두에 섰던 언약궤에는 십계명이 새겨진 돌판이 들어 있었다(수 4:1~11).
그런데 이제는 말씀이신 예수님께서 요단강에 서 계신다(요 1:1). 말씀이신 예수님께서 요단강에 계실 때, 여호수아 시대에 요단강이 갈라졌던 것처럼 진정한 하늘의 문이 열렸다. 이곳에서 삼위일체 하나님의 만남이 이뤄졌다(마 3:16~17).
예수님께서 요단강에서 세례를 받으신 사건은 예수님의 사역에 대한 요약이다. 구약에서 가나안 입성은 천국에 들어가는 것의 예표였지만, 예수님께서는 실제로 천국의 문을 여셨다. 요단강에서 예수님만이 천국에 들어가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시며, 구원의 시작이심이 선포된 것이다. 베다니는, 구약과 신약 모두 여호와께서 구원자 되심을 알려 주는 소중한 장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