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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4월

네게브, ‘남방의 영성’을 노래하다(시 126편)

과월호 보기 이문범 교수 (사랑누리교회, 총신대학원 성지연구소)

이스라엘의 남방, 네게브

아브라함이 살았던 브엘세바 전망대에 서자, 주변 들판과 남방 시내가 보이며 자연스레 시편 126편이 그려진다. 시편 126편에는 ‘네게브’(‘남방’이란 뜻)의 특징이 잘 드러나 있다.

성경에서 네게브는 제한된 의미로, 유다 산지와 광야 사이 모래시계 모양의 분지를 가리킨다. 연평균 강수량이 250mm 이하면 사막이 되고 그 이상이면 농지가 되는데, 네게브는 이 사이를 오간다. 이런 환경은 그 땅을 초지로는 만들지만, 숲을 만들지는 못한다. 큰비가 내리면 ‘와디’(wadi)로 모여 해저 400m인 사해로 급하게 흘러간다.

넓은 와디는 물이 없고 모래로 된 바닥이 많아, 산지에 비가 내려 밤새 물이 밀려오면 무서운 속도로 와디를 쓸어 간다. 그래서 팔레스타인지역에서는 아무리 힘들어도 꼭 반석 위에 집을 지어야 한다. 예수님께서는 이런 특징을 아시기에, 말씀을 듣고 지키는 사람은 그 집을 반석 위에 지은 사람과 같다고 하셨다(참조 마 7:24~25).


남방의 시내들같이 돌려보내소서!

시인이 ‘남방 시내들’(4절)을 언급한 것을 볼 때, 그는 남방(네게브) 출신인 듯하다. 유다 백성은 주전 586년 유다가 망하면서 바벨론에 포로로 끌려가, 70년을 이방 땅에서 믿음을 지키며 살았다. 이후 바사 제국(페르시아)의 황제 고레스가 종교의 자유를 선포하고 각 나라로 돌아가는 것을 허락할 때 그들은 꿈꾸는 것같이 기뻐했다(1절).

남방의 시내는 현재도 비가 오면 물이 가득 차 빠르게 흘러가는데, 이 모습을 기억하던 포로들은 고향 남방의 시내에 은혜의 비가 내려 물이 세차게 흐르듯, 자신들을 ‘빨리’ 고향으로 보내 주시길 구했다(4절).


눈물로 뿌린 씨, 기쁨으로 거두리라!

남방의 브엘세바에서 농사를 짓던 이삭은 가뭄이 오자, 애굽으로 내려가려 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네게브에 그대로 머물러 있으라고 말씀하셨다. 이집트로 내려가지 말라는 하나님의 말씀은 이삭에게 대단한 모험이었다. 겨울에 비가 오지 않으면 몰살할 위기에 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삭은 그해 하나님께서 비를 주실 것을 확신하고, 가장 넓은 들에 모든 씨앗을 뿌려 100배의 소출을 거뒀다. 

강우가 불확실하고 물이 충분하지 못한 남방 지역은 바벨론 포로기의 상황과 유사했다. 그래서 남방 출신의 포로들은 이삭의 사건을 기억하며, 하나님께서 비만 내려 주시면 100배를 수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그들은 이런 소망을 품고 매년 눈물로 믿음의 씨앗을 뿌리며 신앙을 지켰다. 그리고 마침내 기쁨으로 노래하며(5~6절), 믿음의 단을 갖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네게브 영성, 하나님만 의지하다

네게브는 하나님께서 비를 내려 주시면 100배를 수확하고, 비를 안 내려 주시면 수확량이 0인 땅이다. 이곳에서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과 이삭, 야곱을 훈련하셨다.

네게브는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을 탄생시켰고, 주님께 순종하며 살아간 이삭을 낳았다. 하나님의 복에 대한 야곱의 끈질긴 열망 또한 네게브에서 나왔다. 그리고 이런 남방의 영성이 포로기의 유다 백성에게도 전수돼 시편 126편을 낳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