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이문범 교수 (사랑누리교회, 총신대학원 성지연구소)
복음을 듣고도 회개하지 않은 도시
갈릴리 가버나움 북쪽으로 3.8km를 오르면 고라신이 나온다. 가버나움이 해발 205m이고 고라신이 70m이니 275m를 오르는 길이다. 급경사로 인해 동쪽으로는 8km, 서쪽으로는 10km를 가야 도착할 수 있는 외진 장소다. 서쪽으로 돌아 고라신에 오르니 저주받은 도시처럼 언덕 위에 검은 돌무더기가 가득하다.
고라신은 예수님께서 복음을 가장 많이 전하셨지만, 회개하지 않은 세 고을 중 첫 번째로 언급되는 도시다. 예수님께서는 가버나움에서 두로와 시돈으로 향하는 길에 있는 고라신에서 자주 복음을 전하셨다. 그래서 그들에게 전한 복음을 두로와 시돈에 전했다면 회개하고도 남았을 것이라고 말씀하신다(마 11:20~22). 현재는 코라짐(Korazim) 국립 공원에 2천 년 전 고라신 마을의 모습이 원형에 가깝게 복원돼 있다.
예수님의 저주 후, 심판받은 고라신
입구에 들어서자 큰 나무 그늘과 함께, 마치 귀가 짧은 토끼처럼 생긴 사반(coney) 가족이 검은 돌무더기 위에서 손님을 맞는다. 사반은 되새김은 하지만 쪽발이 없어 부정한 짐승임에도, 잠언에는 사반이 땅에서 작고 지혜로운 짐승이라고 묘사되기도 했다.
입구 오른쪽에는 독특한 아치형 구조의 집이 보이고 그 아래로는 미크베라는 정결탕이 있다. 정결탕은 물을 깨끗하게 보호하기 위해 긴 현무암으로 덮여 있다. 거룩을 중요하게 여겼던 유대인은 정결탕을 거쳐 회당에 들어갔기에, 정결탕이 있다는 것은 곧 회당이 있다는 표시이다. 예상대로 남쪽으로 잠깐 내려가니 회당이 있다.
회당에 들어서면 문의 왼쪽에는 언약궤의 한쪽 면을 형상화한 조각품이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회당을 만드는데 이바지한 ‘이스마엘의 아들, 유단’(여호와의 심판)이라는 이름이 기록된 일명 ‘모세의 자리’가 있다.
그의 이름대로 예수님의 저주 후, 고라신은 심판을 당했고 검은 돌무더기만 남은 마을이 됐다. 예수님께서는 존귀한 사람의 자리로 삼았던 ‘모세의 자리’에 바리새인과 서기관이 앉았다고 책망하셨다(마 23:2).
아치형의 주거지와 회당
회당에서 나오면 서쪽으로 작은 능선이 있고 아치형으로 만든 주거지가 있다. 이곳은 맷돌이 있는 방앗간과 현무암의 특성을 사용해 집을 길쭉하게 만든 아치형 집 구조를 잘 볼 수 있는 곳이다. 아치형 집에는 ‘기름 짜는 방’이라는 히브리어 표지가 있다.
마을 끝에는 ‘현무암의 땅’이라는 표지판과 갈릴리의 지질도, 이곳이 사반의 집단 서식지라는 표지가 있다. 갈릴리바다 주변은 주로 현무암인데 서쪽 아르벨산에는 석회암이 있다. 그로 인해 가버나움 회당은 검은 현무암 바닥에 흰 석회암 회당을 지었는데, 고라신은 그것을 사용할 여력이 없었던 것 같다.
유대인이 관리하는 국립 공원에는 예수님에 대한 기록이 하나도 없다. 그런데 그곳을 방문하는 대부분은 그리스도인이다. 이스라엘에서는 유대인의 방문을 독려하고자 새로운 시설들을 만들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예수님과 유대인의 관심 방향은 너무 다르다. 저주받은 도시의 습관을 반복하는 이 장소의 모습을 보니 씁쓸한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