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이문범 교수 (사랑누리교회, 총신대학원 성지연구소)
아름다운 교통의 요지, 아벡
이스라엘 텔아비브 국제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국립 공원은 15km 거리에 있는 텔 아벡이다. 아벡은 예루살렘 북서쪽 60km에 있고, 남쪽에서 올라오던 두 개의 해변 길이 하나가 되는 지점이다.
이곳부터 흘러내리는 야르콘강이 해변 길을 막아, 동쪽의 사마리아산지와 야르콘강 근원에서 병목 현상을 만들어 남쪽 해변의 두 갈래 길이 하나가 된다. 이런 면에서 아벡은 해변 길 중 최고로 중요한 교통의 요지 중 하나다.
아벡을 기준으로 북쪽은 사론평야이고, 남쪽은 블레셋평야다. 이런 지리적인 요인 때문에 주전 3천 년 전에 이미 요새가 세워진 바 있다.
언약궤를 뺏긴 역사적인 장소
블레셋은 자신을 영토를 확장하기 위해 북진을 결정하고, 교통의 요지였던 아벡에서 이스라엘과 전쟁했다(삼상 4:1). 만약 이스라엘이 아벡을 잃으면 북쪽 길과 영토를 다 내 줘야 했다. 이스라엘은 치열한 1차 전쟁에서 패한 후, 2차 전쟁에서 홉니와 비느하스 제사장이 실로에 있던 언약궤까지 가져와 싸운다. 하지만 전쟁에 패하고 언약궤까지 블레셋에 빼앗기고 만다.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언약궤를 승리의 부적 정도로 생각했다. 이런 이스라엘의 신앙을 거절하신 하나님께서는 언약궤가 있던 실로를 떠나 남쪽으로 향하셨다.
언약궤는 결국 벧세메스와 기럇여아림을 거쳐, 하나님을 영광의 왕으로 인정한 다윗의 성 예루살렘으로 옮겨졌다. 에브라임 지파의 땅 실로에 있던 언약궤가 다윗이 있던 유다 지파로 옮겨짐으로써, 이스라엘 힘의 중심이 에브라임에서 유다로 옮겨졌다.
이스라엘 힘의 중심이 이동하다
신약 시대 헤롯왕은 이곳에 성을 재건하고 아버지의 이름을 따라 안디바드리(Antipatris)라 불렀다. 3차 전도여행 후 바울은 예루살렘에서 잡혀 안디바드리를 지나 가이사랴로 갔다가 로마로 향했다(참조 행 23:31). 블레셋이 언약궤를 빼앗아 에브라임에서 유다로 중심이 이동했듯이, 복음에 가장 열정적이던 바울의 이동은 예수님의 복음 중심의 이동이었다.
이후 로마의 티투스 군대는 예루살렘에서 탈취한 촛대를 갖고 이곳을 지나 로마로 향했다. 그 촛대 모양은 지금도 로마 포룸의 티투스 장군 개선문에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요한계시록 2장에서는 하나님께서 첫사랑을 잃은 에베소교회를 향해 교회로 상징되는 촛대를 옮기겠다고 경고하셨다. 하나님께서는 말씀을 지키지 못한 백성을 떠나 중심을 옮기곤 하신다. 하나님께서 언제든 중심을 옮기실 수 있다는 사실 앞에 두렴과 떨림으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아벡성 남쪽에는 아직도 2천 년 전의 해변 길이 남아 있다. 이 길 남쪽은 언약궤를 빼앗긴 길이요, 다윗이 회군한 길이다. 베드로가 이방인 고넬료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욥바에서 북쪽 가이사랴로 가던 길이요, 바울과 빌립 등 여러 전도자가 이곳을 거쳐 국제 항구 가이사랴를 떠나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러 갔다. 아벡을 거쳐 간 많은 사람이 세계를 변화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