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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8월

고센에서 요셉의 음성을 듣다

과월호 보기 이문범 교수 (사랑누리교회, 총신대학원 성지연구소)

이집트의 풍요로운 지역, 고센
아프리카 남쪽 고원지대에서 흘러 북쪽 지중해까지 6,690km나 흐르는 나일 강을 지난다.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에 도착해 나일 강 서쪽에 있는 피라미드를 보고 동쪽으로 이동하는 중이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태양신을 섬겼기에 해가 지는 서쪽은 ‘죽은 자들의 땅’이라 여기며 피라미드 같은 거대한 무덤들을 만들었고, 주거지는 동쪽에 마련했다.
카이로박물관 앞 다리를 건너며 나일 강을 본다. 이곳에서 북쪽으로 820km 지점에 있는 이집트 최대의 아스완 댐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여름만 되면 침수하는 지역을 농경지로 사용했던 이집트인의 삶을 그려 본다. 홍수로 범람한 물은 비가 거의 오지 않는 이집트를 농사가 가능한 곳으로 만들었다.
다리에서 왼쪽, 그러니까 북쪽 지중해까지 160km 지역은 강물이 퍼지며 풍요로운 농경지가 있는 삼각주 지역이다. 이 삼각주 지역의 동쪽 부분을 고센 땅이라고 부른다.


풍요의 땅 고센에서 큰 민족을 이루다
이제 성경에서 비베셋이라 불린 텔 바스타를 지나, 한때 라암셋으로 여겨졌던 타니스까지 깊숙이 들어가 본다. 직선거리로는 불과 120km이지만 시골길이라 4시간이 넘게 걸린다. 가는 길에 요셉이 가나안에서 자신의 아버지와 온 가족을 데려와 거주하게 했던 고센의 민낯을 본다. 아낙네가 강가의 진흙을 머리에 이고 간다. 아마도 진흙 벽돌을 만들려나 보다.
펌프로 하천 물을 끌어 올리는 모습도 보인다. 성경에 기록된 애굽의 모습 그대로다. “거기에서는 너희가 파종한 후에 발로 물 대기를 채소밭에 댐과 같이 하였거니와”(신 11:10b). 발로 물레방아를 굴려서 밭에 물을 댔던 광경이 생각난다.
또한 넓은 들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는 소들은 바로가 꿈꿨던 ‘살지고 아름다운 일곱 암소’(창 41:18)들을 연상하게 한다. 3천 년이 넘게 흘렀지만 고센의 시골은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듯하다.
타니스라는 곳에 도착해 주변을 둘러보면서 생각한다. ‘요셉은 왜 자신의 형제들을 이곳에 머물게 했을까?’(창 45:10).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첫째, 고센은 풍요로운 땅이다. 풀이 많아 유목민들이 살기 좋을 뿐만 아니라 삼각주 지역이므로 농사가 잘돼 풍부한 곡식을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애굽에 들어올 때 70명뿐이던 야곱의 가족은 430년이 지난 후, 남자만 60만 명이 되는 폭발적인 인구 증가를 이뤘다. 이집트 고센은 이스라엘 민족을 번성하게 만든, 엄마의 자궁과 같은 중요한 역할을 한 지역이었던 것이다.
둘째, 고센은 이집트의 땅 중에 가나안에서 가장 가까운 지역이다. 요셉은 자신의 자손들이 언젠가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땅인 가나안으로 돌아가야 할 것을 말하고, 그곳으로 갈 때 자신의 유골도 가져갈 것을 부탁했다(창 50:25).


돌아갈 곳은 가나안임을 잊지 말라
타니스의 한 곳에 이집트 귀족의 것으로 추정되는 석관이 보존돼 있다. 요셉은 풍요로움으로 그곳에 안주하려 했던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비전을 심었다. 그들이 돌아갈 곳은 가나안임을 잊지 말라고 자신의 무덤과 뼈로 사람들에게 비전을 준 것이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그의 무덤을 보며 가나안의 소망을 잊지 않았다. 결국 출애굽 때 그의 뼈를 갖고 출발해, 야곱에게 분배받은 세겜에 그 유골을 묻었다(창 48:22; 수 24:32).
요셉의 음성이 들리는 듯하다. “풍요의 시대에 사는 그대들이여, 당신이 돌아갈 곳은 바로 저기 가나안, 천국임을 잊지 말라!”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