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김경덕 목사 (사랑의교회 주일학교 디렉터)
Wow~ 방학이다!
한여름 숨이 턱턱 막혀오는 교실, 꽉꽉 차 있는 시간표, 빡빡한 수업과 일상에 지칠 대로 지친 우리에게 들려오는 구원의 기쁜 소식이 있으니. 아! 드디어 여름 방학이다! 기말고사여 안녕! 교복이여 안녕! 등교 시간에 쫓겨 먹는 둥 마는 둥 했던 아침밥을 느긋하게 즐길 수 있고, 아껴뒀던 프린트 티셔츠를 꺼내 입을 수 있고, 앞머리 빗어 내리느라 애쓸 필요 없이 질끈 뒤로 묶고 뒹굴뒹굴할 수 있고, 학원 다니느라 부족했던 게임 레벨 업을 원없이 할 수 있다! 방학과 동시에 개봉한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 관람, 청소년 국토 대장정, 농촌 봉사활동, 해병대 캠프 등 하고 싶은 것도, 해야 할 일도 많은 여름 방학!
방학 생활계획표쯤은 초딩 때부터 만들어 온 터라 달인이 돼 있다. 수면, 기상, 학원, 열공, 독서로 가득 채워진 생활계획표에 짬짬이 다이어트, 독서와 여행도 넣고! 후후! 완벽해! 야심찬 계획으로 시작한 방학! 그러나 멀게만 보였던 개학은 빛의 속도로 다가오고, 개학 전날 밀린 숙제들 앞에서 한숨을 내쉬는 우리들. 텅 빈 일기장 앞에서 고민한다. 대체 그날 뭘 했더라? 기다림조차 즐겁고 지나고 나면 한없이 아쉬운 여름 방학을 맞이하는 우리들의 생각은 이것이다. ‘이번 방학에는 뭘 하지?’
내가 쉬는 게 쉬는 게 아니야~
‘방학’ 혹은 ‘휴가’란 뜻의 영어 ‘Vacation’과 프랑스어 ‘Vacance(바캉스)’는 ‘무엇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을 뜻하는 라틴어 ‘Vacatio(바카티오)’에 어원을 두고 있다. 프랑스 사람들은 한 달의 바캉스를 위해 11개월을 일한다고 할 만큼 바캉스를 중요하게 여긴다. 반복적인 일상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쉼으로써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처럼 방학의 원래 의미는 무엇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는 것’에 있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육열을 가진 대한민국에 태어난 덕분에, 우리는 방학에도 좀처럼 쉬지 못한다. 대한민국 학생으로서 방학에 쉰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와 배짱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쉰다는 것은 육체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 이상의 의미다. 몸은 누워 있더라도 마음에 걱정과 스트레스가 가득하다면 그것은 쉬는 것이 아니다. ‘내가 예배를 드리는 동안 다른 친구들은 학원에서 보충할 텐데 나만 뒤쳐지는 것은 아닐까?’, ‘교회 여름수련회에 간 내가 영어캠프에 참여한 다른 아이들보다 못한 결과를 받으면 어쩌지?’ 주일에도 방학에도 우리를 쉬지 못하게 하는 생각들이다.
열심히 공부한 당신, 쉬어라!
40일은 긴 시간이었다. 마침내 빛나는 얼굴로 산에서 내려온 모세의 손에는 커다란 돌판 두 개가 들려있었다. 돌판에 새겨진 십계명은 이스라엘 민족이 더 이상 애굽의 노예가 아니라 여호와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증표였다. “안식일에는 쉬어라!”라는 네 번째 계명은 400년간 쉼 없이 일해 왔던 이스라엘에게는 낯선 명령이었다.
‘안식’이라는 말은 ‘멈추다, 그치다’라는 뜻이다. 하나님의 백성인 이스라엘이 쉬어야 하는 이유는 하나님께서 그날 쉬셨기 때문이다. 6일간 열심히 일하신 하나님께서는 7일째 되는 날 쉬셨다. 6일 동안에 지으신 모든 세계가 보시기에 심히 좋았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지으신 세상은 7일째 되는 날에는 더 일하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히 아름답고 정말로 완벽했다. 안식일에 쉬는 것은 창조의 완전성과 능력을 믿는 믿음의 표현이다.
바리새인들은 끝없이 무엇인가를 요구했다. 십일조, 금식, 구제, 봉사와 같은 율법의 명령들을 쉬지 않고 강요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달랐다. “내게로 와서 쉬어라!” 예수님의 말씀은 율법적 의무에 눌려 있던 백성들을 자유롭게(Vacatio) 했다. 우리의 무거운 짐과 멍에를 벗기시고 우리를 쉬게 하시는 예수님은 우리에게 진정한 ‘방학’(Vacation)을 주시는 분이다.
주님과 함께 안식하기를!
수업 일수 때문에 여름 방학은 짧아지고, 겨울 방학은 늦춰지고, 봄 방학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방학은 십대들에게 황금 같은 시간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쉴 수 있는 방법은 워터파크나 가족여행, 주말캠핑이 아니다. 최신 영화와 스마트폰 게임도 아니다.
하나님의 백성인 우리는 하나님과 함께 쉬어야 한다. 창조주 하나님께서 나를 향해 완벽한 계획을 갖고 계시고, 그 계획을 오차 없이 이뤄 가실 것을 믿는 믿음 안에서 쉼을 누리는 것이다. 예수님의 제자인 우리는 영혼과 인생의 주인이 예수님인 것을 믿는 확신 안에서 평안히 쉰다. 짧은 방학, 비록 마음 편히 쉬지 못하는 시간이라 해도 의연한 믿음과 담대한 신앙 안에서 꿀맛 같은 쉼을 누리길 바란다. 그것이 진짜 방학이다!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