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금동훈 목사 (사랑의교회)
아빠가 울다!
“직장 상사와 면담을 했는데 아무래도 이번 달에 직장에서 계약이 해지될 것 같습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다른 직장을 알아보고 있는데 취업이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아직 가족에게 알리지는 못했습니다.”
-직장에서 퇴직을 권고받은 아빠
“회사 상황이 너무 어렵습니다. 직원들 모두 한 달은 일하고, 한 달은 쉬는 정책이 생기는 바람에 월급이 반으로 줄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 학비랑 생활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나 더 시작했습니다. 빨리 회사가 예전처럼 돌아와서 제대로 출근하고 싶습니다.”
-회사를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아빠
“장사가 안 돼서 가게를 접으려고 합니다. 버티는 것만이 최선은 아닌 것 같습니다. 가게 접고, 남는 돈으로 빚 갚고 직원들 밀린 월급 주고 나면 남는 것이 없습니다.”
-가게를 정리하게 된 아빠
회사를 그만두거나, 어려워진 회사에서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아빠들이 아르바이트를 하기 시작했다. 욕심 내지 않고 성실하게 일하면 된다고 배웠던 아빠들은 세상에게 배신당했다. 아빠는 이 사실을 아내에게 말하는 것이 두렵다. 자녀들에게 비참한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은 죽기보다 더 싫다. 오늘도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하는 아빠는 운다!
각설이는 죽지 않는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어릴 적 다리 밑에는 진짜 거지들이 모여 살았다. 그들은 밥 먹고, 잠자는 시간 외에는 구걸하기에 바빴다. 매일 시간이 날 때마다 무리를 지어 이 집 저 집을 돌며 ‘각설이 타령’을 불렀다. 그러던 그들이 아직 기억에 남아 있다. 한 집이라도 더 다녀야 식구들이 굶지 않기 때문에 거지들은 하루 종일 바빴다.
그런데 그들은 가난했지만 불행하지 않았다. 돈이 없는 것이 그들을 불편하게 만들기는 했지만 돈 때문에 목숨을 버리는 일은 전혀 없었다. 그들은 살기 위해 몸부림쳤고, 한 끼의 밥을 동냥하기 위해 처절하게 살았다. 그들의 삶은 생존 그 자체였다.
“지하 월세방에서 살던 일가족이 돈이 없는 것을 비관해 목숨을 끊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최근 들어 뉴스에서 이런 소식을 자주 접한다. 돈이 없다는 이유로 비참한 결정을 하는 시대가 안타깝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이런 뉴스를 들으면서 ‘그럴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과연 돈이 없으면 죽어도 되는가?’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말이 되는 시대가 됐다. 너무도 슬프고 비참한 시대다.
그렇게 우리가 사는 세상은 돈과 생명이 유착돼 버렸다. 돈이 생명이 됐고, 생명이 돈이 돼 버린 시대에서 아빠와 엄마는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돈을 벌고 있다. 오늘도 아빠와 엄마는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세상에서 싸우고 집으로 돌아온다. 아빠와 엄마는 가족과 더불어 그저 평범하게 살고 싶다. 하지만 평범하게 사는 것이 제일 어려운 세상이 됐다. 그래서 아빠 엄마의 입에서는 한숨이 나온다.
부모님을 환대하라!
“네 부모를 공경하라(honor) 그리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 생명이 길리라”(출 20:12).
하나님께서는 분명하게 “네 부모를 공경하라”고 말씀하셨다. 이는 아빠와 엄마를 ‘명예롭게’ 생각하라는 뜻이다.
하지만 십대는 자신도 모르게 부모님을 ‘공격’(attact)하는 경향이 있다. 피곤한 아빠가 가장 기뻐하는 공경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 뛰쳐나온 아이들의 환영(welcome)이다. 세상에서 지친 아빠에게 가장 큰 위로는 아들과 딸의 포옹이다.
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아빠를 반가워해 본 적이 언제였던가? 언제부터 아빠가 부끄럽고, 엄마가 귀찮아졌는지 기억나지는 않겠지만 이제 고단한 부모님의 삶을 환영하고, 응원해 줄 수 있는 나이가 됐다. 그러니 이미 기억의 저편으로 보내 버렸던 이 노래를 다시 소환해 불러 보자.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아빠와 엄마는 십대의 환영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