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금동훈 목사 (사랑의교회)
#1. 너는 누구 팬클럽이야?
“넌 무슨 색깔 풍선이야?”
한국에서 아이돌 문화가 시작되던 90년대,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을 구별하기 위해 노란 풍선과 파란 풍선으로 서로를 나누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 아이돌을 ‘원조 아이돌’이라고 부르는 오늘날은, 아이돌의 홍수라 할 만큼 수많은 아이돌이 TV와 SNS를 도배한다.
“제가 다른 가수를 좋아하는 게 그렇게 큰 문제인가요?”
문화 소비 시대를 살아가는 십대는, 좋아하는 아이돌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 또래 문화라는 공동체를 인정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거부하는 십대는 팬클럽과 같은 공동체를 통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려고 한다. 하지만 변덕이 심한 십대는 그 안에서 여전히 오해와 불신을 싹틔운다. 십대에게는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인정하고, 환영하는 공동체가 필요한 것이다.
#2. 팬덤 문화에 동참하다!
제임스 파울러는 《신앙의 발달단계》에서 신앙의 발달을 7단계로 설명한다. 그중 청소년기는 3단계인 ‘종합적-인습적 신앙’ 단계로, 자아 정체성과 공동체가 중요한 시기다. 파울러는 그리스도인 청소년은 자신이 속한 신앙 공동체 안에서 서로 의지하며 자신의 신앙을 형성하고, 자아 정체성을 찾아간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시기에 공동체 안과 자기 내면 안에서 이중적인 모습을 띄게 돼, 때로는 혼자만의 세계를, 한편으로는 공동체에 소속돼 누리는 안정감을 추구한다고 한다.
발달 심리학자인 로버트 키건은 성인 발달 이론에서 청소년의 특성을 3단계로 설명하면서, 이 시기에는 추상적 사고가 가능하고, 자신의 내면에 정서적 관심을 보이며, 자아 성찰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또한 자아와 타인, 신과 세계에 대한 이해를 주변의 권위 있는 타인에게 의존한다고 설명했다.
두 발달 심리학자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십대에게 자아 정체성과 공동체는 매우 중요하며, 십대는 지금 함께하고 있는 사람들과 강한 영향력을 주고받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십대의 특성은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같은 유명인이나 특정 분야를 좋아하며 생기는 팬덤(fandom) 문화에서 충분히 엿볼 수 있다. 십대는 자신을 환영해 줄 멋진 공동체가 필요한 것이다.
#3. 우리 안에 거하라!
“다윗이 블레셋 사람에게 이르되 너는 칼과 창과 단창으로 내게 나아오거니와 나는 만군의 여호와의 이름 곧 네가 모욕하는 이스라엘 군대의 하나님의 이름으로 네게 나아가노라”(삼상 17:45)
골리앗이라는 블레셋의 거인 전사 앞에서 이스라엘은 모두 숨을 죽이고 있었다. 이 전쟁터에서 돌멩이 다섯 개를 들고 이스라엘 공동체 맨 앞에 선 다윗은 소리쳤다. 그는 자신이 누구에게 속했으며, 누구를 위해 사는지,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명확히 선언했다. 다윗의 외침에 이스라엘의 마음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겁먹고 벌벌 떨던 이들은 하나님의 군사가 돼, 대적 블레셋을 향해 달려 나갔다. 그리스도인이 주님의 이름을 외칠 때, 우리는 어디에서 무엇을 위해 살고, 무엇을 위해 죽어야 하는지 알게 된다. 드디어 그들은 정체성을 깨닫고 하나가 된 것이다.
‘다윗에 대한 요나단의 사랑이 그를 다시 맹세하게 하였으니 이는 자기 생명을 사랑함같이 그를 사랑함이었더라.’(삼상 20:17)
질투에 사로잡힌 사울왕은 다윗이 죽기를 바랐다. 하지만 다윗을 사랑한 왕자 요나단은 그가 살기를 바랐다. 다윗을 향한 왕과 왕자의 서로 다른 바람은, 다윗을 왕의 길로 떠나게 부추겼다. 이스라엘이라는 거대 공동체 속에서, 사람과의 이해관계와 정치적 모함 등에서 다윗을 살린 것은 그와 함께한 친구였으며, 그의 존재와 미래를 믿고 지지한 요나단과 같은 공동체였다.
십대에게는 요나단과 같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반겨 줄 공동체가 필요하다. 그리고 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자신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지지해 줄 수 있는 어른들이 필요하다. 십대의 상상력에 박수 치며 환호해 줄 수 있는 공동체가 이들에게 활짝 열려 있다면 좋겠다.
십대여! 너희를 지지하는 우리 안에서 마음껏 기쁘게 뛰놀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