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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2월

진격의 졸업식

과월호 보기 김경덕 목사 (사랑의교회 주일학교 디렉터)

밀가루, 계란 그리고 졸업식
밀가루 뿌리기와 계란 투척은 애교다. 머리에 케첩 뿌리기, 까나리 액젓 던지기, 교복 찢기, 스프레이로 선생님 차에 낙서하기, 소화기로 졸업식장에 물 뿌리기, 단체로 바다에 빠뜨리기, 야산 나무에 묶어두기, 알몸으로 거리 활보하기까지. 이것들은 모두 졸업빵 혹은 졸업식 뒤풀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고 있는 상식을 넘은 졸업식 풍경이다. 졸업식 노래 가사가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밀가루를 한~아름 선사합니다!’로 바뀔 기세다.
졸업식 후 아파트 주변에서 밀가루와 계란을 뒤집어쓴 채 알몸으로 쭈그려 앉아있는 중딩들의 사진이 보도됐을 때, 어른들이 멘붕이 된 이유는, 어른들의 기억 속에 아쉬움과 감사의 눈물로 남아있는 예전의 졸업식 모습과는 너무나 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오죽하면 전국의 1만 1,000여개 초중고교 졸업식 당일에 경찰과 교육청 직원들이 함께 학교 인근을 순찰하면서 감시하겠다고 발표까지 했을까. 졸업식장에서 밀가루를 던지고 교복을 찢는 그들의 모습 속에는 억압으로부터의 해방감이 담겨있다. 그토록 벗어나기 원했던 것, 바로 학교다!

 

졸업 혹은 해방?
졸업의 시즌 2월을 맞이하면서 생각한다. 2014년, 대한민국에서 중·고등학생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교복을 입고 학교생활을 한다는 것은 미래를 위해 배움의 기쁨 속에서 꿈을 키워가는 푸른 인생의 계절이기보다는, ‘대학’이라는 단 하나의 목적을 향한 무한 경쟁에 어쩔 수 없이 참여하는 시절일 것이다. 그런 청소년들에게 졸업이란, 그 치열한 전쟁의 한 라운드를 마쳤다는 안도감이요, 서바이벌 게임에서 살아남은 승자들의 씁쓸한 축제다. 십대들의 졸업식이 이렇게 변한 것은 3년간 함께 한 친구들과 작별하는 슬픔과 아쉬움보다 학생 신분이 주는 스트레스와 억압으로부터 풀려나는 해방감이 훨씬 크기 때문일 것이다.


친구에게 밀가루를 던져도, 선생님 차에 스프레이로 낙서를 해도, 교복을 찢어도 인생의 억압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쯤은 십대들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최소한 졸업식 날 하루만큼은 교복으로 상징되는 규율과 압박을 훌훌 벗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다. 그 마음을 충분히 알기에 걱정스럽고 애틋한 마음으로 십대들의 졸업식 뒤풀이를 지켜보는 것이다.

 

졸업식 그 이후…
배움의 한 과정을 마치고 인생의 더 높은 과정으로 나아갔던 졸업식 이야기들은 성경 곳곳에 등장한다. 엘리사의 졸업식은 불수레와 불말의 깜짝 등장 속에 스승 엘리야가 회오리바람을 타고 하늘로 사라졌던 순간이었다. 모세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던 순간은 여호수아에게 40년간 광야에서 계속되어 온 리더십 스쿨의 졸업식이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골고다 언덕은 열두 제자에게 3년 넘게 계속되어 온 제자 학교의 졸업식 장소였다.


졸업식이 끝난 후 엘리사는 스승 엘리야보다 갑절의 능력으로 하늘 메시지를 선포했고, 졸업식 끝난 후 여호수아는 스승 모세가 이루지 못한 가나안 정복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졸업식이 끝난 후 열두 제자들은 ‘땅 끝 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라’하신 예수님의 사명에 인생을 온전히 바쳤고, 그 위대한 사명은 지난 2000년간 지구상의 모든 제자들에게 전승되었다.

 

졸업은 또 다른 시작!
졸업을 맞이하는 친구들이여! 그 해방감과 자유함을 충분히 누려라! 단, 그리스도의 제자답게 품격 있고 교양 있게 누리기를! 그리고 졸업식 그 이후를 생각하자. 비록 학교가 우리에게 자유와 낭만과 꿈을 충분히 못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학교에서 벗어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허랑방탕하게 보내기에는 십대 시절이 몹시 찬란하다. 그렇게 억울해 하며 답답해 하며 보내버리기에 청소년의 계절은 너무나 빛나고 아름답다.
배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가 하는 사실은 더 이상 배울 수 없을 때에야 비로소 깨닫게 된다. 우리, 학교라는 이름의 우리가 속한 작은 세상에서 충분히 배우고 성장하자. 그래서 언젠가 우리 인생의 졸업식에서 충분히 배웠노라고, 그래서 이제 더 높은 과정으로 나아갈 수 있노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게 되기를. 마지막으로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