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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1월

책상 서랍 속의 다이어리

과월호 보기 김경덕 목사 (사랑의교회 주일학교 디렉터)

완소 다이어리
책상이 왜 이리 지저분한 거야! 마음먹고 공부하려고 책상에 앉으면 지저분한 책상 때문에 집중이 되지 않는다. 그래, 책상 먼저 치우고 열공이닷! 책상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서랍 속 다이어리들. 반가운 마음에 손때 묻은 다이어리를 펼쳐서 읽기 시작한다. 맞아, 그때 그런 일이 있었지? 킥킥거리며 한 장 두 장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어느새 훌쩍 시간이!
다이어리를 더 예쁘게 꾸미고 싶어서 유튜브에서 다이어리 꾸미기 고수들의 영상을 보며 따라 해 보기도 했던 때가 있었지. 점심 급식 맛이 어땠는지, 누구랑 싸웠는지, 택배가 언제 도착했는지, 일주일째 혓바늘 때문에 고생한 이야기, 오랜만에 본 영화와 학원 선생님에게 칭찬 받은 내용까지 시시콜콜한 사건들과 이야기로 가득한 나의 다이어리들. 꼭 챙겨 봐야 할 드라마 본방 시간에는 빨간 색연필로 동그라미를, 친한 친구들 생일에는 하트 세 개를, 중간고사 시작 날에는 별 다섯 개를 그려 넣었지. 다이어리 꾸미기 필수 아이템인 귀요미 캐릭터 스티커와 동글동글 포스트잇까지 더해지면 러블리한 완소 다이어리가 완성된다! 그렇게 한 해 두 해 쌓여온 나의 다이어리 속 추억들이란!

 

나만의 역사책, 다이어리의 힘
연말연시 대형 문구점에 수북하게 쌓인 다이어리 코너에는 새해를 맞이하는 굳은 결심을 갖고 새 다이어리를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가죽 표지가 묵직한 아빠표 다이어리부터 새침한 대학생 언니를 위한 비밀 다이어리에, 알록달록 캐릭터 표지와 스티커로 가득한 어린이용 다이어리까지. 크기도 종류도 가격도 정말 각양각색이다. 새 다이어리를 사서 여러 색깔 볼펜으로 꾹꾹 눌러가며 새해 결심과 계획을 적어 넣노라면, 키보드 두드려 블로그에 글을 올리거나 엄지손가락으로 다다닥 눌러 SNS에 쓰는 것과는 정말 느낌이 다르다. 정말 설레고 두근거린다.
데일리. 위클리, 먼슬리를 형형색색으로 깨알 같이 채워가는 다이어리는 십대인 우리들의 하루 일정표요, 공부 계획서이며, 다이어트 플래너요, 나만의 비밀 일기장이다. 때로는 중요한 일들을 놓치지 않도록 챙겨주는 자상한 엄마요, 속상한 맘을 쏟아내는 내 하소연을 끝까지 들어주는 친절한 상담가요, 이러쿵저러쿵 남의 이야기에도 맞장구 쳐 주는 오지랖 넓은 친구다. 때로는 지루하고 때로는 짜증스러운 하루하루도, 다이어리에 적으면 추억이 되고 기념일이 되며, 특별한 나만의 역사가 되며 것을 보면 다이어리는 참 신비한 힘을 가졌다.

 

성경인물들의 다이어리
이집트 왕자 시절의 추억들, 놀람과 흥분으로 홍해를 건너던 순간, 하나님께서 돌판에 계명을 적어 주셨던 신비스러웠던 날, 쉼 없이 불평하는 백성들 때문에 짜증나고 속상했던 날 등 모세 할아버지의 다이어리에는 40년 광야 생활의 느낌들이 깨알같이 적혀 있지 않았을까? 다니엘의 다이어리에는 멀리 바벨론 땅까지 포로로 끌려와 보내야 했던 힘든 하루하루들, 그리고 그 고난을 이겨낼 수 있게 힘이 돼준 고마운 세 친구들의 생일에 크게 동그라미가 쳐 있었을 것이다.
복음 들고 세계를 여행했던 바울 선교사님의 다이어리는 다음 여행지에서 쓸 물건들의 목록과 여행 이동 경로들로 복잡했을 테고. 3년이 넘도록 예수님과 함께했던 제자들의 다이어리에는 예수님께서 베푸신 그 놀라운 기적들과 눈물 날 만큼 감동적이었던 가르침들, 가슴 뛰는 천국에 대한 이야기들로 빼곡했을 것 같다.

 

우리의 삶은 하나님의 다이어리 속에
그래, 성경은 아주 오래전부터 하나님께서 써 내려오신 우주와 인류 역사의 다이어리인 셈이다. 그리고 오늘 우리의 삶은 하나님의 다이어리의 소중한 한 페이지가 된다. 새해를 맞아 다이어리를 사서 예쁘게 꾸미고 새해의 목표와 새로운 계획을 기록하면서, 삶으로 써 내려가는 우리의 이야기들이 오늘도 계속되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그동안 짜증스럽고 우울한 일이 많은 우리였다면, 새로운 한 해 우리의 새 다이어리에는 행복의 단어와 기쁨의 이모티콘으로 가득하길! Happy Diary! Happy New Year♥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