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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3월

입학, 봄날은 온다

과월호 보기 김경덕 목사 (사랑의교회 주일학교 디렉터)

두근두근 입학식
봄이라 하기엔 아직 이른 계절, 머쓱한 표정으로 두리번거리며 입학식장으로 모여드는 신입생들이 보이는 3월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것도 실감 나지 않고 몸집보다 큰 교복이 어색하기만 한 중학교 1학년생들과, 왠지 모를 비장함으로 교문을 들어서는 고등학교 1학년생들에게 3월은 입학식이 있는 특별한 달이다. 예비 소집일과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 이미 와 봤던 학교지만 입학식 날의 기분은 묘하게 설레고 특별하다.
국민의례, 장학금 수여, 교장 선생님의 훈화에 이어 교과 선생님들의 소개와 교가 제창으로 입학식이 끝나고 나면, 담임선생님과 반 친구들을 처음 만나는 서먹한 시간이 있다. 교복 속에 후드 티를 입어도 될까? 머리는 어떻게 잘라야 하지? 스타킹은 검은색을 신어야 하나 아니면 살색을 신어야 하나? 매점은 어디고 급식 먹는 식당은 어디지? 모든 것이 궁금하기만 한 3월의 신입생들. 그런데 생각해 봤니? 우리는 왜 입학했을까? ‘초등학교를 졸업했으니까 중학교에 가고, 중학교를 졸업했으니 고등학교에 가는 거 아냐?’라고 학교에 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우리. 왜 우리는 계속해서 학교에 가야 하고 끝없이 공부해야 할까?

 

공부가 가장 쉬웠다고요?
우리의 부모님들은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공부했고, 성공하기 위해 공부했고, 가족을 위해 공부했다. 요즘 시대에 어른들은 우리에게 자아실현을 위해 공부하고, 꿈을 성취하기 위해 공부하라고 하지만, 그런 말들은 왜 이렇게 멀게만 느껴질까? “공부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라고 말한 수재 교수님의 이야기나 일용직 노동자 출신으로 일류대를 수석 합격한 변호사 아저씨의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라는 말은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나는 똑똑한 것이 아니라 단지 문제를 더 오래 연구할 뿐이다”라고 말한 천재 아인슈타인은 우리와 다른 세계의 사람인 것만 같고, 인류는 본래 ‘호모 아카데미쿠스’ 즉 ‘공부하는 인간’이라는 말에 어질어질 현기증이 난다.
입학 선물로 아빠가 사주신 최신형 스마트폰은 참 마음에 들고 이모의 축하 꽃다발도 예쁘지만, 막상 책상에 앉아 공부를 시작하려니 마음은 아직 녹지 않은 언 땅처럼 답답하다. 정말, 우리는 무엇을 위해 공부를 해야 하는 걸까?

 

열공 시대
이집트 왕실에서 이집트 학문을 공부하던 모세는 자신이 배운 지식이 훗날 하나님 말씀을 기록하는 일에 쓰임 받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을까? 바벨론에 끌려가 갈대아의 학문과 언어를 공부해야 했던 다니엘은 이방 세계와 그 사람들에게 살아 계신 하나님을 선포하는 일에 그 공부가 쓰임 받게 될 거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수천 편의 잠언과 노래를 짓고 동물과 식물에 대해 해박했던 솔로몬의 지혜는 하나님의 백성들을 다스리고 하나님의 성전을 짓는 일에 쓰임 받았다. 최고의 율법 학자 밑에서 열심히 공부했던 바울의 모든 지식은 세계 열방 곳곳에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세우는 일에 값지게 쓰임 받았다. 성경 속 하나님의 사람들은 열심히 공부했다. 그들 자신에 대해 공부했고 그들이 살던 세상에 대해 공부했으며, 그들을 세상에 보내신 하나님에 대해 공부했다. 그랬기에 하나님께 귀하게 쓰임을 받을 수 있었다.

 

쓰임 받기 위해 공부하자
그렇다. 우리도 그들처럼 쓰임 받기 위해 공부해야 한다. 하나님께서 나를 지으셔서 이 세상에 보내셨다면, 나는 하나님의 목적에 따라 이 세상에서 반드시 쓰임 받을 것임을 믿어야 한다. 우리는 ‘나’를 알기 위해 공부한다. 나는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 우리는 ‘세상’을 알기 위해 공부한다. 세상은 어떻게 존재하게 됐으며 어떤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지를 알기 위해, 그리고 ‘세상’ 속에서 ‘나’를 사용하실 ‘하나님’을 알기 위해 공부해야 한다.
하나님을 믿는 우리는 하나님께서 세상의 창조주이시며 이 땅을 다스리시는 분이라는 사실을 믿지 않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우리에게 공부는 신앙의 고백이요, 몸으로 드리는 예배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입학은 더 새롭고 깊은 배움의 시작이다. 3월을 맞는 우리, 신입생의 설렘으로 열심히 공부하자. 쓰임 받기를 사모하며 공부하는 우리에게 마치 언 땅을 뚫고 올라오는 씨앗의 생명처럼, 그렇게 봄날은 올 것이다.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