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김경덕 목사 (사랑의교회 주일학교 디렉터)
누구냐 넌?
짜잔~ 드디어 내게도 주민등록증이 나왔다! 뭐지? 이 알 수 없는 뿌듯함은? 만 17세가 되는 달의 다음 달 1일부터 발급되는 민증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국내에 주소를 두고 거주하는 주민임을 나타내는 증명서다. 내가 당당한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국가에서 인정해 주는 공인인증서인 셈이지. 눈썹과 귀를 완전 오픈해야 하는 민증 사진 규정에 맞추느라 어색한 표정의 내 사진은 정말 대략 난감이지만, 그래도 사회의 진정한 구성원이 된 것 같은 마음에 심장이 콩닥콩닥한다. 고등학생이 돼야 발급받는 민증은 중딩들의 로망이다. 아직 민증도 안 나온 어린 것(?)들과는 달리, 이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들을 누릴 수 있고, 뭔가 어른이 된 것 같고 뭔가 진짜 사람이 된 것 같은 묘한 이 기분, 나쁘지 않다! 지갑 안에 고이 모셔 둔 주민등록증은 ‘청소년’이라는 이름의 학교를 마감하는 졸업장이고, ‘성인’이라는 이름의 신세계로 들어가는 티켓이며, ‘어른’이라는 이름의 성문을 여는 황금 열쇠다.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
청소년인 우리는 제 나이보다 더 어른처럼 보이고 싶다. 우리를 어린아이 취급하는 것은 거절한다고! 모든 것에 회의를 품기 시작하는 청소년들은 어른들에게만 허락된 것들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왜 어른들은 되고 우리는 안 되지? 청소년들은 금지된 성인의 영역들에 도전하고, 그 금기를 깨뜨림으로써 스스로 어른이 됐다고 생각한다.
이런 욕구 때문에 편의점에서 청소년들에게 금지된 것들을 사기 위해 민증을 위조하기도 하고, 유흥업소 취업, 호프집 출입, 담배 구입을 목적으로 주민등록증을 변조하기도 한다. 잠깐, 타인의 주민등록증을 신분 확인을 위해 사용하거나 위조하는 것은 공문서부정행사죄에 해당한다니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청소년들은 아직 어른들의 보호가 필요한 나이기에 우리 사회가 금지해 둔 영역들이 있다. 가선 안 되는 곳, 봐선 안 되는 영화, 먹어선 안 되는 음식, 해선 안 되는 행동들. 수많은 금지 조항들에 짜증난 청소년들은 생각한다. 아!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 그러나, 진짜 어른이 되는 것은 민증 발급 여부와 상관이 없다는 것을 아는가?
지킬 줄 아니까 청춘이다
겨우 열일곱 살이었다. 이제 겨우 민증을 발급 받을 나이에 노예로 팔려 홀로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신세가 됐으니, 요셉의 인생도 참 기구하다. 형들의 질투와 아버지의 과잉 사랑이 만들어 낸 대형 참사였으나, 열일곱 살 요셉은 그 모든 것을 담담히 받아들였다. 이제는 그동안 배우고 느끼고 익힌 것들만으로 남은 인생을 혼자서 살아가야 했다. 가족도 친구도 국가도, 요셉을 보호해 줄 그 무엇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디발 아내의 유혹을 거부하는 요셉의 태도는 정말 어른스럽다. ‘내가 어찌 이 큰 악을 행하여 하나님께 죄를 지으리이까!’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볼 엄마도, 조언을 들을 수 있는 아빠도, 상담할 선생님도, 카톡으로 수다 떨 친구도 없었다. 요셉은 스스로 그렇게 했다! 자신의 신념, 가치관, 결정으로 그렇게 했다. 자신이 사랑하고 섬기는 하나님께서 무엇을 원하시는지 요셉은 알았고, 아는 대로 행동했다. 그것이 진짜 어른이다! 하나님께서는 그런 요셉과 함께하셨고, 요셉은 가는 모든 곳에서 형통했다.
요셉은 그에게 금지된 것, 하나님께서 금하신 것을 지킬 줄 아는 진짜 어른이었다. 지킬 것은 지키는 자, 그것이 어른이다. 나이가 들어도, 민증이 있어도, 대학생이 돼도, 결혼을 해도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못한다면 우리는 여전히 어린아이다.
내가 한 말과 행동, 생각에 대해 보호자의 동의를 받지 않는 것이 어른이다. 책임 있게 행동하고, 행동한 것에 책임을 지는 것이 어른이다. 기다릴 줄 아는 용기와 참을 수 있는 인내를 가져야 어른이다. 키가 자라고 목소리가 굵어지고 여성스러워지고 남자다워지는 우리 몸의 변화와 함께, 우리의 생각과 마음이 성숙해지는 것, 이것이 참 어른이 돼 가는 과정이다.
민증 말고 삶으로 증명하라
이제 민증을 갖게 될 나이, 민증 번호를 입력해서 원하는 사이트에 회원 가입을 할 수 있고, 민증으로 나이를 확인받아 원하는 걸 살 수 있고, 민증을 가진 어른으로서의 권리들을 누리게 되는 것은 즐겁지만, 그게 전부가 아님을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알고 있다. 우리가 진짜 어른임을 증명하는 것은 민증이 아니니까. 우리의 성숙을 민증으로 증명할 수는 없으니까. 굳이 민증을 꺼내 보이지 않아도, 우리 삶으로 우리가 어른인 것을 증명할 수 있으니까! 하나님 앞에서 지킬 것을 지킬 줄 아는 우리가 되자. 그리스도인답게! 진짜 어른스럽게!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