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세계

2017년 04월

[속옷 스타일 디자이너] 아름다운 내면이 외모를 완성한다!

직업의 세계 김하림 기자

매일매일 모두가 입고 있지만겉으로 드러나지 않아서 잘 신경 쓰지 않았던 속옷! 그런데 말이야 속옷이 사람에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대~ 친구들은 속옷에 대해 얼마나 관심이 있어? 이번 호 <큐틴>은 속옷 디자이너를 만나 피부와 가장 오랜 시간 맞대는 속옷 만드는 이야기를 들어 봤어. 내 속옷들을 보며 외치는 말, 그동안 지켜 주지 못해 미안해(흑흑). 이제 속옷도 신중하게 고르기로 결심하며 그 이야기 속으로 출발!


이유리 디자이너는 동덕여자대학교에서 의상 디자인을 전공했다. 졸업 후 남영비비안에서 여성 속옷(브라) 디자이너로 경력을 쌓았고 현재 와코루에서 마스터 스타일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속옷 디자이너는 어떤 일을 하나요?
속옷 제품을 기획하고 디자인해요. 속옷 디자인은 하나의 건축과 같아요. 겉으로 보이는 부분을 디자인하는 스타일 디자인과 뼈대를 만드는 패턴 디자인이 있는데, 둘 다 할 수 있어야 좋은 디자인이 가능해요. 그중 저는 스타일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어요. 사람의 체형과 사이즈 등을 고려해 스타일과 색상, 구성 요소 등 아이템을 결정해서 디자인을 스케치하고, 소재나 자수 무늬 등 겉으로 보이는 자재들을 선택해 예쁘게 배치하며 도면을 그려요. 디자인에 맞는 종이본을 떠서 재단하는 작업을 패턴이라고 하는데, 견본이 제작되면 마네킹에 입혀 편하면서도 예쁘게 착용되도록 피팅 작업에 들어가요. 완성품이 나오면 상품 설명서도 만들고 시장 조사, 타사 제품 분석, 소비자 피드백 분석을 하며 다음 시즌을 준비하죠.


어떻게 이 일을 하게 됐나요?
어릴 때 눈썰미가 좋고 그림을 잘 그린다는 칭찬을 많이 들었어요. 인형 옷, 액세서리 같은 것들을 손으로 직접 만들었고, 옷이나 원단 염색하는 것을 즐겼어요. 자연스럽게 패션에 관심이 생겨 용돈을 받으면 제일 먼저 패션 잡지나 책을 사는 데 썼죠. 하굣길에 백화점이나 원단 시장에 가서 구경하는 게 너무 좋았고,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되길 꿈꿨어요. 겉옷을 만드는 의상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서 의류 회사에서 인턴으로도 일했었는데 생각보다 저와 잘 맞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진로를 놓고 새벽기도에 나가 간절히 기도하던 중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생각지도 못했던 속옷 분야로 취업을 하게 됐어요. 이 분야로 취업했다는 이야기가 흔하지 않아서 확신을 갖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이 일을 사랑해요.


일에 대한 애정이 넘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많은 사람들이 속옷은 겉옷에 가려져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기도 해요. 하지만 내면을 아름답게 만드는 일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를 알게 되면 이 일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어요! 저도 과거에 ‘나는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될 건데, 겉으로 보이지 않는 속옷 디자인은 볼품없지 않나?’ 하는 무척 교만한 생각을 했었죠. 하나님께서는 저를 겸손하게 하시고자 채찍질하시고 또 안아 주시면서 끊임없이 훈련하셨어요. 오랫동안 하나님 앞에 나아가 묻고 구하면서 발견한 소명은 저를 진짜 속옷 디자이너로 다시 태어나게 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받아 생긴 콤플렉스로 자존감이 낮아져 그 상처를 가리고자 외적으로 치장하는 데 힘을 쓰지만, 사실 내면이 초라하면 외적인 화려함으로 완벽히 커버할 수는 없거든요. 외모가 아름다워지려면 내면이 먼저 아름다워야 하고, 그런 점에서 겉옷의 기초를 잡는 속옷의 역할이 너무나 중요해요. 상처 입은 마음과 가장 가까이 있는 것이 바로 속옷이죠. 저는 제가 만든 속옷을 입는 사람들이 상처를 치유해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자존감을 회복해서 내면도 외면도 모두 아름다워지기를 소망하고 있어요.


일하면서 힘들 때와 보람 있을 때는 언제인가요?
예전에는 사람들이 속옷에 대해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고 속옷 시장도 많이 어려워 고생했죠. 지금은 과거에 비해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자신의 몸에 대해 관심을 갖고 속옷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많이 늘었어요. 겉옷 유행에 따라 속옷도 영향을 받는데, 어깨가 드러나는 상의가 유행하면 그에 맞는 속옷 상의를 입는다든지, 얇은 원단의 옷이 유행할 때는 비쳤을 때 예쁜 속옷을 매칭한다든지 하지요. 최근에는 세트로 갖춰 입기도 하고 기능성 속옷을 따로 구매할 정도로 인식이 많이 변화된 덕분에 일이 더 재밌어졌죠. 다양한 체형을 커버하기 위해 연구하는 것도 영원한 숙제인 만큼 더 깊이 고민하게 되고요. 속옷 하나에 사람의 실루엣이 바뀐다는 생각을 하면 힘들어도 최선을 다하게 돼요. 이 일은 소비자의 만족도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그에 따라 디자이너의 수준도 높아져야 해요. 나름대로 자신 있게 디자인을 내놓아도 반응이 좋지 않을 때가 있거든요. 그렇기에 제품을 만들면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다방면으로 생각하며 끝까지 집중해야 해서 스트레스가 큰 편이에요.


속옷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자질은 무엇인가요?
가장 중요한 건 디자인 감각이겠지만 감각만으로 좋은 제품을 만들기는 어려워요. 디자인뿐만 아니라 패턴 설계와 소비자의 요구, 유행까지 모두 조화를 잘 이뤄야 좋은 제품이라고 할 수 있죠.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 사람들은 속옷을 잘 사지 않아요. 그래서 시대와 소비 흐름을 잘 파악해야 해요. 또한 매일 착용하기 때문에 사소한 것들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해서 꼼꼼함도 필요해요. 아무리 예뻐도 피부에 닿을 때 불편하면 아무도 입지 않거든요. 피부는 무척 예민하기 때문에 입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과 배려가 있어야 하죠. 인체의 움직임도 잘 이해해야 하고요.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들기에 한순간도 방심하지 않고 세세한 부분들까지 체크하는 습관을 기르면 도움이 될 거예요. 좋은 피팅 감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려면 집중력과 인내심도 필요해요. 무엇보다 실패했다고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잘 수용해야 해요.


선생님의 소명과 조언 부탁 드려요
제 소명은 단순히 속옷 디자인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사람들이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자신감을 회복하게 하는 것이에요. 하나님께서 우리의 상처를 치유하시고 변화시켜 주신 것처럼요. 통일이 된다면 북한 여성들도 좋은 퀄리티의 속옷을 입게 도우며 속옷 디자인 기술과 노하우도 전하고 싶어요. 과거에 저는 목표 지향적인 삶을 살아서 하나님의 뜻을 잘 알지 못하고 내 뜻을 이루기 위해 달려가느라 바빴어요.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우리와 동행하시길 원하시지요. 친구들도 내 야망을 ‘하나님께 영광’이란 말로 포장하지 말고, 하나님만을 신뢰하며 인도하심을 기쁨으로 따라가길 바랄게요!<김하림 기자>


속옷 디자이너(Underwear designer)

하는 일
속옷 스타일 및 패턴 디자인
업무 수행 능력
창의력, 인내심, 꼼꼼함, 손재주, 휴머니즘, 집중력, 트렌드 분석 능력, 책임감, 감성과 감각
되는 길
의상 관련학 전공자를 우대하며, 감각과 감성을 지닌 타 전공자도 가능함
지식
디자인, 패션, 유통, 소비자 심리, 인체 및 체형 관련 지식, 패턴 설계 등
관련 학과
의류학, 의상 디자인, 패션 디자인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