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세계 김하림 기자
친구들도 한 번쯤 봤을 신사임당의 유명한 그림 ‘초충도’를 기억하니? 이렇게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을 붓으로 그려 내는 사람이 옛날에만 사는 것은 아니야. 지금도 그 아름다움을 지켜 내는 사람이 있지. 뜨거운 여름 7월에는 동양화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잠시 마음을 식히는 시간을 가져 볼까? 여백의 미가 아름다운 동양화를 통해 쉼을 얻길 기대하며, 지금부터 귀 기울여 봐~
이영선 화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과 동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2007년 ‘전통연희축제’ 외 16개 단체전과 2013년 ‘Because of you I can dance’, ‘십 분간 휴식展’ 등의 개인전을 열었다. 아모레퍼시픽, 경기도인재개발원 등 각종 기업에 민화 강사로 출강하며, bliss 민화 화실도 운영하고 있다. 올해 ‘그루터기展’을 통해 또 한 번 동양화의 매력을 알리는 기회를 가졌다.
동양화는 어떤 그림인가요?
동양의 전통 기법을 사용해서 종이나 비단에 붓과 먹 같은 재료로 그리는 그림이에요. 이 분야가 진부하거나 낯설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많은데, 동양화는 거대한 자연 속에서 나는 누구인지, 사람답게 사는 것은 무엇인지 나타내며 세상의 질서와 도를 이야기해요. 특히 여백의 미가 무척 매력적인데, 다른 그림들과 달리 빈 공간 자체로 아름다움을 나타내죠. 이로써 사람은 마음에 여유를 찾고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돼요. 서양화처럼 진하고 화려하게 표현하지 않아도 본질을 말하는 깊이가 있죠. 우리의 전통 그림이기 때문에 정서에도 잘 맞고요. ^^
어떻게 화가가 됐는지 궁금해요
저는 화가로 활동하면서 민화 화실을 운영해요.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고, 중학생 때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방학 때 부모님이 미술학원에 보내 주셨는데, 첫날 선생님이 그림을 보고 예고에 갈 생각이 있냐고 한 것이 계기가 됐죠. 그때부터 준비해서 미대에 갔고 신나게 그림을 그렸는데, 졸업할 때가 되니 마땅히 취직할 곳이 없다는 사실에 혼란스러웠어요. 한동안 울면서 나를 위한 한 자리를 달라고 기도도 했지만 하나님의 대답은 늘 ‘그림’이었고, 선교지에 나가 하나님께서 제 그림을 통해 일하시고 영혼들을 치유하시는 것을 보면서 제가 왜 그림을 그리는지, 또 어떻게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수 있을지 분명히 깨닫게 됐죠. 다른 길을 생각했던 날도 있지만, 그림 그리는 것을 가장 사랑하는 마음, 더 나아가 영혼을 사랑하는 마음을 품고 하나님의 일하심을 기대하고 기도하면서 마음을 잡았고, 지금은 마음껏 그림 그리며 생애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동양화를 그리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림 하나하나에 담긴 삶에 대한 이야기가 무척 흥미로웠어요. 예전엔 신앙이 없었기 때문에 길흉화복을 빌거나 우상 숭배를 나타내는 그림을 주로 그렸죠. 그런데 하나님을 만난 후 더 이상 그런 그림을 그릴 수 없었어요. 복의 근원은 오직 하나님뿐이라는 것을 알게 됐으니까요. 그 대신 동양화 표현 기법을 극대화해서 잘 그려 낼 수 있는 자연의 아름다움이나 피조물 본래의 모습, 인간의 삶과 질서를 더 깊이 있게 고민하게 됐어요. 제 삶과 고민의 모든 해답이 예수님께로부터 오면서 하나님의 질서와 인간다움을 회복하는 그림을 그려 내고 있죠.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과 뜻을 나타내려고 하다 보니 이전보다 더 열정이 생겼어요. 단순히 민화에서 비는 복 말고 더 높고 완전한 행복이 있다는 것을 꼭 나타낼 거예요. 예술가의 역할 중 하나가 삶에 대한 답을 주는 것인데, 제 작품을 보는 사람들이 그림을 통해 하나님의 위대하심과 사랑을 깨닫길 소망한답니다.
언제 보람을 느끼며, 또 어떤 점이 힘든지 나눠 주세요
작품이 완성될 때 가장 기쁘죠. 그렇지만, 화가로서의 삶은 혼자 고민하고 그려 내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일이기 때문에 외로움이나 고독과 싸워야 해요. 또 불안정한 수입에 대한 마음도 준비해야 하죠. 그림은 소통의 도구로도 사용되는데, 화실을 운영하면서는 사람들이 즐겁게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볼 때 쾌감을 느껴요. 도란도란 삶을 나누는 시간도 즐겁죠. 예전에는 예술이 나를 드러내고 내 만족을 위해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누군가를 위로하고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이 더 기뻐요. 무엇보다 그림이 재밌다는 피드백을 듣거나 그림 그리면서 나타난 삶의 변화를 나눠줄 때 보람 있고 감사해요. 한번은 수강생과 함께 청첩장에 넣을 그림을 작업했는데,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과 고민이 고스란히 담긴 그림을 넣은 청첩장을 받으니 눈물이 나더라고요. 우리는 사는 동안 무슨 일을 해도 불안정할 거예요. 늘 광야에 있는 기분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하나님께서 주시는 만나만을 의지하며 은혜와 인도하심을 더 잘 느낄 수도 있어요.
화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우선 화가가 되려면 그림을 사랑해야 해요. 재정적으로 힘들 때마다 흔들리지 않으려면 누구보다도 그림을 사랑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열정으로 가득해야 하죠. 또 기본적으로 머릿속에 구상한 그림을 표현할 수 있는 데생 실력이 필요한데, 이것은 미술학원을 다니거나 입시미술을 준비하는 등 꾸준히 연습하면 늘어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림으로 표현할 것을 떠올리는 능력이에요. 그래서 화가가 되고 싶은 친구들에게 매일 그림일기를 그려보라고 추천해요. 거창하지는 않지만 소소한 일상을 표현하는 연습을 하며 내 스타일을 갖게 되면 평범한 소재도 특별한 작품이 돼요. 오늘 특별히 기억나는 일이 없다면 하루 동안 먹었던 아이스크림이나 내 손 같은 것을 그려도 좋아요. 이렇게 하다 보면 상상력이나 사고력뿐만 아니라 표현력까지 자라나겠죠? 기본기가 탄탄해야 언제 무엇을 발견하든지 신나게 그릴 수 있어요!
비전과 사명이 무엇인지 알려 주세요 ^^
제 화실 이름 ‘bliss’는 ‘더없는 행복’을 뜻해요. 제 그림을 통해, 그리고 저와 함께 그림을 그리는 수강생들이나 동료들이 참된 평안을 누리며 하나님을 만나기를 간절히 바라요. 우리의 정체성은 ‘하나님께서 택하신 자녀’라는 것을 기억하며 제게 주신 은사를 하나님께서 쓰신다고 하실 때 언제든지 드릴 수 있길 바라요. 걱정보다 믿음과 감사함, 열정으로 하나님의 손길을 의지하는 친구들 되길 응원할게요!Q
Artist
화가
하는 일
그림 그리는 일을 전문으로 가진 사람으로,
작품 구도를 구상하고 물감이나 먹물 등 여러 가지 재료를 사용해 인물화, 풍경화, 정물화, 추상화 등의 예술작품을 창작함
업무 수행 능력
예술적 감각, 손재능, 창의력, 상상력, 인내심, 끈기
되는 길
특별한 학력이 요구되지는 않지만 미술대학에서 필요한 훈련을 받을 수 있으며, 미술공모전 입상을 통해 화가의 길로 들어설 수 있고 사설학원에서 교육받는 것도 가능
관련 학과
동양화과, 미술학과, 서양화과, 공예과, 회화학과, 서예과 등
지식
미술, 인문학, 역사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