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세계

2018년 10월

[영상 감독]이야기를 시각화하는 창조적 연출가

직업의 세계 <김미은 기자>

 <큐틴> 친구들~ ‘몸으로 말해요’라는 게임을 해 본 적 있어? 단어나 문장을 말로 설명하지 않고 몸으로 표현해서 상대가 맞히는 게임이야. 이 게임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상대방이 알아듣기 쉽게 표현하는 거지. 이처럼 어떤 메시지를 보는 사람이 잘 파악할 수 있도록 영상으로 시각화하는 사람들을 ‘영상 감독’이라고 해. 이번 호 <큐틴>에서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영상을 통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자 하는 정다훈 감독을 만나 봤어. 국제기구와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홍보하는 온라인 영상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정다훈 감독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영상 감독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는 직업인가요?
영화나 광고, 방송 프로그램 등 다양한 분야의 영상에 대해 연출과 기획, 편집 등 전반적인 제작 과정을 책임지는 작업을 해요. 영상 감독은 제작을 의뢰한 고객의 의도와 필요를 잘 파악해서 대본을 짜고, 영상을 제작하는 목적과 그 안에 담겨야 하는 스토리를 미술팀과 촬영팀, 조명팀 등이 잘 구현해 낼 수 있도록 각 팀에 주어진 역할을 나누며 완성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조율하지요.
제가 현재 소속된 파울러스는 국제개발협력 전문 미디어 제작사예요. 쉽게 말해서 UN을 비롯한 국제기구나 정부, 대기업에서 개발 도상국이 발전할 수 있도록 필요한 기술을 전수해 주거나 도움을 주는 일을 하면, 그 일에 대한 온라인 홍보 영상을 제작하는 곳이에요. 또 케냐, 탄자니아에서 미디어 교육과 관련된 사회공헌활동을 직접 하기도 해요.


언제 이 길을 꿈꾸게 되셨나요?
부모님의 일 때문에 외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어요.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싶었고, 특히 외교관이 되고 싶었지요. 본격적으로 진로를 정해야 하는 시기가 됐는데, 준비하려던 길들이 다 막혔어요. 필수로 들어야 하는 수업을 듣지 못하게 되면서 좌절했죠. 그러다가 우연히 미디어 관련 수업을 듣게 됐는데 점점 흥미를 느끼다가 고3 때쯤 돼서는 영상에 푹 빠졌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제가 바라던 길이 막힌 것이, 오히려 하나님께서 바라시는 길로 저를 인도한 것 같아요.
그때부터 스스로 영상을 만들고, 다른 사람들이 영상을 보면서 행복해하면 뿌듯했어요. 군대에서 300여 명의 동기들이 제가 만든 영상을 보며 고된 훈련의 괴로움을 잊을 때 희열을 느꼈고, ‘이 길이 바로 내 길이구나’라고 확신할 수 있었어요. 또 영상을 통해 사람들의 감정과 사소한 행동이 달라지는 것도 경험하면서 미디어의 선한 영향력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죠.


일하면서 보람을 느꼈던 때는 언제인가요?
탄자니아에서 2주간 스마트폰을 활용해서 웹 드라마를 만드는 교육을 진행한 적이 있어요. 국내 대학의 미디어학부 1학년생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기초적인 내용의 수업인데도 아침 강의를 듣기 위해 새벽 2, 3시부터 와서 기다리는 등 남다른 열정을 가지고 임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대견하고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우리에겐 당연한 것들을 소중한 기회로 생각하고, 수업을 통해 꽤 완성도 높은 영상을 만든 친구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었어요.   
 
일하면서 겪는 어려움이 있다면 나눠주세요
주로 개발 도상국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를 맡다 보니 환경이 열악한 곳을 많이 방문하게 돼요. 교통은 물론이고 숙소 상황도 여의치 않아서 하룻밤에 모기에게 수십 번 물리는 일은 허다하죠. 네팔에서 열두 시간 동안 비포장도로를 달릴 때에는 버스가 추락할까 봐 한숨도 잘 수 없었어요. 촬영 장비가 무겁고, 기내에 제한된 물품도 많아서 처음엔 짐을 싸는 일이 힘들었는데, 이젠 출발 20분 전에도 할 수 있어요. 어딜 가든 잘 수 있도록 가방을 준비해 뒀죠. 
사실 몸이 힘든 것보다는 고객에게 신뢰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 때가 가장 어려워요. 신뢰를 받으면 밤을 새워서라도 작업을 하고 싶은 힘이 생기거든요. 그래서 저 역시 함께 작업하는 사람들을 신뢰하고 배려하기 위해서 노력해요..
 
이 일을 할 때 어떤 재능과 자질이 있으면 더욱 좋을까요?
사실 영상을 제작하는 것은 누구나 시작할 수 있어요. 중요한 것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싶은가’예요. 또, 현장 설교의 경우 한 번에 수백 명 혹은 수천 명에게 전달되지만, 온라인 영상의 경우 한꺼번에 수백만 명에게 전달될 수 있기 때문에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소명 의식과 책임감을 갖고 임하기를 바라요. 그리고 영상 제작을 의뢰한 기관으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서 만들기 때문에 아티스트보다는 제작자의 마인드를 갖추는 게 필요해요.
마지막으로 모든 일이 그렇지만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해요.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의견을 조율해야 하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필요하고요. 또 함께 작업하는 팀원이나 촬영 대상 역시, 인종과 성별, 국적을 넘어 어떤 사람이든 존중하고, 진솔하게 대해야 진정성 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어요.


앞으로 삶의 비전은 무엇인가요?
이 일을 시작한 계기와 앞으로의 목표가 같아요. 사람들에게 좋은 감정과 의지를 불러일으키고, 힘든 기억도 의미 있는 추억으로 만들 수 있는 영상을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영상을 공개하고 나면 항상 댓글을 확인하며 피드백을 받아요. 사람들이 어떤 부분에서 감동을 받는지, 혹은 화가 났는지, 공감이 안되는지 등을 파악하는 거죠.
큰돈을 버는 일이나 거창한 프로젝트보다 꾸준히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그중 하나가 다음 세대를 위한 교육이에요. 현재 한동대학교에서 강의와 멘토링 등을 하고 있어요. 많은 경험을 쌓아서 후배들이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미디어를 제작할 수 있도록 노하우를 전달해 주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친구들에게 조언 부탁드려요
영상이라는 분야 안에는 무수히 많은 역할들이 있어요. 자신에게 맞는 분야가 무엇인지 충분히 경험해 보길 바라요. 카메라를 갖고 놀면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시각화하는 연습을 해 보면 좋아요. 처음에는 만화로 먼저 그려 볼 수 있고, 사진을 찍을 수도 있죠. 온라인 영상은 스마트폰으로도 충분해요. 교회에서 수련회 홍보 영상을 찍거나 학교 방송부 활동도 해 보고, 친구들과 무엇이든 만들어 보세요. 지금은 틀려도 되니 겁내지 말고 자유롭게 많이 도전해 보기를 바라요.Q  


Director
영상 감독

하는 일
영상 연출, 기획, 제작 과정을 총괄함
업무 수행 능력
기획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관찰력, 창의력
되는 길
영상, 미디어, 디자인 등 관련 전공 졸업 후 실무 경험을 쌓으면 유리함
지식
영상 편집 프로그램과 촬영 기술에 대한 지식
관련 학과
미디어영상광고학과, 영상디자인학과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