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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싸이 스타일, 못생기고 웃긴 춤을 추는데 쫄지도 않아

과월호 보기 손한나 (다음커뮤니케이션)

싸이 스타일, 못생기고 웃긴 춤을 추는데 쫄지도 않아

 

싸이가 월드스타가 되기 전에는

    이제는 명실상부한 ‘월드스타’ 싸이가 되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호칭은 사실 싸이의 것이 아니었다. 싸이 이전에 이미 미국 진출을 목표로 열심히 노력하고 나름의 성과도 거둔 연예인들도 있었다.
    비는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찍었고 타임지가 선정한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으며, 원더걸스도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76위의 쾌거를, 소녀시대도 최근 미국 유명 쇼 프로에 출연해 얼굴을 알렸다. 사실 이 정도만 해도 문화가 완전히 다른 낯선 나라에서 달성한 충분한 성공이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싸이가 6집 앨범 ‘강남스타일’을 발표했고 유튜브를 통해 뮤직비디오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싸이는 진짜 ‘월드스타’가 되어 버렸다. 싸이도 얼떨떨했겠지만, 지켜보는 우리도 모두 얼떨떨했다.

 

싸이였을까?

     못생기고 뚱뚱하고 눈도 작고 겨땀 굴욕에 군대도 두 번 가고, 딱히 글로벌스타가 되려는 생각도 별로 없어 보였던 싸이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뜰 수 있었을까? 비록 지금은 군인이지만 몸 좋고 운동 잘하고 춤도 잘 추고 눈웃음 매력적인 노력파 비도 있었고, 미국파도 두 명이나 있고 예쁘고 춤도 잘 추고 예능도 잘하고 무대 컨셉도 항상 최고인 소녀시대도 있었다. 
     여러 가지 분석이 있을 수 있겠지만 여기서 한 번쯤 짚어 보고 싶은 건 싸이의 성공은 어쩌면 자신의 독특한 캐릭터를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거다. 그러니까, 못생기고 뚱뚱해서. 못생기고 뚱뚱한데 웃긴 춤을 춰서. 못생기고 뚱뚱하고 웃긴 춤을 추는데 쫄지도 않아서. 못생기고 뚱뚱하고 웃긴 춤을 추는데 쫄지도 않고 가끔 진지한 말도 해서. 
    그는 전혀 ‘쫄지 않고’ 미국 방송에 나가 ‘한국어’로 노래를 부르며 관중들을 흥분시켰고, 방송에서 시답잖은 농담을 하며 무려 외국인들을 웃겼고, 때로는 자신의 다소 부끄러운 과거까지도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선글라스를 벗으면 여전히 못생긴 동양인에 불과했지만 그는 이렇게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 주며 사람들과 소통했고, 싸이의 단점 같아 보였던 많은 것들이 결국에는 그만이 가진 장점이 되어 버렸다. 그 우스꽝스럽지만 즐겁고 거침없는 모습에 전 세계는 싸이와 강남스타일, 그리고 말춤에 이토록 열광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싸이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 아직 싸이는 빌보드 차트 1위를 하지 못했다. 몇 주째 2위에만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다 결국 1위를 하는 날이 올지, 혹은 2위를 좀 더 할지, 아니면 이제 순위가 떨어질지는 잘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셋 중 하나의 결과는 곧 닥쳐온다는 거다.
     싸이가 빌보드 차트 1위라는 말도 안 되는 일을 달성하든 혹 이제 서서히 순위가 하락하고 사람들의 관심에서 잊혀지든 간에 우리는 그저 지금까지 그가 우리에게 선사한 ‘즐거운 기억’들 만으로도 온전히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앞으로의 결과에 상관없이 말이다. 해외에 살고 있는 유학생이나 교포들은 싸이의 인기로 덩달아 어깨가 으쓱해졌을 테고, 한국에 있는 우리 역시 말춤을 추며 열광하는 금발 외국인의 모습이나 떼창 가득한 ‘시청대첩’ ‘경기대첩’ 등을 흐뭇한 엄마 미소로 보고 있었다면 이미 그걸로 충분한 거다. 
    빌보드 1위, 그 나름대로의 기쁨이 분명 있겠지만 꼭 1위를 하지 못해도 우리는 그동안 ‘싸이 덕분에’ 충분히 즐거웠으니까. 사실 등수라는 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니다. 빌보드 차트의 순위보다는, 뜬금없이 월드스타가 되어 2012년 한 계절 동안 우리를 기쁘게 해준 싸이, 그 자체로 오랫동안 기억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