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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3월

[영화 소개] 청춘아 힘을 내! - 족구왕(2013)

과월호 보기 손한나 (카카오)

학창시절엔 좋은 대학교에 진학하지 못할까 봐 조바심이 났다. 대학 졸업 즈음엔 ‘그럴 듯한 직업’을 못 가질까 봐 겁이 났다. ‘쟤는 어디 어디 다닌대. 어디 어디 붙었대.’ 세상이 좋다고 하는 것들, 남들이 좋다는 것은 나도 꼭 가져야 할 것 같았고, 그러는 사이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잊어버렸다. 이 영화는 “그런 게 청춘이냐?”고 묻는다. “그렇게 살아서 너무 지겹지 않았니?” 하고 묻는 것이다.
주인공 만섭이 제대 후 돌아온 캠퍼스는 예전 같지 않다. 없어진 족구장을 다시 만들어 달라는 복학생 만섭은 취업 경쟁에 내몰린 학생들에게 주제 파악도 못하는 우스꽝스런 선배일 뿐이다. 하지만 만섭은 공무원 시험이나 준비하라는 선배 앞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족구를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끝내 떠나갈 걸 알면서도 예쁜 여학생에게 순정을 바치는 자신의 마음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적어도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그 무엇에 대해서만큼은 진실하게 그리고 최선을 다해 다가간다. 촌스럽고 우직하지만, 바로 이런 게 청춘이 아니냐는 듯이.
<족구왕>은 저예산 독립영화로 만들어졌지만, 2013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초대돼 호평받은 작품이다. <응답하라 1988>에서 정봉이로 나온 배우 안재홍의 얼굴과 연기가 제법 익숙하고 반갑다. 때깔 좋은 흥행영화는 아닐지라도, 그 속에 담긴 메시지가 제법 묵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