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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3월

[음반 소개] 함께 즐거워하며 사는 것 - 술탄 오브 더 디스코(Groove Official)

과월호 보기 손한나 (카카오)

음식을 아주 잘하진 못하지만, 그래도 요리하는 걸 즐기는 편이다. 물론 처음부터 좋아했던 건 아니다. 귀찮기만 하고 관심조차 없던 요리를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던 건, 대학부 졸업을 앞두고 참가한 교회 수련회에서였다. 부연하자면, 오랫동안 고민하던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의 답이 ‘주 안에서 먹고 마시고 즐거워하면 된다’는 것을 깨달은 이후부터였다고나 할까. 좀 우습지만, 먹고 마시고 즐거워하려면 요리 실력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이나 사랑하는 동역자들과 함께 ‘먹고 마시고 즐거워하며’ 사는 것은 내게 참 중요한 일이었다.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고 처음으로 제주도 여행을 함께 갔을 때, 힙합을 좋아하던 남편에게 차 안에서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노래 ‘숱한 밤들’을 들려 줬다. 윤덕원이 1990년대 가수 솔리드를 오마주하며 만든, 힙합과는 다소 거리가 먼 이 노래를 다행히 남편은 아주 좋아해 줬고, 우리는 해안도로를 도는 내내 이 노래를 듣고 또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누군가가 함께 좋아해 주는 것, 별것 아닌 그 사소한 따뜻함의 여운은 생각보다 컸다. 그리고 “네 아내(남편)와 더불어 주 안에서 먹고 마시고 즐거워하라”는 전도서의 말씀이 함께 노래를 듣던 그 해안도로에서 조금은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느껴졌다.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