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꿈꾸고 있나요?
원작 영화도 워낙 유명하지만 토니상을 휩쓴 뮤지컬도 꼭 한번 보고 싶던 작품인데, 마침 영국 오리지널 공연실황을 스크린으로 옮긴 영화가 몇 년 전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1980년대 영국, 탄광 노동조합은 정부와 맞서고 마을은 흉흉한 분위기에 휩싸이지만 우연히 발레를 접한 열두 살 빌리는 자신의 놀라운 재능을 발견하게 된다. 남자가 무슨 무용이냐는 비난과 가난한 가정형편, 가족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꿈을 향한 빌리의 진심과 재능에 결국 하나둘씩 그를 응원하게 되는데...
엘튼 존이 작곡한 뮤지컬 넘버들과 앙상블도 훌륭하지만, 무엇보다 빌리를 연기한 꼬마들의 춤과 노래가 너무나 인상적이다. 열두 살 언저리의 소년이 추는 탭댄스, 발레, 노래, 연기...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장면들이 이어지다가, 성인이 된 빌리와 함께 와이어를 달고 하늘을 날면서 백조의 호수를 추는 하이라이트 장면에서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벅찬 감정이 밀려왔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꿈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 비록 집에서 본 공연실황이었지만, 내 마음은 런던 극장의 관객들과 함께 기립박수를 치고 있었다. 춤과 노래, 이야기가 함께 어우러져 줄 수 있는 행복이란 바로 이런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