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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월호 보기 손한나 (카카오)
‘주의 옷자락 만지며’, 얼마 전 주일 예배에서 지구 반대편 남미에서 불렸다는 이 찬양을 무심히 따라 부르다가 마지막 가사에서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멍해지고 말았다. ‘주의 옷자락 만지며 주의 두 발을 씻기며 주님 그 발에 입 맞추며 나의 왕관을 놓으리.’ 나의 왕관. 그 순간에야 깨달았다. 내 머리에는 왕관이 있었다는 사실을. 주님이 왕이라고 했지만 실은 나도 모르는 사이 내 머리에 당당히 쓰고 있었던 그것, 그리고 마치 내가 왕인 것처럼 살고 있었다는 사실까지도.
‘나의 왕관을 놓으리’라고 다시 고백하는 순간 눈물이 쏟아졌다. 그리고 눈물은 쉽게 멈추지 않았다. 왕관을 쓰고 있었던 나의 뻔뻔함. 그러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나의 무지함... 앞으로도 여전히 우리는 죄성으로 인해 왕관을 탐하겠지만, 그리고 또다시 이 찬양을 부르며 부끄러움에 눈물이 쏟아지겠지만 그것이 모두 성화의 과정이길. 부족한 우리는 이 과정들을 반복해 나가며 이렇게나마 다듬어져 가는 것이길 간절히 바라본다.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