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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월호 보기 손한나 (다음커뮤니케이션)
어렸을 적, 친구들과 집 근처 YMCA에서 한 달에 한 번 상영해 주는 영화를 보기 위해 우르르 몰려가곤 했다. 그렇게 수십 편의 영화를 봤지만 지금까지도 귓가에 주제가가 맴돌 정도로 기억 속에 뚜렷하게 남아 있는 작품은 바로 <로빙화>다.
주인공인 ‘아명’은 자신이 사는 동네의 앞산과 피어오르는 물안개를 가지각색의 색깔로 표현하는 화가가 되는 것이 꿈인,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소년이다. 비록 크레파스 살 돈도 없고, 주변에 그의 그림을 인정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그러던 중, 우연히 아명의 학교에 새로운 미술 선생님이 부임하게 되고, 이 만남을 계기로 아명의 그림 실력과 꿈은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뙤약볕에 일하다 쓰러지는 아버지를 위해 시원한 태양을 염원하는 아명의 고운 마음씨는 풍부한 상상력과 결합돼 태양을 파란색으로 그리기도 하고, 해질녘 배경의 개를 온통 빨갛게 칠하기도 한다. 이런 아명의 독특한 미술적 재능과 순수함, 그 잠재력을 알아봐 준 선생님이 물심양면으로 돕기도 하지만, 아명의 꿈은 고비를 맞게 되는데… (뒷부분은 미리 손수건을 준비하고 봐야 한다.)
오래전 영화지만 여전히 네티즌 평점 9.5가 넘는 평가를 받고 있는 <로빙화>. 애잔한 스토리와 더불어 아름다운 자연 풍경과 잔잔한 주제곡도 인상적인 감상 포인트다. 온통 자극적인 것으로 가득한 현대사회에서 이젠 그 의미조차 희미해져 버린 ‘순수함’이 가득한 감동을 느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