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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영화 소개] 나를 좋아해 줬던 누군가에게 - 러브레터(1995)

과월호 보기 손한나(다음커뮤니케이션)

식상한 말이지만 추억은 누구에게나 소중하다. 추억은 살아가면서 언제든 힘이 되기 때문이다. 추억과 더불어 그 언젠가 ‘나’라는 존재가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소중하게 대우받았던 기억은 참 뭉클하다. 아마 우린 늘 외롭고, 아닌 척하지만 결국엔 사랑받고 싶어 하는 약한 존재이기 때문이 아닐까.
‘후지이 이츠키’라는 같은 이름을 가진 남학생과 여학생이 있었다. 학창 시절에는 그리 기억에 남는 사이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어른이 된 후 여학생 ‘후지이 이츠키’는 우연한 기회에 같은 이름을 가졌던 그 남학생과의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
‘그때 우리가 이름이 같아서 친구들에게 커플이라고 놀림 받고, 시험지도 바뀌었고, 또 무슨 일이 있었더라?’ 친하게 지내진 않았지만, 그들의 기억 속에 있는 학창 시절의 어여쁘고 싱그러운 장면들이 펼쳐진다. 그리고 영화의 맨 마지막 장면에 가서야 두 사람의 관계에 얽힌 가슴 아린 비밀이 밝혀진다(꼭 끝까지 봐야 한다!). 그리고 한동안 먹먹하게 다가오는 엔딩의 여운.
나도 이 영화를 처음으로 본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때 나 역시 십대였고, 각각 다른 사람과 이 영화를 세 번이나 봤던 재미있는 기억이 있다.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 기억들은 소중하다. 나 역시 사랑받고 싶고 소중한 추억을 간직하고픈 약한 존재니까. 이 영화는 내게도 어쩌면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예쁘게 기억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