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김지혁 목사 (사랑의교회)
자살, 이렇게나 많이?
살아가면서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해 본 사람이 우리나라에만 560만 명,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 사람은 연간 10만 명이라고 해. 안타깝게도 우리 주변에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아. 이유가 어찌 됐든 최근 우리가 목격하는 자살 현상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만 볼 수는 없어. 그건 사회병리적인 문제이자 동시에 교회 공동체가 함께 감당해야 할 문제로 생각해야 해. 특히 자살한 사람은 구원을 받을 수 없고 무조건 지옥에 간다는 통설이 교회 안에 존재해 왔는데 과연 그럴까?
성경에 나오는 자살 이야기
성경에는 총 7번의 자살 기록이 등장하지. 아비멜렉(삿 9:52∼54), 삼손(삿 16:23∼30), 사울과 그의 부하(삼상 31:1∼6; 대상 10:10∼13), 아히도벨(삼하 17:23), 시므리(왕상 16:18∼19), 그리고 신약에서 가룟 유다(마 27:3∼10). 자살 동기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사실 성경은 자살을 부정적으로 언급하고 있고, 자살을 하나님의 진노와 저주의 결과로 비롯된 것이라고 해.
초대 교회 때부터 자살은 분명 살인죄로 규정되고 있고, 하나님의 주권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됐어. 그 어떤 경우에도 자신의 생명을 스스로 포기할 권리가 인간에게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지. 이런 생각은 중세 시대 때 절정을 이뤘어. 자살한 사람의 영혼은 사탄이 취했기 때문에 그들을 위해서 공식적으로 예배나 기도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단다. 나아가 자살을 하면 지옥에 간다는 생각은 14세기 단테의 『신곡』을 통해 확고해지는데, 자살한 사람은 지하 9층에 있는 사탄과 가장 가까이 있게 된다는 거야.
성경에서는 어떻게 다룰까?
이와 달리 종교개혁자들은 자살이 구원에 이르게 하는 회개의 기회를 박탈시키는 비윤리적인 행위임을 지적하면서도, 자살을 구원의 문제와 연결시키진 않았어. 칼빈과 루터 모두 자살을 강력하게 비판했지만, 그것을 영원히 사함 받지 못할 죄라고 여기지는 않았지. 결국 자살이 하나님 앞에서 정말 심각한 죄인 것은 분명하지만, 자살하면 무조건 지옥 간다는 생각이 성경적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울 것 같아. 왜냐하면 성경은 자살하면 구원받지 못한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야.
무엇보다 우리의 구원은 어떤 특정한 죄를 회개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게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자신의 구주로 고백하고 믿음으로 의롭다 함을 받았는지에 달려 있어.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하면서 ‘살인하지 말라’는 제 6계명을 어긴 사람이 비록 회개할 기회를 갖지는 못했지만, 그것 때문에 그가 구원받지 못한다고 주장할 수 있는 성경적 근거를 찾기는 어려울 것 같아. 한평생 신실하게 신앙생활을 하다가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찾아오는 삶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영적, 정서적으로 병이 든 상태에서 자살한 사람의 구원 문제는 하나님께 맡기고 우리가 섣불리 판단하지 않는 것이 겸손한 태도라는 거야.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으로 영혼을 품자!
또한 고의적인 살인으로서의 타살과는 달리, 특히 그리스도인들에게 나타나는 자살의 경우는 대체로 우울증 같은 정신적 질환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그것은 비판과 정죄의 대상이 되기보다는 치료와 회복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할 것 같아. “자살하면 지옥 간다!”라는 주장이 자살을 예방하는 교육적 충격 효과를 불러올 수는 있겠지만, 그런 효과 때문에 성경적이지 않은 내용을 가르치는 것도 올바르지 않아. 우리 주변에 혹시 자살 충동을 느끼는 친구들이 있다면 따뜻한 마음으로 관심을 갖고, 한 영혼을 천하보다 귀하게 여기시는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으로 그들을 품는 <큐틴> 친구들 되기를 바랄게.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