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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5월

착한 거짓말은 해도 되나요?

과월호 보기 김지혁 목사 (사랑의교회)

 무슨 색깔 거짓말?
“방~금 출발했어요!” (자장면 배달이 너무 늦어 취소하려고 항의 전화할 때)
“세상에서 네가 제일 예뻐” (여자친구에게 프로포즈하는 남자가)
“이건 너한테만 말하는 비밀인데...” (서로의 신뢰 관계를 강조하면서)
“밥 먹고 왔어요.” (밥 차려주겠다는 엄마 피곤할까 봐)
“이게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거야~” (감기에 걸린 아기에게 약을 먹이는 엄마가)


이 사례들은 악한 마음으로 상대방을 속이려는 ‘새빨간 거짓말’(red lie)과는 달리, 상대방의 마음을 유쾌하고 즐겁게 해 주면서 상대방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유머의 거짓말’ 또는 사회생활에 필요한 예의의 차원에서 일상화 된 ‘선의의 거짓말’(white lie)이라 할 수 있어. 거짓말에도 여러 종류와 색깔이 있는 것 같은데, 과연 용납될 수 있는 거짓말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을까?


너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제2차 세계대전 때 네덜란드를 점령한 독일군은 그곳에 있는 유대인들을 죽이기 위해 집집마다 수색을 했어. 하루는 독일군이 유대인이 숨어 있는 마을을 탐문하며 한 집의 문을 두드렸어. 이때 집주인은 사실대로 말을 해서 유대인이 잡혀가도록 해야 할까, 아니면 거짓말을 해서라도 그 유대인의 목숨을 지켜 줘야 할까? 성경에도 우리가 깊이 생각해 봐야 할 두 번의 거짓말이 나와. 출애굽기 1장에는 히브리 산파들이 남자아이들을 죽이라는 바로 왕의 명령을 어기고 아이를 살려 준 뒤 너무 늦어 손을 쓸 수 없었다고 거짓으로 둘러댔어. 여호수아 2장에도 이스라엘 정탐꾼들이 여리고 성에 잠입해 기생 라합의 집에 숨었을 때 라합은 정탐꾼들을 숨겨두고 집에서 나갔다고 거짓말한 일이 있었지.


십계명으로 이해하는 거짓말
성경에 나오는 십계명의 9계명은 “네 이웃에 대하여 거짓 증거하지 말라”(출 20:16)야. 또 “거짓을 버리고 각각 그 이웃과 더불어 참된 것을 말하라”(엡 4:25)는 성경 말씀도 있어. 그리스도인들은 어떤 경우든 진실을 말하고 정직한 삶을 살아야 하며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거야. 하나님과의 관계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을 할 때에도 거짓말은 관계 자체에 손상을 입히는 해악이야. 하지만 거짓말의 문제는 다른 규범과의 관련 속에서도 이해해야 할 것 같아. 예를 들어, “살인하지 말라”는 6계명과 “거짓 증거하지 말라”는 9계명이 상충할 때, 6계명이 9계명보다 상위의 규범으로 인식돼야 한다는 거야. 생명을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6계명을 지키기 위해서 9계명을 어긴 것이 신학적, 윤리적으로 잘못이라고 할 수 없는 거지.


결국은 정직하고 진실하게!
기도제목을 나누고 “널 위해 매일 기도해 줄게” 하고서는 기도하지 않거나, “조만간 밥 한번 먹자”라고 하면서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은 우리가 쉽게 저지르는 주의해야 할 거짓말 중 하나야. 사람들을 즐겁게 만드는 유머의 거짓말이나 남들을 배려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선의의 거짓말도 하지 않는 것이 더 좋아. 하지만 히브리 산파나 라합의 경우, 그리고 유대인을 숨겨 준 집주인의 경우에는 생명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목숨과 바꾼 거짓말’을 했어. 악의 세력에 대항하면서 이웃의 생명을 위해 순교할 각오로 하는 선의의 거짓말은 기독교 윤리학적으로 용납될 수 있어. 자기 욕심이나 자존심, 이익을 위한 거짓말은 하나님께서 결코 용납하시지 않으셔. 사소한 거짓말로 비극이 일어나기도 하고 공동체가 어려움을 겪기도 해.  우리가 일평생 사는 동안 악한 세력과 싸우면서 순교할 각오로 ‘목숨과 바꾼 거짓말’을 해야 할 경우는 절대로 없었으면 좋겠다. 그 대신 일상생활 가운데 늘 진실하고 정직하게 하나님과 사람들 앞에서 부끄러움 없는 모습으로 떳떳하게 살아가는 <큐틴> 친구들 되기를 바랄게.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