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임준섭 목사 (샬롯츠빌한인교회, 분자생물학 이학 박사)
뜨거운 한낮에 친구들과 땀을 뻘뻘 흘리며 농구를 하고 집에 막 들어선 동엽이는 시원한 물을 마시기 위해 냉장고부터 열었어요. 그런데 평소 물병이 있던 자리가 텅 비어 있었어요. “아, 목이 너무 마른데… 물이 어디 있지?” 그 순간 낯선 물병이 하나 보였어요. 연한 갈색빛이 도는 것이 어쩐지 맛있어 보였죠. 목이 너무 말랐던 터라 급히 그 물을 벌컥벌컥 마셨어요. 그런데, “으악! 왜 이렇게 쓴 거야?” 떨떠름한 표정으로 서 있는 동엽이에게 엄마가 웃으면서 말씀하세요. “동엽아, 그거 아빠 드시라고 만든 약재 달인 물이야!”
마라의 쓴 물
성경에도 맛이 쓴 물이 등장해요(출 15:22~25). 방금 애굽에서 탈출해 홍해를 건넌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 처음 만난 물이에요. 광야의 뜨거운 태양열과 거친 흙먼지로 목이 심하게 말랐던 이스라엘 백성은 물을 찾았어요. 그들은 홍해를 건넌 후 약 3일 만에 도착한 지역에서 처음으로 물을 얻었어요. 그러나 그 물은 몹시 써서 마실 수가 없었죠. 그 물의 이름을 지역 이름을 따서 ‘마라’라고 했어요. 마라는 ‘쓰다’ 또는 ‘괴롭다’라는 의미예요.
마라의 쓴 물로 인한 고통은 심한 갈증으로 힘들었던 이스라엘 백성을 더욱 절망하게 만들어요. 그래서 결국 백성은 모세를 원망하죠. 애굽의 바로 왕에게 내린 열 가지 재앙이나 홍해가 갈라지는 기적 등을 통해 전능하신 하나님을 경험했던 이스라엘 백성이지만, 당장 주어진 육체의 고통 앞에서 한없이 악한 본성이 드러나는 걸 보면 안타깝기만 해요.
물이 쓴 이유는?
그렇다면 이스라엘 백성이 마신 마라의 물이 썼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보통 물이 쓴맛이 나는 이유는 물의 수소 이온 농도, 즉 pH가 높기 때문이에요. pH 7을 기준으로 중성이라 하고, 그 수치가 높으면 염기성, 낮으면 산성이라고 해요. 염기성 액체는 일반적으로 쓴맛을 내고, 산성은 신맛을 내게 마련이죠. 염기성이나 산성의 물은 마시기 어렵기 때문에 중성의 물로 바꿔 줘야 해요.
우리 몸의 pH는 일반적으로 7.4 정도 되는 중성이에요. 염기성이나 산성의 액체를 중성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염기성에는 산성을, 반대로 산성에는 염기성의 액체를 첨가해야 해요. 이렇게 해서 중성의 액체가 만들어지는 화학 반응을 중화 반응이라고 하죠. 그렇다면 쓴맛을 낸 마라의 물은 아마도 pH가 높은 염기성이었을 거라고 추측할 수 있어요.
나무 십자가의 은혜를 기억하라
하나님께서는 마라의 쓴 물을 백성이 마실 수 있는 맛으로 변화시켜 주세요. 그 방법이 몹시 신기해요. “여호와께서 그에게 한 나무를 가리키시니 그가 물에 던지니 물이 달게 되었더라”(출 15:25). 주변의 한 나무를 쓴 물에 던지니 물맛이 달게 변화됐어요. 염기성의 물에 중화 작용이 일어나서 마실 수 있는 중성으로 바뀐 거예요. 놀랍게도 당시 광야 지역에서 구할 수 있는 나무 종류들은 대체로 산성을 띠고 있었다고 해요.
하나님께서는 중화 작용으로 쓴 물을 단물로 바꾸시고, 산성을 띠는 나무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을 목마름에서 구원하셨어요. 모든 세상을 창조하신 전능하신 하나님이시니 이쯤은 아무것도 아니었겠죠?
마라의 쓴 물이 단물로 바뀌는 말씀을 통해 우리가 깨달을 수 있는 진리는 무엇일까요? 모든 사람을 죄에서 구원하시기 위해 이 땅에 오신 예수님께서 나무로 만든 십자가에서 죽으셨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세요. 십자가의 은혜가 아니면 모든 사람은 영원히 죽을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광야의 뜨거움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지옥 불 속에서 영원히 고통을 받았겠죠.
하지만 예수님의 십자가는 우리를 구원해 주셔서, 고통을 주는 쓴 물을 달게 하시며 고난 속에서도 기뻐할 수 있게 해 주셨어요. 우리를 구원하신 십자가의 은혜를 기억하고 감사하는 친구들이 되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