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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6월

혼인잔치 포도주에 담긴 비밀은?

과월호 보기 임준섭 목사 (샬롯츠빌한인교회, 분자생물학 이학 박사)

딩딩~ 둥둥~ 신나는 음악과 함께 기뻐하는 사람들의 왁자지껄한 소리가 흥겨워요. 무슨 일인가 봤더니 결혼을 축하하는 혼인잔치가 벌어졌네요. 모두들 신랑, 신부의 아름다운 가정과 미래를 축하하는 기쁨 가운데 한껏 들떠 있어요. 그런데 잔치가 한창 무르익을 때쯤, 사람들의 입에서 불평이 쏟아져 나와요. 무슨 일이죠? 앗, 잔치에 쓰이는 포도주가 다 떨어졌네요. 얼마나 큰일이기에 사람들이 이렇게 불평을 하는 걸까요?



물이 포도주로 변하다?!

유대인들은 혼인을 할 때 전통적으로 일주일 정도 큰 잔치를 열었어요. 이 혼인잔치는 신랑, 신부는 물론 온 마을 사람들의 기쁨이 돼요. 그 기쁨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것이 포도주예요. 그래서 혼인잔치에 포도주가 떨어졌다는 것은 기쁨이 사라졌다는 의미예요. 그러니 포도주가 떨어진 것은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죠. 

그런데 요한복음 2장에서 혼인잔치에 포도주가 떨어지는 일이 등장해요. 갈릴리 가나지역의 한 혼인잔치에서 포도주가 떨어져 낭패가 벌어진 사건이죠. 그런데 예수님께서 이 사건을 해결해 주세요. 

예수님께서는 어머니와 함께 혼인잔치에 참석하셨어요. 이때 어머니 마리아로부터 포도주가 떨어졌다는 소식을 들으신 예수님께서 이 문제를 해결하세요. 어떻게 해결하시냐고요? 바로 맹물을 포도주로 바꾸시는 기적을 일으키셔서 해결해 주신답니다. 그것도 이전에는 맛보지 못했던 아주 질 좋고 맛있는 포도주로 말이죠. 예수님께서 이렇게 베푸신 기적을 통해서 혼인잔치에는 기쁨이 회복된답니다. 


포도주에 감춰진 화학 작용은?

예수님께서 맹물로 포도주를 만드신 것은 기적이지만, 일반적으로 포도주가 만들어지려면 반드시 발효라는 화학 작용이 일어나야 해요. 발효는 탄수화물의 당이 효모나 세균 따위의 미생물에 의해서 분해되는 과정이에요. 특히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생물체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이에요. 

포도주의 경우, 포도에 있는 과당이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되는 발효 과정을 겪어요. 이 밖에도 다양한 음식에 발효가 사용되기 때문에, 발효는 일상생활과 매우 밀접한 화학 작용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한국의 대표 음식인 김치가 그렇고, 치즈나 요구르트와 같은 유제품을 만들 때도 발효 과정이 필요하죠. 

사실 음식물이 썩어서 부패하는 현상도 발효와 비슷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차이점은 부패는 몸에 해로운 독성 물질을 내놓는다는 거예요. 부패한 음식은 냄새도 고약하지만, 섭취하면 큰 탈이 나게 되는 것도 바로 이러한 독성 물질 때문이에요. 발효를 통해서 잘 숙성된 음식은 맛이 좋지만, 잘못돼 부패하면 먹을 수 없어 버려야 해요.


변치 않는 복음으로의 초대

유대인의 혼인잔치에서 하이라이트는 신랑이 신부에게 청혼하는 장면이에요. 모든 잔치가 마무리될 무렵, 신랑은 신부가 마음에 들면 포도주를 신부에게 건네며 청혼을 해요. 신부가 이 포도주를 받으면 결혼을 승낙하는 거예요. 이 장면은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나누신 최후의 만찬을 떠오르게 해요.

예수님께서는 잡히시기 직전, 만찬 자리에서 제자들에게 포도주를 건네세요. 그것은 예수님과 연합하며 살자는 의미예요. 열두 제자는 예수님의 말씀에 순종해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든든히 세우며 예수님과 연합하는 삶을 살았어요. 마치 잘 발효돼 맛있게 숙성된 포도주와 같은 삶을 산 것이죠.

어떤 사람은 세상에서 아무런 기쁨도 찾을 수 없다고 말해요. 또 어떤 사람은 세상이 너무 많이 부패했다고도 말하죠. 그렇다면 누군가는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켜야 해요. <큐틴> 친구들이 이 일에 도전해 보는 것은 어때요? 예수님의 거룩하고 정결한 신부가 돼 잘 발효된 포도주와 같은 참된 기쁨을 이 세상에 전하는 예수님의 멋진 제자가 되기를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