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임준섭 목사 (사랑의교회, 분자생물학 이학 박사)
“과학이 발달하면 다 해결해 줄 거야.” 인구 증가와 식량 부족, 미세 먼지와 쓰레기, 지구 온난화 등 인류가 당면한 수많은 난제들에 대한 답으로 종종 듣게 되는 이야기예요. 물론 과학이 더욱 발달하면 이런 문제들 중 일부는 해결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과학이 정말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까요? 과학에는 어떤 한계도 없을까요?
과학은 완벽하지 않아요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이름만 들어도 머리가 아픈 친구들이 있겠지만, 과학이 인간의 삶에 많은 혜택을 주는 것은 사실이에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불치병으로 여겨졌던 암이 이제는 조기에 발견하면 대부분의 경우 치료가 가능하게 됐어요. 암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과학 분야가 그만큼 발달했기 때문이에요. 이런 현상들을 보며, 과학이 지금보다 훨씬 더 발달할 미래에는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상상할 수 있겠죠. 하지만 과학도 분명히 한계가 있어요.
비행기나 자동차가 아무리 빨라져도 빛보다 빠른 운송 수단을 만들 수는 없어요. 의료 기술이 아무리 발달한다 해도 인간의 노화를 다소 늦출 수 있을 뿐, 늙는 것 자체를 막을 수는 없어요. 결국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말이죠. 과학으로 모든 진리를 완벽하게 증명할 수도 없어요. 전통적인 과학의 증명법은 경험과 실험의 방법을 따라요. 예를 들어, ‘개는 다리가 네 개’라는 사실을 완벽하게 증명하려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개를 다 조사해야 하는데, 이런 식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진리를 증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에요. 또한 세상에는 경험이나 실험으로 증명하기 어려운 추상적인 것들도 많아서 과학적 방법으로 모든 것을 증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죠.
문제를 일으키는 과학
때로는 과학의 발달이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큰 위협이 되기도 해요. 예를 들면, 제1, 2차 세계대전에서 당시 놀랍게 발달된 군사 무기로 인해 상상할 수 없는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죠. 전사자가 대략 3천 5백만 명에 이르고, 민간인 사상자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어요. 나치의 유대인 학살과 같은 비극적인 사건도 이때 일어난 일이에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인간의 생명이 가장 하찮게 취급된 가슴 아픈 역사죠.
그런데 이처럼 큰 전쟁이 가능했던 것은 놀랍게도 과학의 발전에 있어요. 각종 화기의 살상력은 발달된 과학으로 극대화됐고, 심지어 핵폭탄을 만들어 내기에 이르렀죠. 제트전투기가 개발된 것도, 생화학 살상 무기의 비약적인 발전도 이때 이뤄졌어요. 유대인 학살을 가능하게 했던 것도 당시 유행하던 ‘우생학’(유전 법칙을 응용해서 인간 종족의 개선을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잘못된 생물학 이론 때문이죠.
과학자도 사람이에요
《지킬 박사와 하이드》라는 유명한 소설에는, 낮에는 ‘지킬’이면서 밤에는 ‘하이드’인 이중인격을 가진 인물이 등장해요. 소설은 선과 악의 면모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인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는데, 여기에 등장하는 지킬 박사는 화학자예요. 하이드는 지킬 박사가 만든 화학 약물을 먹고 변한 악한 인물의 전형이죠. 지킬 박사가 처음 이 약물을 만든 것은 스스로 선과 악을 선택할 수 있는 신적 인물이 되고자 하는 욕심 때문이었어요. 마치 선악과를 먹고 하나님처럼 되고자 했던 아담처럼 말이에요.
과학자도 불완전한 사람에 불과해요. 이것이 과학이 결국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결정적인 이유예요. 그러니 과학을 맹신하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