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임준섭 목사 (샬롯츠빌한인교회, 분자생물학 이학 박사)
예수님과 제자들이 길을 가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나타났어요. 흙먼지 가득한 땅바닥에 바짝 엎드린 그는 다짜고짜 예수님께 말했어요. “저를 좀 고쳐 주세요! 선생님은 충분히 고치실 수 있지 않으십니까? 제발….” 반쯤 울음이 섞인 그 사람의 목소리는 무척 절박해 보여요. 그 사람을 살피던 제자들은 깜짝 놀랐어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거든요. 한 제자가 머뭇거리며 예수님께 말해요. “예수님! 이 사람, 나병에 걸렸어요!”
나병? 한센병!
나병은 성경에 등장하는 가장 무서운 질병 중 하나예요. 물론 성경에서 나병이라고 번역된 원어는 지금의 나병과는 달리 더 넓은 의미의 지독한 피부병을 의미하죠. 나병은 세균성 질병으로, 미코박테리아(Mycobacteria)의 일종인 나균에 의해서 발병해요.
나병 환자는 나균이 일정 기간의 잠복기를 지나면 신체 말단부터 썩거나 문드러지는 증상을 겪어요. 결국 신경계까지 손상을 입어 시간이 지나면 통증조차 느낄 수 없게 되죠. 그렇기 때문에 치료를 하지 않으면 환자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에게도 큰 고통을 주게 돼요.
오늘날 나병은 쉽게 치료할 수 있고, 유전도 되지 않아요. 전염력도 무척 약하고요. 하지만 예전에는 치료약도 없었고, 나병 환자의 외모 때문에 무서운 병으로 인식됐죠.
지금은 나병이라는 표현을 잘 쓰지 않아요. 그 이유는 나병이라는 표현 자체가 나병에 걸린 환자에 대한 인격적 모욕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나병을 일으키는 세균을 처음 발견한 노르웨이의 의학자 게르하르 한센(Gerhard H. A. Hansen)의 이름을 빌려 ‘한센병’(Hansen’s disease)이라고 불러요.
하나님의 징벌인가?
나병, 즉 한센병은 예수님 당시 유대인들이 가장 두려워했던 질병 중 하나였어요. 왜냐하면 유대인에게 한센병은 하나님께 받는 일종의 징벌처럼 여겨졌기 때문이에요. 한센병은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에게 모세를 통해서 주신 율법에 등장해요. 여기서 한센병은 개인을 넘어 이스라엘 공동체의 부정함을 상징해요(레 13~14장). 그래서 한센병에 걸린 사람은 이스라엘 공동체 안에 들어올 수가 없었어요.
모세를 비난했던 미리암은 한센병에 걸려 이스라엘 진 밖으로 쫓겨났어요. 미리암의 한센병은 모세에게 도전한 미리암과 아론을 책망하기 위한 하나님의 징벌이었죠(민 12:7~9). 그렇다면 모든 한센병 환자는 하나님께 징벌을 받은 것일까요?
그를 불쌍히 여기사
한센병은 물론 어떤 사람이 큰 병이나 사고를 당하면 하나님께서 그를 벌하시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어요. 그러나 그것은 옳은 생각이 아니에요. 예수님께서는 사람의 질병이나 사고가 하나님께 벌을 받았기 때문이 아니라고 분명하게 말씀하세요(요 9:1~3). 무엇보다 예수님께서는 모든 질병과 아픔을 해결하시기 위해서 이 땅에 오셨죠.
앞에서 소개한 한센병 환자는 예수님께서 자신의 질병을 해결하실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예수님께 간절히 부탁을 한 거예요.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그를 완전히 치유해 주셨죠. 그런데 예수님께서 그를 불쌍히 여기셨어요(막 1:41).
여기서 불쌍히 여기는 것은 단순히 동정하는 것이 아니라 깊이 사랑하는 것을 의미해요. “네 이웃을 네 자신같이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바로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에요(마 22:37~39). 누구나 자신의 몸을 사랑하기에 건강하기를 바라잖아요. 그 사랑하는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도 가지라는 뜻이에요. 질병이나 사고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는 더욱 그렇게 하라는 말씀이죠.
예수님의 참된 제자인 <큐틴> 친구들은 질병이나 사고로 어려움을 당한 이웃에게 예수님처럼 사랑을 실천하기를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