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이야기 김예성 목사
서울시 정동에 자리 잡은 빨간 벽돌로 지어진 ‘배재학당 역사박물관’에는 “욕위대자(欲爲大者) 당위인역(當爲人役)”라는 글이 적혀 있어요. 이 글은 마태복음 20장 26~28절의 예수님 말씀을 “크고자 하거든 남을 섬기라”로 요약해 한문으로 번역한 것이랍니다. 우리나라 초기의 근대식 교육 기관 중 하나인 배재학당에는 설립자 아펜젤러 선교사님의 이러한 가치관이 녹아 있어요. 아펜젤러 선교사님은 어떤 섬김의 모습을 보여 주셨을까요?
한국의 역사를 바꾼 1885년의 부활절
헨리 아펜젤러는 1858년 2월 6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수더튼에서 태어났어요. 어릴 때부터 어머니가 읽어 주시는 성경을 들으며 자란 그는 복음이 없는 땅에 복음을 전하고 싶다는 꿈을 꾸었어요. 드류신학교를 졸업한 아펜젤러는 미국 감리회 해외선교부 소속의 선교사가 되어, 아내와 함께 1885년 2월 2일, 일본으로 향하는 배에 몸을 실었어요. 아펜젤러 선교사님은 한국에 입국하기 위해 일본에서 준비하고 있는 다른 선교사님들과 함께 한국으로 향했어요. 이 배에는 지난 호에서 만나 본 언더우드 선교사님도 함께 타고 있었답니다.
1885년 4월 5일! 이날은 부활절이자, 한국 교회에 있어 역사적인 순간이었어요. 아펜젤러, 언더우드, 스크랜턴 선교사님이 한국에 최초로 복음을 들고 입국한 날이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제물포(인천) 부두에 배가 닻을 내리고, 이들이 배에서 내리려는 순간! 미국의 외교관이 급히 달려왔어요. “선교사님! 지금 이곳은 정치적인 싸움이 벌어지고 있어, 젊은 여성이 들어오기에는 매우 위험해요. 잠시 일본에 돌아가셨다가 다시 오는 게 좋겠어요.” 아펜젤러 선교사님은 임신 2개월째였던 사모님과 일본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어요. 그러고 나서 몇 달 뒤, 나라가 안전해지자 한국으로 돌아왔어요. 아펜젤러 선교사님의 입국이 미루어진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언더우드, 스크랜턴 선교사님과 함께 아펜젤러 선교사님을 한국 개신교 최초의 선교사로 보고 있답니다.
교회와 학교, 다음 세대를 변화시키다!
당시 한국을 다스리던 높은 가문의 사람들은 섬김을 받는 것에 익숙했어요. 남을 섬기는 것은 신분이 낮은 사람이나 하는 일이었지요. 그런데 미국에서 온 푸른 눈의 아펜젤러 선교사님은 이상한 말을 했어요. “남을 섬기는 사람이 정말 큰 사람이며, 높임받아 마땅합니다. 우리는 이 학교를 통해 다른 사람을 섬길 이들을 키워 내려 합니다.”
당시 고종 황제도 학교의 설립을 기뻐하며, ‘인재를 기르는 집’이라는 뜻의 이름을 직접 지어 주었어요. 이렇게 세워진 ‘배재학당’은 지금까지 배재중고등학교로 이어지고 있어요. 예수님의 말씀을 바탕에 두어 세워진 배재학당을 통해 수많은 사람이 예수님을 만났고 인생이 변화되었어요. 지청천, 여운형 등의 독립운동가는 물론, 많은 졸업생이 교육계, 종교계 등 사회의 전 분야에 걸쳐 헌신하며 사회에 큰 영향을 주었답니다.
한편 아펜젤러 선교사님은 집을 한 채 사서 교회를 설립했어요. 이 교회가 14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 감리교 최초의 교회인 정동제일교회예요. 정동제일교회에서 한국 교회 최초로 성찬식이 베풀어졌고, 처음으로 주일학교 찬양대가 조직되었지요. 또한 정동제일교회를 통해 번역된 신약성경이 각 교회로 퍼져 나갔어요. 그리고 정동제일교회는 빛이 보이지 않던 식민지 시절 수많은 청년이 소망을 발견하는 인재 양성소였어요. 이 교회의 파이프 오르간 속 작은 공간에서 독립 선언서 외에도 일제의 만행을 폭로하는 문서가 비밀리에 제작되어 사람들에게 전해지기도 했어요. 정동제일교회는 그야말로 수많은 독립운동가의 눈물과 땀이 서린 역사적 장소랍니다.
아펜젤러 선교사님의 빛나는 마지막
“쾅!!!” 1902년, 목포로 가던 배가 다른 배와 충돌하는 사고가 벌어졌어요. 이 배에는 목포에서 열린 성서번역위원회에 참가하기 위해 서울을 떠난 아펜젤러 선교사님이 있었어요. 아펜젤러 선교사님은 이화학당 여학생을 구출하기 위해 애쓰시다가 안타깝게도 생을 마감하고 말았어요.
이처럼 아펜젤러 선교사님은 선한 목자가 양을 위해 목숨을 버리듯, 낯선 땅 한국을 위해 목숨까지 바치며 참된 사랑을 몸소 실천하셨어요. <큐티프렌즈> 친구들도 내가 값없이 받은 예수님의 사랑을 기억하며, 예수님의 사랑을 삶에서 실천하는 제자가 되기를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