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이야기

2024년 09월

한국을 사랑한 언론인 베델의 강한 펜

선교사이야기 김예성 목사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요. 그런데 한국을 완전히 지배하고 싶었던 일본 제국주의가 표현의 자유는 물론, 한국의 외교권까지 빼앗아 갔던 때가 있었어요. 뜻 있는 민족 지도자들은 국내외에 일본의 음모를 밝히고 어둠 속에 갇혀 있는 한민족을 깨우고 싶었어요. 그러나 표현의 자유를 가로막은 일본 때문에 쉽지 않았지요. 이때 하나님께서 독립을 소망하는 한국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시고, 이에 적극적으로 가세한 한 언론인을 보내 주셨어요. “펜은 칼보다 강하다”라는 말을 행동으로 보여 준 베델 선생님은 어떤 분이셨을까요?

 

언론을 이용한 항일 운동

어니스트 토마스 베델은 1872년 영국의 브리스톨에서 태어났어요. 베델은 16세까지 영국에서 살며 공부하다가 일본으로 건너와 무역 회사를 운영했어요. 그런데 1904년, 러시아와 일본 사이에 전쟁이 일어났어요. 이 전쟁은 한국에까지 영향을 미쳐, 베델은 <런던 데일리 뉴스>의 특파원 자격으로 한국에 발을 디디게 되었어요.

 

베델은 한국에서 취재 활동을 하며 일본이 한국인을 탄압하고 통제하는 모습을 직접 보았어요. 그러면서 한국을 침략하려는 일본 제국주의에 대해 반감을 갖게 되었지요. 그래서 베델은 당대의 지식인이자 민족 지도자인 양기탁, 박은식, 신채호 선생 등과 함께 영자 신문인 <코리아 데일리 뉴스>, 한글과 한자가 함께 쓰인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해 일본의 음모를 비판하는 기사를 쓰기 시작했어요.

 

일본은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표현의 자유를 억눌렀어요. 다른 신문사는 발행을 정지당하는 등 일본의 탄압을 받았지만, 베델은 영국인이었기 때문에 일본의 억압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웠어요. 고종 황제는 <대한매일신보>에 일본의 부당한 침략을 폭로하는 친서를 실었고, 신문은 일본의 탄압에 대해 보도하는 것도 망설이지 않았어요.

 

한편 일본은 한국에 돈을 많이 빌려주었어요. 돈을 빌려준 것을 구실 삼아, 한국의 경제를 손아귀에 쥐려는 속셈이었지요. 이를 알아챈 사람들이 나라를 대신해 빚을 갚자는 운동을 시작했어요. 이것이 바로 국채보상운동이에요. 베델과 <대한매일신보>는 국채보상운동을 크게 보도해, 대구에서 시작된 이 운동이 전국으로 퍼져 나가는 데 크게 일조했어요.

 

거듭되는 일본 제국주의의 만행

사사건건 일본을 비판하는 베델과 <대한매일신보>는 나날이 인기가 높아졌고, 이는 일본의 눈엣가시였어요. 일본은 동맹국인 영국을 압박해 베델을 재판정에 세웠고, 영국은 베델에게 벌금을 내게 하고, 상하이의 감옥에 3주간 가두라고 판결했어요. 게다가 <대한매일신보>의 공동 경영자였던 양기탁이 국채보상운동에서 모은 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는 누명을 씌워 그를 신문사에서 쫓아냈어요. 양기탁은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가 선고되었지만, 신문사를 대표하는 두 사람이 물러나게 되자 <대한매일신보>는 휘청거릴 수밖에 없었어요.

 

베델은 재판 과정에서 건강을 해치고 심장병을 얻어 37세라는 젊은 나이에 소천하고 말았어요. 베델의 죽음을 슬퍼한 사람들은 베델을 기리는 글을 새긴 비석을 세웠어요. 그러나 베델을 너무나 미워했던 일본은 비석을 깎아 글을 알아볼 수 없도록 해 버렸어요. 그뿐만 아니라 인지도가 높았던 <대한매일신보>를 빼앗아 ‘대한’이라는 제호를 빼 <매일신보>로 바꾼 후 일본을 찬양하는 기사만 싣도록 했어요. 일본이 지워 버린 베델의 비문은 광복 20년이 지난 후에야 베델의 후예인 한국의 언론인들이 힘을 모아 다시 새겼답니다.

 

현실을 뛰어넘는 하나님의 꿈

베델은 아무런 연고도 없는 한국에 왔다가 일본의 불의에 저항해, 신문까지 발행하며 한국을 도운 의로운 사람이었어요. 대한민국 정부는 그의 공로에 감사하며, 건국 훈장을 수여했지요. 베델은 죽기 전 양기탁의 손을 잡고 “나는 죽지만 신보는 영생케 하여 한국 동포를 구하게 하시오”라고 유언했어요. 베델은 선교사로서 복음을 전했던 것은 아니지만, 한국이 간절히 필요로 했던 것을 주고 떠났어요.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베델의 바람처럼, 한국을 눈부시켜 발전시키셔서 어려운 나라를 돕는 나라로 만드셨어요. 하나님의 꿈은 이처럼 현실과 상황을 뛰어넘는답니다. 하나님께서 오늘 내게 보여 주신 꿈은 무엇인가요? 그 꿈에 기쁨으로 동참하는 어린이가 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