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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평깨 20 호

교회는 무엇인가?

2004년 05월 편집부

교회는 무엇인가? 교회는 왜 존재하는가?
제자훈련은 이 물음 속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교회의 본질 바로 이해할 때 성경적인 평신도의 위치와 역할을 결정하는 목회자의 목회철학이 세워지기 때문이다. 평신도를 제자화화는 일은 목회에 있어 일시적인 방법론이 아니라 성경 말씀이 제시하는 교회의 근본적 과제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제자훈련 사역자로서 목회자 자신의 교회론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목회자는 먼저 스스로에게 교회가 무엇인가를 물어야 한다. 그 대답이야말로 제자훈련을 시작하게 하는 튼튼한 뿌리가 될 것이다.

▶ 또 하나의 위기

부산 고운 교회(담인 정은일 목사 / 부산시 동래구 연산5동 1342번지)의 개척 초기 5년이 빚어낸 시행착오는 이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1986년 9월 14일 ‘또 하나의 개척교회가 아닌, 현대의 영적 요구에 부응하는 교회’,‘예수의 새생명을 나눈 한 생명 공동체’를 비전으로 첫 예배를 드린 고운 교회는 여러 가지 면에서 기존의 교회와는 다른 형식을 시도했다. 두란노 사역과 성경 공부, QT강의를 인도해 온 김영수 목사를 중심으로 모인 교인 모두가 3,40대 초반의 젊은 계층이었기에 전통적인 교회의 조직이나 형식들에 파격적인 개혁을 시도했다. 선 주일예배나 수요예배, 금요기도회, 구역모임 등의 기존 형식을 깨고 소그룹 성경공부와 교제, 공동체 의식을 강조했다. 대부분의 교인들이 기성 교회의 보수적 경향에 반감을 가진 젊은 계층으로서 이런 성경 공부와 공동체에 대한 욕구가 컸기 때문에 개혁은 쉽게 이루어졌다. 그러나 전임 사역자인 김영수 목사가 중국 선교사로 파송된 후 후임으로 정은일 목사가 부임 했을 때 고운 교회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었다.
“전부터 저는 군목으로서 훈련 목회를 계속해 왔기에 저의 목회 철학에 일치하는 교회를 찾다가 작년 여름에 이리로 왔습니다. 여러 가지로 진보적이고 자율적인 교회 체계가 안정감은 없었지만 그래도 말씀으로 가르치는 훈련목회의 체질은 형성되어 있다고 보았지요. 그런데 전임 사역자가 떠난 뒤 개척 5년을 맞는 교회와 교인들의 모습에서 저는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교인들을 위한 성경 공부 프로그램도 다양하고 목회 전반의 체질 개선을 이루어 왔는데 참으로 교회다운 예배의 모습이 없었습니다. 교인들도 다양한 교제, 알고자 하는 지식욕은 컸지만 배운 대로 살고자 하는 삶의 변화와 섬기려는 자기 헌신의 모습이 없었습니다. 머리만 커버린 거지요. 교회 안에 영성이 메말라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교역자와 평신도의수평적 관계를 지향 했지만 그 결과, 교회가 가져야 할 예배, 기도, 복음전도, 이런 부분이 최소화되어 있고 성경공부 훈련 프로그램 위주의 메마른 지성주의가 팽배한 상태였습니다. 우리가 크게 잘못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나서 저는 조심스럽게 교회의 체질을 바꾸어가지 시작했습니다.”
교회의 위기를 통감한 정 목사는 가장 먼저 예배를 회복시키기로 하고 부임 후 한 달 간, <우리가 드려야 할 참 예배는 무엇인가>라는 설교로 교인들에게 도전했다. 살아있는 예배, 주님과 깊이 교감하는 영적 예배를 강조하면서 회중예배를 회복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역시 ‘모이는 데’익숙하지 못 한 체질의 교인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짐일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로 기도 생활을 강조했다. 미사여구를 동원한 유창한 회중기도와는 달리 영성결핍에서 오는 개인 기도의 부족이야말로 교인들을 성경지식에 집착하게 하는 또 하나의 우상 ‘지성주의’를 낳고 있었던 것이다.
세 번째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여러 가지 성경공부 프로그램과 제자훈련 과정을 세밀히 점검해 나갔다. 관찰 결과, 훈련 교재와 과정이 산만하게 분산되어 있고 교인들은 마치 관객처럼 자신이 속한 강좌에 소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제자훈련은 교회 안의 평신도 지도자를 훈련해 내지 못하고 그거 하나의 성경공부 프로그램으로 섞여있는 상태였다.

▶ 진정한 개혁 - 제자훈련

정 목사는 약 석 달에 걸쳐 성경공부 프로그램을 자연스럽게 마무리하고 교회 안에 단 하나의 제자훈련반을 만들었다. 고운 교회의 개척, 핵심 멤버인 장로 두명과 장립 집사 넷을 모은 제자반이었다. 이렇게 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이미 교인들에게 식상할 정도가 되어 버린 성경공부들 속에서 제자훈련을 <진정한 삶의 훈련>으로 인식시키기 위해서였다. 이것은 당장 되는 것이 아니므로 교회의 핵심 멤버들의 제자훈련이 점차 삶과 실천 속에서 열매 맺는 것을 교인들이 직접 보고 느끼도록 하는 것이었다. 또 하나의 이유는 고운 교회의 교인들이 비교적 젊고, 무신론자부터 다른 교단, 교파까지 워낙 다양한 신앙 칼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이들을 모아서 이끌어가는 데는 목사 한 명의 힘으로 부족하고 이들 속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핵심 멤버들을 훈련해서 함께 팀사역 하는 길 밖에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다행히 첫 제자반을 모으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이미 배우는 데는 열심히 참여하는‘훈련지향적’인 신앙 형태가 형성 되어 있었으므로 그들이 먼저 배워야 한다는 데 기복적인 인식이 모아졌다. 제자반을 시작하고 정 목사는 이제까지 고운 교회가 균형있게 자라지 못한 원인들을 분명히 깨달을 수 있었다.「평신도를 깨운다」교재로 제자반에 참여한 장로, 집사들 모두가 본문 연구, 어휘 연구에는 놀랄 만큼 뛰어난 지식과 능력을 보이지만 자기 삶의 고백이나 구체적인 적용을 통한 변화와 결단의 부분에서는 모두 입을 다물어버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교회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들이 모두 달랐다. 지난 5년간 기도와 영성이 없는「학습 체질」로만 지식욕을 채우며 굳어져 온 결과였다. 정 목사는 ‘얼마가 걸릴지는 모르지만 뿌리부터 변화되어야 한다’는 인내심을 가지고 그들에게 먼저 말씀 앞의 솔직한 자기 고백과 체험적인 적용들을 나누어 나갔다.‘말씀이 이렇다’는 성경 연구는 있지만‘성경이 지금 내게 이렇게 말씀하고 계신다’는 기쁨과 감격을 맛보지 못한 교인들에게는 전연 생소한 훈련이 시작된 것이다.“제가 군부대에서 6년간 사병들을 놓고 제자훈련하면서 깨달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제자훈련은 눈물과 참된 삶의 고백 속에 자란다는 것입니다. 진정 살아계신 주님의 손길에 터치된 사람이라면 어떻게 울지 않고 자신의 모습과 주님의 사랑을 고백할 수 있습니까? 고운 교회에서 처음 제자반을 시작하면서 저는 그들의 지식에 놀랐고 눈물과 삶의 고백이 전혀 없다는 데 더욱 놀랐습니다. 말씀이 문맥으로 파악되는데 그치지 않고 삶의 깊은 곳까지 부딪쳐 오는 제자훈련이 되도록 저는 매일 기도했습니다.”
정 목사의 간절한 바램은 조금씩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제자훈련을 시작한 지 3개월이 지나자 둘러앉은 훈련생들 속에 조금씩 변화가 일기 시작한 것이다. 이전의 성경공부 프로그램이나 제자훈련에 대해서,“지적탐구 그 자체에 즐거워했으나 말씀을 통해 직접 맛보는 감격과 삶의 열매는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생명이 없는, 아무 능력이 없는 훈련이었다”는 고백이 훈련생들의 가슴을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나서 매시간 회개와 감격의 눈물이 넘치는 제자훈련이 된 것이다. 점차 그들의 삶이 말씀대로 바뀌어가기 시작했다. 가정에서, 직장과 교회에서 섬기는 종의 모습으로 변화되어 갔다.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이런 변화가 시작될 때까지 훈련생들 중 한 명도 결석하거나 과제물, 교재 준비에 열심을 잃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미 형성된 훈련지향적 체질 위에 생각보다 빠른 변화를 가져온 것이었다. 어쩌면 지난 날 이들에게 영적 갈급함이 쌓여온 결과인지도 모른다. 모이는 시간도 평일 새벽 6시로 오기가 쉽지 않았고 의사, 사업가, 회사원 등 사회적으로 분주한 환경 속의 그들이었지만 말씀을 맛보는 감격과 삶의 변화들은 제자훈련을 모든 것에 우선할 수 있는 힘이 되었다. 지금까지 1년 이상 계속 되고 있는 이 제자반을 통해 고운 교회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자발적으로 예배에 기쁨을 갖고 참여하는 그들의 모습이 중심이 되어 주일, 수요일, 금요철야 예배까지 회중 예배가 회복되었다.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통성기도와 힘찬 찬양은 그들의 뜨거운 마음을 하나 되게 하기에 충분하였다. 그리고 주일 점심식사를 대접하고 교회 곳곳에서 가장 먼저 겸손히 섬기기 시작한 이들의 모습에서 수직적인 평신도 지도자가 아니라 섬기는 종의 권위가 세워지기 시작했다. 서서히 교회 안에 변화나 성숙의 열매들이 번져가기 시작하자 정 목사는 여제자반을 모았다. 장로, 장립집사반을 시작하면서 다른 그룹을 함께 시작하려는 조급함을 갖지 않았던 것은 이미 식상해진 다른 성경공부와는 다른 훈련의 열매들을 교회 안에 보내어 놓기 위해서였다. 여제자반의 경우, 선별책에 있어 하나의 원칙을 세웠다. 이미 훈련 중인 장로, 집사반의 부인들은 제외한다는 것이었는데 그것은 남자들의 훈련이 가정 속에서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것이고 이들 부인마저 핵심멤버로 훈련하면 교회 안에 너무 이질적인 리더 그룹이 형성될 것을 우려해서였다. 그래서 이들을 제외한 30대 후반의 여집사(아기를 돌보아야 하는 젊은 주부들은 집중하기가 어렵다)들을 중심으로 중간그룹을 선택했다. 남자들에 비해 논리적 파악이나 주제 정리는 약한 편이었지만 삶의 변화에 더욱 민감하여 성숙이 빨라 보였다. 이제 제자훈련을 마무리하고 사역반을 준비하고 있는 이들에 이어서 내년쯤에는 교회 안의 젊은 계층을 위해 청년반으로 또 한 그룹 정도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도 결코 훈련이 쉽지 않다고 느끼는 정은일 목사는 다소 느리더라도 천천히 꼭꼭 땅을 밟으며 가겠다는 처음의 결심을 다진다.

▶ 기도학교의 시작과 순장 훈련

제자훈련을 계속 해 오면서 정 목사의 마음에는 한 가지 부담이 늘 떠나지 않았다. 워낙 개척 초기부터 젊은층 교인들 중심의 목회, 훈련 목회로 흘러와서 그동안 교회 내 장년층 교인들의 소외 문제가 컸던 것이다. 교회는 이들을 감싸안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이들을 위한 목회의 배려를 찾기 시작했다. 그래서 시작된 것이 매주 수요일에 모이는「기도학교」였다. 5,60세의 장년층 교인들이 수요일 점심을 나누며 믿음의 교제를 나누고 훈련도 받게 한 것이다. 물론 본격적인 제자훈련을 받기에는 어려움이 있어서 이들을 위한 특수한 교재와 인도법이 적용되었다. 내용은「평신도를 깨운다」제자훈련 교재를 골격으로 하되 좀 더 단순화하여 쉽고 시각적인 것이 되도록 하였다. 과제물도 QT를 줄이고 기도와 말씀 통독의 폭을 넓혔다. 반응은 생각 이상으로 나타났다. 지금은 고운 교회에서 가장 열심히 모이는 소그룹이 되었고, 어떤 지적인 변화에 앞서 가정과 교회에서 실제적 생활의 변화와 기도의 헌신이 어린 아이처럼 기뻐하는 그들의 모습과 함께 큰 도전이 되고 있다. 고운 교회는 현재 15개의 다락방이 있다. 여자 다락방, 남자 다락방, 청년 다락방 각각 5개 씩이다.
이들을 인도하는 순장은 아직 체계적인 제자훈련을 수료하지는 않았지만 현재 훈련 중인 중직들과 기존의 구역장들이 맡고 있는데 이들을 위해 매주 화요일 순장반 시간이 있다.“일주일에 순장반까지 네 번의 제자훈련을 합니다. 설교 준비와 심방, 목회 행정까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군목 시절부터 닦아 온 건강이 아직은 뒷받침되어서 집중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의 과욕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을 훈련을 계속 하면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시간관리에서「집중과 절제」를 원칙으로 드는 정 목사는 신학수업을 쌓던 그동안 농촌 목회 전도사, 평신도 훈련을 준비한 부교역자 시절과 본격적인 제자훈련을 시작한 6년간의 강원도 군목 시절 등 독특한 목회체험을 갖고 있다. 특히 고운 교회로 부임하기 전 6년간 강원도 최전방 연대 교회에서의 군목 생활은 그의 삶에서 지울 수 없는 감격과 열매를 가져다주었다. 각 소대별 군종병들을 제자훈련하여 변화된 그들의 삶을 통해 사병들과 간부들이 교회로 나오기 시작하고, 소대 - 중대 - 대대로 전파된 이 복음의 열기는「2000명 병력에 1500명 군대 교회」라는 신화를 남기기도 했다. 적은 수의 헌신된 주의 제자를 통해 전 부대가 들썩거린 제자훈련의 역사였다. 이 기간을 통해 정 목사의 목회는 흔들리지 않는 결론을 찾았다. 주님의 사람을 만드는 제자훈련 - 그것이 진짜 목회다! 라고.

▶ 변화와 성숙

‘젊은 교회, 새로운 교회’를 표방하고 나선 개척 교회의 비전들이 진정한 내용들을 찾지 못한 채 형식적으로 옷만을 갈아입을 때 교회의 본질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지난 5년의 고운교회 개척사는 무수히 많은 성경공부와 평신도 훈련 프로그램 시행착오 위에서 이러한 교훈을 보여준다. 이 시간을 통해서 얻을 수 있었던 좋은 훈련의 토양 위에 참된 제자훈련의 터갈이가 시작되었을 때 그 열매는 한층 뚜렷하고 귀한 것이었다. 오늘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기까지 고은 교회 제자훈련은 몇 가지 분명한 원칙을 지켜왔다.
첫째, 또 하나의 프로그램이 아닌 목회의 중심부에 제자훈련을 심기 위해 우선적으로 교회의 핵심멤버를 붙들고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들의 모습이 변화될 때 교회 전체는 제자훈련에 바로 눈뜰 것이고 이들을 중심으로 자라갈 것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둘째, 결코 서두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미 흐트러진 교회의 모습을 보았을 때 어느 목회자인들 다급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정목사의 제자훈련에 대한 바른 이해와 확신을 온힘을 다해 소수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셋째, 제자훈련 지도자의 바른 시각이 이룬 또 하나의 특징은 영성을 강조한 ‘성령충만한 제자훈련’이었다. 배우되, 자신의 지식이 아니라 철저히 성령의 능력을 의지하여 변화되는 삶. 그 속에서 고운교회는 뜨거운 기도와 예배의 영성을 회보할 수 있었고 참 교회의 모습을 찾았다.「지성주의」로 흘러가는 여러 교회의 평신도 훈련이 가지고 있는 위험 요소를 경고하는 소리이기도 하다.
넷째, 제자훈련만으로 독주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 안의 영혼들을 모두 감싸 안을 수 있는 목회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소수의 훈련생, 그러나 그들로부터 소외된 교인들을 형편에 따라 적절히 가르치고 기도로 세워주었다는 점에서 여러 가지 가능성을 보게 한다.
다섯째는 이 모든 변화와 성숙을 가능하게 한 목회자의 성경적 교회관이야말로 제자훈련을, 교회의 모습을 갱신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고운 교회라는 현실 속에서 비전을 찾고 교회 중심의 신앙생활을 심어주기 시작하였고, 목회자의 영적인 권위를 회복하되 철저히 섬김의 권위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교인들의 믿음의 열매를 자신에 머무르지 않고 선교로 확산되도록 한 것은 제자훈련이 자기 성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나라와 의를 구할 수 있는 비전으로 자라 가게 문을 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