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고흥의 읍 단위 조그만 바닷가 마을에 한교회가 있다.이곳에서 벌써 10년째 목회를 계속해오고 있는 강원준 목사(50세.녹동교회 담임목사)는 옥한흠 목사의 세미나 첫시간‘광인론’대로 제자훈련에 철저히 빠져서 지난 몇 년을 보냈다.20년 역사의 전형적인 시골교회,250여명의 교인들은 고졸이상의 학력도 찾아보기 힘든 이곳에서 제자훈련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광주에서 부목사시절을 보내고 처음 부임한 목양지가 이곳이었습니다.주님이 원하시는 목회를 하고픈 마음에서 많은 고민을 하던 중에 성경적인 제자훈련을 하고 있다는 사랑의 교회 세미나에 달려갔지요.지금 목포지역 상담위원을 하고 계신 조현용 목사님과 함께 갔습니다.세미나 첫시간부터 가슴이 뻥 뚫리는 것을 느꼈습니다.옥목사님의‘광인론’강의를 들으면서 미친다는 것이 목회자에게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를 깨달았거든요.그것도 주님이 주신 지상명령인 제자훈련에 미친 목회..정말 행복할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고 세미나를 마치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지금 생각하면 그때 제가 세미나에 가지 않았다면 목회를 계속했을까 싶을 정도로 충격이고 감격이었지요.옥목사님 말씀대로 돌아와서는 충분한 준비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세미나 때의 기억을 돌아보는 강목사의 얼굴에는 어느새 힘이 넘치기 시작한다.
제7기 세미나를 다녀온 강목사는 그 당신 100여명의 교인들을 대상으로 준비 작업을 시작했다.책방에서 제자훈련 설교집을 구해서 1년 이상 주일 설교의 내용을 성경적인 제자훈련에 두었다.그리고 지도자로서 강목사 자신의 개발과 연구에 시간을 보내면서 교회 중직들을 조용히 설득해가기 시작했다.그때부터 오늘까지 강목사의 제자훈련에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는 세미나 강의를 녹음한 테잎이었다.마음이 답답해지거나 어려움이 생기면 기도하고 테잎을 다시 들으며 힘을 얻었다.몇번이나 들었는지 기억할 수도 없을 정도라고 하니 그 열심을 짐작할 수 있으리라.
1년간의 준비기간은 교인들이 제자훈련을 당연히 받아들일 정도로 토양을 성숙시켰다.
그러나 그들이 제자훈련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해도 나이,학력의 어려움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장로,중직들을 어떻게 할 거인가..
강목사는 여기에 대해 단순하리만큼 분명한 원칙을 가지고 있었다.
“제가 그동안 제자훈련을 하는 것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어려운 토양이 아니냐고 묻곤 했습니다.그러나 제자훈련은 토양과 환경,그리고 교인들의 수준이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봅니다.그보다는 목회자 자신의 확신과 준비된 모습이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믿습니다.저도 처음 제자반을 시작할 때 교회안의 중직들을 그 대상으로 하는데 어려움이 없지 않았지만 그들이 저와 함께 제자훈련안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생각이 무엇보다도 컸기 때문에 그분들과 마주 앉았습니다.그런데 참 이상하더군요.지식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그분들의 마음의 순수한 열심과 순종하는 모습들이 삶의 변화를 가져오기 시작하더라구요.물론 몇분의 연로한 장로님은 중도에 그만 두었지만 그래도 제자훈련안에서 나눈 감격을 잊지 않고 저의 목회철학에 많은 이해를 주셨습니다.1기 제자반을 남자 두반과 여자 세반,모두 다섯 그룹을 시작했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부족한 저에게 주신 주님의 은혜였지요.아주 신이 나서 했습니다.늦게 시작한 목회이고 교인들도 크게 늘지 않았지만 제자훈련을 하면서 제가 얼마나 행복한 목회자였는지 모릅니다.한마디로 좋아서 미쳐버린‘제자훈련의 광인’이 된겁니다.”
기자가 자꾸 그동안의 어려움에 대해서 물었지만 강목사의 대답은 간단하고도 명료했다.힘들지만 하나도 힘들게 느껴지지 않고 좋아서 매일 신이 나서 했기 때문에 지난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는 강목사의 고백이 처음에는 이해하기가 어려웠다.저 바닷가 시골교회의 한 목회자가 제자훈련을 통해 얻은 행복의 풍성함을..그러나 강목사와 대화를 나눈 긴 시간동안 그 비밀은 조금씩 스며 나왔다.
하나님의 제자훈련을 하고 있다는 계속적인 감격과 확신,그리고 앞만 보고 한길로 나아갈 때 주님이 남은 문제들을 풀어주시리라는 믿음.
이제 지난 연말로 다섯 번의 제자훈련을 마쳤다.250여명의 교인들 가운데 70% 이상이 제자반을 거쳤다고 하니 지난 몇 년간의‘밭갈기’가 어떠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5기 수료생을 내기까지 강목사의 제자훈련 전략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
이 질문에는 강목사의 목소리가 단호해진다.제자훈련의 원리에는 변함이 없다.소수에 집중하고 그들을 주체로 참여시키는 귀납법적 접근법들.그러나 한 기,한 기 시작할 때 마다 훈련생들을 깊이 이해하고 파악해서 그들에서 맞는 전략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얼마나 구체적인 아이디어들이 필요한지 모른다고 한다.숙제나 큐티나눔,출석률을 높이는데 정말 반짝이는 묘안을 내놓곤 하는데 이럴때는 정말 함께 고민할 동역자들과의 만남이 절실하다고 한다.
다행히 호남신학교 출신의 목회자들 가운데 목포와 조현용목사,여수의 신민철목사는 이런 강목사의 고민을 함께 나누는 귀한 동역자로 곁에 있어왔다.
“제자훈련만큼 외길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만큼 닫혀있는 사역이기 때문에 목회자는 다른 현장과 사례들을 가진 동역자들과 소통을 해야한다고 봅니다.고흥에는 얼마전에 세미나를 다녀오신 목회자가 제자훈련을 시작했다고 하던데 곧 그만두고 말아서 허전합니다.함께 현장에서 뛰는 같은 토양의 동역자를 얻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그동안 사랑의 교회가 준비한 갈62모임에 자주 참석했는데 이젠 사역도 바쁘고 거리가 먼 만큼 지역별로 작은 수료자들 모임이 생겨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한다고 한다.
동역의 갈급함만큼이나 강 목사의 마음을 누르던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재생산의 문제였다.훈련을 마친 교인들이 이제는 나가서 가르쳐야 하는데 여기에서 이지역의 한계가 온 것이었다.인구16만의 고흥지역에는 이미 200여개 이상의 교회들이 자리하고 있어 더 이상의 양적성장이 한계에 부딪친 상태이고 좁은 지역이다 보니 교인들은 좀처럼 교회를 바꾸지 않는다고 한다.
서울이나 대도시의 제자훈련이 강한 생명력을 지니고 전도와 양육의 재생산으로 열매 맺는 것을 알고 있기에 처음 한동안은 강목사의마음이 무거웠다.성경적인 제자훈련의 본질도 재생산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오래 신앙년수의 교인들,그들의 삶이 제자훈련을 통해 변화되고 가정에서 사회에서 빛과 소금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은 질적인 의미의 재생산이 될 수 있다고..
그래서 지난 6년여의 시간동안 녹동교회를 거쳐간 교인들과 조금씩 새로 전도되어 양육되는 교인들,그들이 다시 훈련되고 외지로 이동하는 교인들의 자리를 채우는 사이 교회는 조용한 성장을 이루어왔다.250여명의 교인들이 제자훈련을 중심으로 굳게 결속되어진 이 현장을 두고 누가 양적 부흥을 부러워 할까..
강목사에게 올해의 계획과 앞으로의 비전을 물었다.
“저는 이날까지 한 번도 계획대로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않았습니다.이제는 계획이나 거창한 비전을 앞세우지 않으렵니다.이렇게 좋아서 걸어온 길,주님이 도와주셔서 많은 교인들의 삶이 변화되고 교회가 성숙해가는 모습 앞에 감사하고 또 감사할 뿐입니다.그래서 제게는 올해 무엇을 할거냐는 질문이 의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분명히 제자훈련을 하고 있을테니까요.이제 곧 6기 제자반과 사역반이 시작됩니다!”
너무도 분명한 대답 앞에 기자는 부끄러웠다.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그동안의 장애물은 무엇이었는지,어떻게 그 문제를 극복하고 해결했는지,제자훈련으로 얻은 것이 무엇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