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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평깨 29 호

Q & A

2004년 05월

Q : 제자훈련을 시작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목회자입니다.
제가 섬기고 있는 교회는 성도가 150여명이 되고 설립 된지 20년이 넘는 교회입니다. 그렇다보니 교인들이 서로서로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가정의 작은 일상사까지도 서로 잘 알고 있는 형편입니다. 때문에 목사와 또 평소 잘 알던 성도들과 마주앉아 말씀을 공부한다는 것을 새삼스럽고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자훈련을 시작하려 하다보니 한 가지 걱정이 생겼습니다. 소그룹에서 마주앉아 말씀을 나누다보면 서로서로 자기를 열어 보이는 것이 매우 중요할 터인데 목회자는 어느 정도까지 오픈해야하는 것인지 고민이 됩니다. 또 일부는 훈련 때 솔직하게 오픈 한 것이 교회에 나돌아서 상처받는 사람은 없을지 염려하고 있습니다.

A : 목사님의 고민은 충분히 이해가 가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소그룹 안에서 목회자가 어느 정도까지 자기를 열어보여야 하는지, 또 훈련생들이 서로를 오픈했을 때에 그것으로 인해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지 염려하는 목회자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사실“목회자는 이만큼 오픈해야 합니다”라고 선을 그을 수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제자훈련 지도자로써 목회자의 마음가짐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목회자라는 특권의식, 권위의식을 가지고 가르치려고만 들어서는 훈련생들이 자기를 솔직하게 열어 보이는 분위기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훈련생은 자신의 약함을 열어보였는데 목회자는 마치 자기는 완벽한 사람인양 자신의 감정만을 말하고 가르치려고만 든다면 훈련생은 주눅이 들고 다시는 자기를 열어 보이고 싶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그렇게 말하는 목회자가 진실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완벽해 보이는 목회자를 거룩하게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사람일수록 목회자의 실수나 연약함을 보면 크게 실망하고 상처를 받을 수 있음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목회자는 훈련생들과 투명한 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목회자도 연약하며 하나님의 은혜가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나누는 것은 목회자의 권위에 결코 해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런 나눔 속에서 훈련생들은 목회자를 더욱 사랑하고 존경하게 되며 친밀감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물론 지혜가 필요합니다. 부부관계에 대해 나눌 때 “우리 부부는 한번도 다퉈본 적이 없습니다.” 라고 말하기 보다는 “우리 부부도 때로는 의견도 다르고 서로의 부족함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습니다.” 라고 말하면서 목회자 부부의 어려움을 나누는 것은 좋습니다. 그러나 “오늘 아침에도 부부싸움을 했는데 접시가 깨지고 나도 욕을 하고 나왔습니다.” 라는 식의 나눔은 은혜가 되기보다는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들고 훈련생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나눔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런 면에서 자기를 열어 오픈할때도 목회자는 센스가 필요합니다.
목회자가 자신을 오픈하는 것에 있어서 몇 가지 원칙이 있다면 이런 것일 겁니다. 첫째로 제자훈련을 인도하는 목회자 역시 가르치는 자이기 이전에 말씀 앞에 서 있는 죄인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둘째로 목회자는 훈련생들 앞에서 진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셋째로 목회자가 자기를 오픈하는 이유는 훈련생들을 돕고 그들을 격려하기 위함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넷째로 여러분 각자의 기지로가 스타일에 맞게 자기를 오픈하시기 바랍니다. 자기를 오픈하는 일에 익숙하지 않은 분이라면 작은 것부터 조금씩, 자연스럽게 자기를 열어 보이시기 바랍니다. 어떤 분은 남자 제자반들과 함께 목욕탕을 간다고 합니다. 한번 갔다 오면 서로 무척 친근해진다는 것입니다. 그 말을 들은 어떤 분이 제게 가는 것이 좋을까 안가는 것이 좋을까 물어옵니다. 정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에게 가장 적절한 길을 택하십시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일 것입니다. 훈련생들 앞에서 목회자라는 권위의식을 벗고 진실하게 자기를 열어 보이려는 마음을 가지면 상황상황 가운데에서 잘 판단하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이렇게 말씀 앞에서 목회자가 자기를 오픈하면 목회자 자신이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합니다. 그리고 지도자의 모범을 따라 성도들도 자신을 감사고 있던 껍질을 깨고 오랫동안 만나면서도 알 수 없었던 그의 가슴속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됩니다. 목회자가 자신을 오픈한다고 해서 성도들이 무시하고 가볍게 보지 않습니다. “목사도 별 것 아니구나!” 라고 절대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말씀 앞에서 서로서로 자기를 열어 보이지 않으면 제자훈련은 겉도는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진정 다루어져야 할 문제가 다루어지지 않은 채로 그저 과정만 마치는 훈련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지식만 전달하는 변화 없는 성경 공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서로서로가 말씀 앞에서 자기를 들어낼 수 있는 분위기로 이끄는 것은 지도자의 중요한 책임인 것입니다.
훈련생들이 서로를 오픈하는 것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어려움에 대해서는 다음호에 다루기로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