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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평깨 30 호

Q & A

2004년 05월


Q : 제자훈련을 시작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목회자입니다. 제가 섬기고 있는 교회는 성도가 150여명이 되고 설립된지 20년이 넘는 교회입니다. 그렇다보니 교인들이 서로서로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심지어 가정의 작은 일상사까지도 서로 잘 알고 있는 형편입니다. 때문에 목사와 또 평소 잘 알던 성도들과 마주앉아 말씀을 공부한다는 것을 새삼스럽고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자훈련을 시작하려다보니 한가지 걱정이 생겼습니다. 소그룹에서 마주 앉아 말씀을 나누다보면 서로서로 자기를 열어 보이는 것이 매우 중요할 터인데 목회자는 어느 정도까지 오픈해야 하는 것인지 고민이 됩니다. 또 일부는 훈련 때 솔직하게 오픈한 것이 나중에 교회에 나돌아서 상처받는 사람은 없을지 염려하고 있습니다.

A : 제자훈련에 있어서 서로를 오픈하는 것은 무척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러나 지혜로움이 필요한 민감한 부분입니다. 특별히 상황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고 적절하게 대화의 내용과 깊이를 이끌어야하는 사람은 지도자인만큼 지도자에게 많은 책임이 있습니다. 무작정 많이, 그리고 깊이 오픈하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닙니다. 서로에게 상처가 되거나 다시 주워담기 어려운 상황으로 흘러가 버리면 다시 수습하기가 어렵습니다. 또 아직 서로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라면 지도자는 지혜롭게 조율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저런 이야기는 깊이 나누어봤자 모두에게 유익하지 않겠다” 라는 판단이 서면 지혜롭게 매듭지으셔야 합니다. 그러나 서로가 너무 조심한 나머지 피상적인 대화에만 머문다면 서로 깊은 관계를 맺을 수도 없고 말씀 앞에서 각자의 진정한 문제가 드러나지 않아 치유되고 변화됨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므로 지도자는 서로가 자신을 열어 보이는 것의 중요성과 또 그래야하는 목적을 분명히 인식하고 성령의 인도하심 가운데 민감하게 인도해야 합니다.
아무리 오래 알아왔던 사람이라 할지라도 말씀 앞에서 서로 의외의 부분들을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시기 바랍니다. 사실 제자훈련의 장점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오랫동안 알고 지냈지만 알 수 없었던 서로의 모습을 말씀 앞에서 발견하게 되는 자리가 바로 제자훈련의 현장인 것입니다. 그저 외형적으로 열심인 모습이었기에 알 수 없었던 김집사의 영적인 문제, 가정의 어려움, 성격적인 문제, 어찌보면 스스로도 알지 못했던 자기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또 서로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 바로 제자훈련의 현장입니다. 이런 부분이 다루어지지 않으면 진정한 변화가 나타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제자훈련 지도자는 훈련생이 말씀 앞에 서도록 이끌어야하며 하나님 앞에서 진정한 자기 모습을 발견하고 또 지체 안에서 나눔으로 변화될 수 있도록 도와야합니다.
그러나 오픈의 목적은 그저 “우리 서로 다 열어 보이자!” 라는데 있지 않습니다. 열어 보이는데서 끝난다면 상처는 더 깊어지고 오픈한 것을 후회하며 교회 안에서 자유롭게 신앙생활을 하기 어려워질지도 모릅니다. 좋은 지도자는 많은 것을 내놓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을 오픈한 사람을 잘 감싸주고 대화를 은혜롭게 매듭 지어주는 사람입니다. 오픈의 목적은 서로를 오픈함으로 하나님 앞에서 우리 자신이 치유되고 자유함을 얻을 뿐 아니라 함께 훈련받는 지체들이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사랑함으로 하나가 되자는데 있습니다. 그러므로 지도자는 훈련생들에게 이러한 목적을 자주 상기시켜줄 필요가 있습니다.“우리는 지체다. 우리는 가족이다. 우리는 동역자다” 라는 의식을 심어주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제자훈련시간에 나누어진 깊은 이야기들은 서로를 보호해주기 위해 함부로 소문을 내고 가십(gossip)거리로 삼아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려주셔야 합니다. 우리는 지체이며 동역자이고 함께 지어져 가는 성전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또한 소그룹은 생명처럼 발전단계가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합니다. 탐색기,전환기,활동기,종료기. 여러 가지로 소그룹의 성장단계를 구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때문에 지금 우리 그룹이 어느 정도에 와 있는지를 진단하고 시기에 적절한 목표를 세우는 것도 중요합니다. 또 마땅히 어느 지점에 다다라야하는데 거기에까지 이르지 못했다면 원인을 진단해보고 처방을 내리는 것도 지도자의 몫이리라 생각됩니다.
감사하게도 제자훈련에는 하나님의 은혜가 있습니다.“이만큼 오픈해야지” 라고 의도하지 않아도 기도와 말씀 중에 성령께서 강하게 역사 하실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제자훈련에는 눈물이 있고 찬양이 있고 변화가 있는 것입니다. 이런 은혜가 없다면 제자훈련은 딱딱하고 메마른 시간이 되어 지도자나 훈련생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지도자는 기도의 사람이어야 하며 성령의 은혜를 구하고 기대해야하며 훈련시간 중에 역사 하시는 성령의 인도하심에 민감해야 합니다. 그러면 주님께서 필요한 은혜를 시간 시간마다 주실 줄로 믿습니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담그랴’ 는 속담이 있습니다. 서로 오픈할 때 나타날 수 있는 문제들 때문에 제자삼는 사역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이것은 지도자가 잘 준비되고 하나님의 은혜가 우리의 소그룹 안에 있을 때에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는 문제일 것입니다. 목자의 마음으로 하나님께 지혜를 구하십시오.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