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목사님께!
주님의 평안이 함께 하시길 빕니다.
저는 파리에 있는 퐁뇌프 장로교회의 김승천 목사라고 합니다.
진작에 한번 감사의 편지를 드려야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이제야 펜을 들게 되었습니다.
저는 제자훈련 세미나 미주 2기와 4기, 두 번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두 번의 세미나는 제가 지금까지 해온 목회와 앞으로 일생동안 해나갈 목회의 방향에 중심을 잡게 했습니다.
첫 세미나에서 “평신도를 깨운다” 하는 것이 잘 깨우면 마치 풍랑이 바다의 배에서 주무시던 주님을 깨우듯 능력이 나타나게 될 것이고 그렇지 않고 잘못 깨우면 잠자는 사자를 건드리는 것과 같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깨워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교인을 양으로 가두어 둘 수 없고 군사로 키워야하는 시대 앞에 서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언젠가 기회가 닿는 대로 제자훈련을 시작하리라고 생각했습니다.
두 번째 세미나를 참석할 때는 제가 저희 교회에서 제자훈련을 막 시작하려는 단계에서 좀 더 세세한 방법을 알고자 참석했는데 그것보다는 오히려 옥 목사님의 주제 강의에 더 큰 감동이 있었습니다. 결국 목사님의 주제강의 내용의 감동은 평신도를 깨우는 것은 미쳐야 할 수 있다는 것으로 결론지어졌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그 훈련을 해가면서 미친다고 하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힘든 것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저희 교회에서 제자훈련 1기를 마쳤습니다. 3반을 했는데 제자훈련을 너무 열심히 하면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을 실감했습니다. 훈련 후에 교재를 준비하고 자정이 훨씬 지난 시간에 교회를 나설 때 핑도는 어지러움을 느끼며 이러다가 죽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제자훈련이 얼마나 치열한 영적인 전투 속에 진행된다고 하는 것과 그 중에 가장 목표가 되는 대상이 인도자인 목회자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세미나에 참석하셨던 많은 목사님들이 왜 도중에 포기하시는지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꼭 이렇게 힘든 방법으로 목회를 해야 하는 것일까? 하는 제 자신과의 싸움이 가장 넘기 힘든 산이었습니다. 많은 어려움 중에서 훈련을 마친 기쁨과 그 효과는 목사님께서 넉넉히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10년을 함께 하며 신앙생활 한 것보다 1년을 함께 제자훈련한 것이 훨씬 큰사랑과 영향력을 전할 수 있었습니다.
제 일생에 “평신도를 깨운다” 교재만큼 빽빽하게 작은 글씨로 채워진 노트는 없었습니다. 교재에 있는 오타마저도 무슨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해서 보고 또 보며 준비에 충실했습니다.
9월부터 제자훈련 2기와 사역훈련 1기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교인들은 목회자가 이 훈련에 진짜 목숨을 걸고있는지, 목숨을 거는 척 하는 건지 너무 금방 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제 자신이 좀 더 깊숙이 묻히는 제2기 훈련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설교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소그룹 모임이 훨씬 제게 더 맞는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눈물과 변화가 동반되는 자리가 어느 쪽에서 훨씬 많이 만들어지는지 알기 때문입니다.
교회를 시작한지 2년이 조금 지나고 있는 지금, 어린이를 합해서 150명 정도 모이고 있습니다. 만약 제자훈련이 없이 다른 곳에 힘을 더 썼다면 사람은 더 늘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것이 영혼을 사랑하는 것이며, 교회를 사랑하는 것인가 하는 것을 압니다. 양적인 성장은 더딜지 몰라도 이 훈련이 갖는 잠재력과 힘을 바라보며 마음 한쪽에서 일어나는 성장의 초조함을 애써 무시합니다. 규모는 작지만 이제 새가족 환영반부터 사역훈련까지 양육과 훈련모임이 정착되었습니다.
이 시대에 주님이 요청하는 바른 목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목사님께도 저와는 규모와 모양이 다른 어려움과 고민이 있으시겠지만 힘과 용기를 갖으시기 바랍니다.
저같이 제자훈련에 미쳐가고, 확실하게 미치기를 원하는 젊은 목회자가 있다는 것은 모두 목사님의 사랑과 열정의 덕입니다.
멈추지 않고 교회의 변화와 갱신을 주도하며 앞으로 나아가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평신도를 깨우기 위해 목회자를 깨우시는 목사님의 열정 끝에서 입은 은혜를 감사 드리며, 언젠가 목사님의 사역의 작은 열매를 기억될 수 있는 목회자와 목회의 현장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내내 건강하시고 승리케 하시는 하나님의 역사가 목사님과 사역에 동행하시기를 빕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1998, 8
퐁뇌프 교회 제자원에서
목사 김승천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