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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평깨 37 호

새들백교회로부터 무엇을 배울 것인가?

2004년 07월 김명호 목사(국제제자훈련원 대표총무)

오늘 한국교회는 소위 새들백 신드롬, 윌로우크릭 신드롬으로 적잖은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대한 반응은 매우 다양하다. 구도자를 위한 예배나 현대적인 분위기의 찬양에 대해서 다음세대의 새로운 문화에 대처하는 대안적 방안으로 받아들여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성경적 메시지를 희석하고 불신자들의 기호에 교회가 따라가게 되어 결국은 세속화의 길로 가게될까봐 염려와 걱정의 눈길로 바라보는 목회자들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균형잡힌 시각은 어떤 것일까?

개척된지 19년만에 재적교인 3만명의 교회로 성장한 새들백교회는 아무 연고도 없이 새들백 벨리를 찾아온 릭 워렌 목사의 가정에 의해 시작되었다. 그는 개척하기 전에 미국의 100대 교회를 연구하고 교회성장에 관한 대부분의 책들을 연구하여 자신이 목회할 새들백교회의 분명한 목적과 전략, 즉 목회철학을 정립했다. 목회현장인 새들백 벨리라는 지역의 불신자들의 특성을 연구하여 적절한 전도전략을 가지고 불신자들을 복음으로 공략하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매년 천여명의 불신자들이 주님을 영접하고 세례를 받고 있다. 또한 성도들이 1만 5천명이 될 때까지 약 15년동안 자체 교회당을 갖지 않고 57회 이상 이사를 다니면서도 급성장하는 건강한 교회의 모델을 보여줌으로 전세계 교회에 많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매년 두 차례씩 새들백교회가 주최하는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수천 명의 목회자가 전세계에서 몰려든다. 한국교회의 목회자들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새들백교회를 방문하고 있고 그런 맥락에서 이번에 국제제자훈련이 주관한 새들백 국제 컨퍼런스에도 많은 목회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석하여 그 반향이 크리라 기대된다. 이러한 현상은 정체 혹은 감소 상태에 놓인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돌파구를 찾는 진지한 시도중의 하나로 보여진다. 그러나 이러한 관심과 붐이 과연 새들백교회의 목회철학과 방법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변화를 시도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분위기에 편승하여 겉모습이나 새로운 예배형태만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인지 진지하게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목적지향적 교회(Purpose-driven church)
탁월한 지도자들의 특징 중 하나는 방법보다도 이유와 목적, 비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다. 릭 워렌의 목회의 기초는 방법에 있지 않고 원리에 있다. 그는 다분히 물질주의적이고 세속적인 교회성장에 관심을 가지고 그의 세미나에 참석하는 목회자들에게 하나님께서 교회를 향해 가지고 계시는 교회의 목적대로 따라가는 목회를 해야한다고 도전한다. 그는 사도행전 2:41-47과 요한복음 17:1-26과 같은 성경을 공부하면서 교회가 존재하는 목적 다섯가지를 정리했다. 예배, 전도, 교제, 제자훈련, 사역이 그 목적들이다. 릭 워렌은 대부분의 교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는 이 다섯 가지 목적 중에서 주로 한 가지 목적에만 중점을 두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목적 지향적인 교회는 이 다섯 가지 목적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들은 단지 정의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고 모든 성도들에게 계속적으로 인식시키고 전달해야 한다. 다섯 가지 목적들이 삶 속에 균형있게 경험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반복적으로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이 목적들이 목회 전반에 다 적용되어야 한다. 새들백교회의 특징은 이 다섯 가지 목적을 성경적으로 분명하게 규명하고, 간단 명료하게 정리해서 모든 사람이 기억할 수 있도록 단순화시켜서 모든 교회의 프로그램을 이 다섯 가지 목적에 연결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이 다섯 가지 목적은 새들백교회가 사역대상으로 규정하는 다섯 종류의 타겟 그룹과 연관되어 있다.

야구장 커리큐럼

새들백교회는 목적에 따라 다음의 평생개발 과정을 수립했다. 새들백교회는 성도들을 양육하기 위한 과정을 매우 단순화시켰고 스피드있게 성장의 과정을 밟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러한 과정은 초신자들에게 그들이 앞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서 어떠한 모습의 성도로 계발되기를 원하는지 교회의 소망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즉, 교인으로서 헌신하게되는 과정에서 성숙해가도록 돕는 과정, 자신의 은사를 개발하고 그 은사를 활용하도록 돕는 과정, 그리고 사역에 동참하게 만드는 과정을 제시함으로 신앙생활의 분명한 비전과 그 비전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을 심어준다. 그러므로 처음 믿은 사람들이 방황하거나 주저하지 않고 신앙의 다음 단계로 성장해갈 수 있는 역동성을 가져다준다. 뿐만 아니라 초신자가 교회의 사역에 뛰어들 수 있는 기간을 매우 짧게 만들어줌으로 처음 예수 믿는 사람들의 감격과 열심히 교회의 사역 속에 쓰임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준다.

새들백교회에서는 101과정에서부터 301까지 과정을 거쳐 자신의 은사를 확인하고 사역에 투입되는 기간이 빠르면 1년 이내에 가능하다. 이렇게 단기간 내에 초신자가 교회의 리더십의 한 부분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은 그가 주변에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확대시켜줄 수 있다. 실제로 믿지 아니하는 사람들과 가장 많은 관계를 가지고 있으면서 복음을 통해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들은 갓 회심한 초신자들이다. 대개 예수 믿고 2-3년이 지나면 그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불신자에서 신자로 대체되어 버리고 불신자들과의 관계는 소원해진다. 불신자들을 향해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기간을 무의미하게 보내고 관계가 다 끊어진 뒤에 그들을 동원하여 전도하며 봉사하도록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새들백교회의 야구장 커리큘럼은 초신자들에게는 매우 강한 흡입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해오던 교인들에게는 이미 식상한 교리공부의 반복으로 여겨질 수 있다. 신앙생활을 오랫동안 해왔지만 삶의 변화가 더디고, 살아가는 사회환경이 반기독교적인 형편에서 성도들이 변화되고 힘있게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것은 그리 쉽지가 않다. 오래된 습관을 깨고 새로운 삶의 결단이 구체화되도록 돕는 손길이 지속적으로 있어야 한다. 단순하게 지식을 전달하는 형태보다는 소그룹 안에서 자신의 생각도 나누고 때로는 몸에 익지 않은 것을 억지로라도 해보고 점검 받을 필요도 있다. 기존 신자들에게는 훈련의 요소가 더 강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별히 성도들의 수평이동이 많은 한국교회 안에서는 초신자 중심의 교육방법만을 가지고는 해결되지 않는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이러한 환경 가운데 과정을 거쳤다고 복음의 감격을 회복하고 삶이 변화될 것이라고 낙관적으로만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새들백교회가 초신자를 중심으로 사역을 펼쳐갔다면 「평신도를 깨운다」와 같은 제자훈련은 오래되고 묵은 신자들을 갈아엎는 쪽에 초점을 맞춘 사역이라고 말할 수 있다.

구도자에게 민감한 예배(Seek-sensitive Service)

새들백 교회는 지역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현장을 찾아가 그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과 고민하는 것, 삶에 가치를 두고있는 것을 살피고 그들이 복음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접촉점을 찾아내 복음을 전할 수 있는 통로로 삼는다. 전도 대상에 대한 분명한 정의는 그들의 예배분위기에 곧바로 반영된다. 새들백 교회는 이렇게 준비된 구도자들을 위한 예배를 매주 토요일 오후와 주일 오전에 드린다.

최근에 한국교회에서는 「열린예배」에 대해서 열띤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과연 열린 예배가 무엇을 지칭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하게 규명된 바가 없다. 일반적으로 한국교회에서 열린예배라는 명칭을 가진 예배는 새들백교회가 이야기하는 「구도자를 위한 예배」 혹은 「구도자에게 민감한 예배」라기 보다는 「열린 음악회」의 분위기가 더 짙다고 여겨진다. 기존의 찬송가나 가스펠 송, 워십 송이 함께 불려지는 다양한 문화를 포용하는 예배가 열린 예배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실제로 열린예배라고 불리는 예배에 참석해보면 불신자들이 초청되어지고 그들을 향해 복음적인 메시지로 도전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교회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열린예배는 불신자들을 향한 관심과 배려보다는 너무 겉모양과 문화적 요소만을 강조한 또 다른 형태의 예배라고 생각된다.

릭 워렌은 예배는 믿는 자들이 드리는 것이지만 불신자들도 믿는 성도들이 드리는 예배를 관찰할 수는 있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예배 속에서 하나님의 임재가 느껴지고 선포되는 말씀이 이해가 된다면 예배는 불신자들에게 강력한 전도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릭 워렌이 말하는 구도자들에게 민감한 예배는 설교의 내용을 타협하자는 것이 아니다. 깊이 없는 설교를 하자는 것도 아니다. 단지, 그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마치 선교사가 선교지의 언어로 말씀을 전하듯, 다른 문화권을 형성하고 있는 불신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성육신된 메시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새들백교회의 구도자 예배는 그 방법이 더 이상 효율적이지 않을 때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왜냐하면 불신자들에게 복음을 전하는데 그 초점이 있기 때문이다.

불신자와 관련해서 한국교회가 시급히 배울 것이 있다면 지역사회에 살고 있는 전도대상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일 것이다. 마치 새들백 벨리 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연구하여 새들백 샘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우리 교회가 위치해있는 지역사회에 어떤 사람이 살고 있고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한지 연구해야 할 것이다.

임파워링 리더십(Empowering Leadership)

새들백교회의 예배에 참석하게 되면 교회 입구에 수많은 부스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을 보게된다. 이 모든 것들이 새들백교회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사역들을 소개하기 위해서 준비된 것이다.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이곳에 들러서 자료를 얻고 실제로 사역을 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들과 대화를 할 수 있고 원한다면 언제나 그 사역에 함께 동참할 수 있다. 이러한 사역들은 철저히 은사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301과정을 통해서 교인들이 자신의 은사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돕고 그 은사대로 일할 수 있도록 배치하기 위해서 체계적인 은사배치사역을 하고 있다.

독일의 교회성장학자 슈바르츠(Schwarz)가 분석한 성장하는 건강한 교회의 첫 번째 원리는 평신도 지도자를 세워 그들에게 사역을 위임하는 임파워링(empowering) 리더십이다. 새들백교회는 이 원리를 충실하게 적용하는 교회라고 할 수 있다. 성도들이 역동적으로 영적 성장을 경험하며 헌신할 수 있도록 돕고, 준비된 성도들에게 자신의 은사에 맞추어 사역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역의 장을 열어주고 있다.

은사중심으로 사역을 배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미 많은 대기업에서도 사원들의 재능에 따라 배치사역을 해왔고 이것은 경영학적으로도 인정을 받고 있다. 그러나 간과해서는 안될 중요한 사실은 그리스도인의 사역은 단순히 기술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격적으로, 지적으로 준비되어 졌을 때에 지도자로서 설 수 있는 것이다. 아무리 재주가 좋고 능력이 있어도 하나님의 말씀에 의해서 다듬어지지 않은 사람은 지도자로 세워서는 안된다. 성경적 원리가 사고와 행동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훈련되어지지 않으면 그가 가지고 있는 재주가 오히려 주님의 몸된 교회를 해칠 수도 있다.
새들백에서는 지도자를 세우기 위한 교육 과정이 복잡하지 않다. 과정을 이수하면서 본인의 은사를 파악하여 원하는대로 사역을 할 수 있도록 하는데 비교적 짧은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그 과정도 주입식 강의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새들백교회는 미국에서도 여유가 있고 교육을 받은 사람들로 구성되어 어떤 주제를 두고 토론을 한다든지 소그룹으로 모이는 것이 매우 익숙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굳이 소그룹 형태를 통해서 지도자를 양성하는 것을 고집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어떤 과정이든지 본인이 은혜받고 변화된 뒤라면 소그룹을 이끌어갈 수 있는 기본적인 자질이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적 상황은 다르다. 한국교회에서 적은 인원의 사람들이 모여서 성경말씀을 놓고 토론을 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 한 사람이 앞에 나서서 가르치거나 예배를 인도하는 것에는 익숙하지만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대화의 문화가 약하다. 유교적인 전통 속에서는 지도자가 어떤 내용을 가르칠 때에 학생이 비록 심적으로 동의가 되지 않더라도 반박하지 않는다. 자신의 다양한 생각을 나누기보다는 지도자가 의도하는 답을 찾는데 더 많은 관심이 있다. 이러한 문화 속에서 자란 평신도에게 은혜를 받았다고 해서 갑자기 소그룹을 맡기는 것은 무리한 일이다. 소그룹의 환경이나 리더십을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소그룹을 이끌어가는 평신도 지도자를 키워가길 원한다면 그들을 소그룹이라는 환경에서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경험을 통해 훈련되어져야 한다. 그러므로, 소그룹의 핵심인 훈련된 평신도 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해서 한국교회는 소그룹이라는 환경속에서 제자훈련이라는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 그것은 한국적인 문화와 그 사역 대상의 차이 때문일 것이다.

이 땅의 어떤 교회도 완벽하지 않다. 각 시대와 지역의 교회마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독특한 역할과 사명이 있게 마련이다. 어떤 성공한 교회의 시스템을 복사해서 다른 목회현장에 그대로 이식했다고 똑같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그러기에 우리는 주님께서 사용하신 교회들을 통해 겸손하게 서로 배워야 하며 동시에 자신의 독특한 모습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릭 워렌의 말처럼 우리는 서로 다른 팀에 속한 것이 아니라 같은 팀의 팀원이다.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서로에게서 배우고 서로를 도와야 할 것이다. 철이 철을 날카롭게 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