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목회란 주님의 몸을 건강하게 세워 가는 것이라는 소신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큰 교회’보다는 ‘좋은 교회’로 세워졌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목회를 하면서 이 소신을 망각하고 당장 교회 성장과 부흥을 이뤄내야겠다는 자기 욕심에 쫓겨, 소위 부흥하고 있는 교회의 좋은 목회 방법을 배워서 목회에 적용해 보았지만 효과는 신통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정말 하나님이 원하시는 교회는 어떤 모습이며, 무엇이 가장 성경적인 목회인지를 조용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나름대로 기도 중에 내린 결론은 종교로 변질되었던 중세의 로마 카톨릭에 대항하여 하나님의 말씀을 깨달은 사람들이 주장한 내용 가운데 다음 세 가지를 목회의 중점으로 삼아야겠다는 다짐이었습니다.
첫째로, 그들은 “오직 성경으로” 를 주장하였습니다. 인간의 철학이나 전통이나 교리에 따라서 그리스도인의 신앙과 생활을 영위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말씀에 토대를 둔 신앙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경배와 찬양”을 강조하는 음악 목회나 “기도는 기적을 낳습니다!”를 외치면서 성도들을 철야기도, 산기도 등으로 이끌고 다니는 목회가 아니라, 언제나 말씀을 중심으로 삼고 그것에 기초해서 찬양과 기도생활의 꽃을 피워나가는 성도들을 양육해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둘째로, 그들은 “만인 제사장직”을 강조하였습니다. 종교개혁자들의 위대한 점은 성경의 신적 권위와 더불어 평신도의 중요성을 발견하였다는데 있습니다. 목사가 모든 것을 다하고 평신도는 다만 수동적인 위치에 놓는 것이 아니라, 평신도로 하여금 스스로 하나님을 만나고 교제하며 인도를 받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세워 주는 것이 목회의 중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셋째로, 그들은 “신전의식”을 강조하였습니다. 하나님은 언제나 어디에나 계시기 때문에 예배당에서만 하나님을 만나고 섬기는 것이 아니라 가정과 직장 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섬기는,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이어야 합니다. 주일에만 하나님을 경배하는 것이 아니라 평일에도 예배하는 정신으로 모든 일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목회철학에 기초해서 성도들을 교육하고 훈련하는 목회야말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이라고 확신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목회원리에 가장 적합하고 좋은 방법은 어떤 것일까?’를 놓고 기도하던 중에 「Q.T.목회」(이 표현이 적합한지는 잘 모르겠지만)를 해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 동안 혼자서 Q.T.를 해왔으나 「Q.T.목회」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는 예배당을 건축할 때 Q.T.로 하나님의 인도를 받으면서부터 였습니다. 그날의 말씀 적용 때문에 다 준비된 예배당 부지 마련을 포기하게 되었고, 다시 1년 뒤의 어느 날 묵상한 말씀으로 현재의 예배당 부지를 확보할 수 있도록 인도해 가시는 하나님을 실제적으로 경험하면서부터 교회의 모든 사역을 그날 그날의 말씀적용에 따라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전 교우들에게도 ‘종의 도(Lordship)’를 강조하면서 매일, 매일, 성경을 묵상하도록 새벽기도회부터 Q.T.로 시작하여 교회의 모든 모임에서 그날 받은 하나님의 말씀을 나누게 하였습니다.
물론 Q.T.가 교회에 정착되는데 순탄한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본 교회에서 양육된 성도보다 유입된 성도들의 전통적인 고정관념으로 인한 배타적 성향들이 있었으며, 심지어는 같은 동역자들 중에도 이런 저항들이 있었습니다.
아마 이들은 Q.T.를 한 교회, 한 사역자의 목회 방법론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말씀묵상과 그 말씀을 삶 속에 순종시켜 가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신앙 본질에 해당되는 것인데, 왜 그것이 그렇게 쉽게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것일까? 물론 Q.T.를 하지 않는 교회와 성도들을 탓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신실한 성도나 건강한 교회를 가만히 관찰해 보면, 그들 속에 Q.T.에 해당되는 하나님의 말씀에 붙잡힌 삶의 기본이 반듯하게 잡혀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필자는 본 교회에 Q.T.라는 이름으로 주신 하나님의 놀라운 신령한 복과 하나님의 다스림을 존중하며 그 은혜와 통치하심을 목회현장에 계속 확산시키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이것이 하나님 나라의 본질이요 제가 목회를 하고 교회를 세워가는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본 교회에 왜 남다른 Q.T.의 경험과 확신들을 주셨을까?’ 생각해 본적이 있습니다. 나름대로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제자훈련을 주된 사역으로 하고 있는 교회라면, 실질적으로 가장 기본이 되고 필수 불가결한 밑거름이 되는 것이 있다면 Q.T.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한 사람이 주님의 제자가 되는 것은 말씀의 도전과 그로 인한 삶과 인격의 변화가 없이는 어렵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말씀 묵상과 삶의 전 영역에서의 말씀 적용과 그 결과로 인한 개인적 체험은 그 어떤 것보다 한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이 큽니다. 그래서 말씀을 경험한 사람은 변화됩니다. 그리고 지속성이 있습니다. 또한 인격적이며 신사적으로 신앙생활을 하게 됩니다. 더 나아가 지속해서 스스로 말씀을 듣고, 순종해 가는 견고한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뚝 서서 주님의 사역을 은밀하게 자원하는 심정으로 감당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희 교회에서는 헌금하는 것이나 구제하는 것이 은밀하게 시행되고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성도들이 주님의 제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처럼 제자훈련과 Q.T. 그리고 건강한 교회, 이것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서로 좋은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사역입니다. 제자훈련을 시도한 많은 교회들이 어려워하는 요인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Q.T.의 토대가 없거나 있더라도 형식적인 허울만의 Q.T.가 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허울만의 Q.T.라 칭하는 것은 Q.T.사역을 교회 안에 소개하고 표방하는 것만이 아니라 누구보다 목회자를 우선으로 하는 교회지도자들이 날마다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고 적용해 보려고 헐떡이는 모습이 없는 것을 말함입니다. 성도들은 그런 상태를 기가 막히게 압니다. 자녀가 부모의 말보다 뒷모습을 보며 교육되는 것처럼, 성도들도 앞에서 Q.T.를 지도하는 지도자의 말보다 그 말씀 때문에 지도자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는 가에 초점을 맞추며 지켜보기 때문입니다. 그러하기에 Q.T.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만큼 목회자 자신의 삶은 하나님의 말씀 앞에서 진실하고 긴장감을 갖게 됩니다.
이러한 긴장이 체질화되어지면 그것이 목회자와 교회의 변질을 막아주는 좋은 역할이 되기에 저는 이 길을 가며 많은 은혜를 누리고 있습니다. 이런 Q.T. 덕분에 목회 사역을 해오면서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망설인 적이 없으며, 또 성도들에게 “이래라 저래라”하며 굳이 목청을 높여 본 적이 많지 않습니다. 항상 그날 그날의 말씀이 기준이 되어 교회 사역 방향을 제시하여 주시고, 그것이 하나님의 인도라는 것을 믿으므로 결과에 상관없이 마음이 늘 평안합니다. 나뿐 아니라 성도 각 사람이 이러한 말씀의 묵상과 적용의 누림이 있으므로, 보이지 않는 말씀의 권위가 교회의 지도력이 되어 자발적인 헌신이 뒤따르게 됩니다.
새벽예배에서부터 묵상된 말씀은 순장반, 제자훈련, 교사 모임, 사랑방 모임(구역)과 모든 지체의 개인적 만남에서도 생명의 떡으로 교제되어지고, 심방을 가서도 예배를 인도하는 기존의 방법을 지양하고 Q.T.를 나누면서 성도들의 영적 상태를 자연스럽게 살피게 됩니다. 이처럼 모일 때나 흩어져 있을 때나 교회 공동체가 늘 하나라는 인식 속에 굳게 서 있는 것은 한 말씀으로 역사 하시는 성령님께서 말씀의 끈으로 하나되게 묶어주시기 때문입니다. 간혹 교회 안에서 불협화음이 야기될 때도 있지만, 그것이 문제가 되어 다른 지체들에게 상처를 입히기 전에 말씀의 다스림을 받으며, 스스로 해결되어 감을 바라볼 때마다 목회자가 신뢰할 것은 말씀뿐임을 새삼 다짐하게 됩니다.
Q.T.란 무엇인가?
Q.T.는 영어 Quiet Time의 첫 글자를 따서 지은 이름입니다. “성경묵상의 시간”이라는 말로 번역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성경묵상의 시간이란 단순히 성경을 읽으면서 깊이 생각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성경을 통하여 하나님과 만남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매일 아침마다 성경을 묵상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성경말씀을 통하여 하나님을 만나는데 있는 것이지, 단순한 교훈 몇 개를 찾고 적용하는데 있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성경묵상의 시간이란 하루 중 가장 좋은 시간에 성경 말씀과 기도를 통하여 하나님과 만나 그분과 함께 교제하는 시간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와 깊은 교제를 갖기 원하십니다. 요한계시록 3:20을 보면 “볼찌어다 내가 문밖에 서서 두드리노니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 내가 그에게로 들어가 그로 더불어 먹고 그는 나로 더불어 먹으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은 나에게 찾아와서 양식을 나누어주고 내가 먹기를 바라십니다. 사람들이 먹으며 교제하듯 하나님도 교제를 먹는 것으로 비유하여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면 하나님과 나와의 진정한 교제는 무엇입니까? 하나님의 말씀을 먹는 것(듣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음식 준비에 바쁜 마르다보다 무릎 끓고 앉아서 말씀을 듣고 묻는(교제하는) 마리아를 더 칭찬해 주셨습니다.
교제는 인격과 인격이 만나야 하며 반응이 있어야 합니다. 하나님이 나에게 “내가 너를 만들었고, 너는 내 것이며, 내가 너를 지켜 줄 거야”라고 하셨다면 나는 “나의 창조주이신 하나님, 나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오늘 욕심 부리지 않고 시킨 일을 하겠습니다. 그리고 나를 지켜 주신다고 하시니 두려움이 사라졌습니다”라고 반응해야 합니다. 이것이 인격적인 대화입니다.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대화인 Q.T.를 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해 보십시오.
1. 하나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 준비하십시오.
조용한 시간과 장소를 마련하십시오. 분위기를 소란스럽게 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성경을 읽기 전에 성령님의 도우심을 간구하십시오.
2. 그날에 해당하는 본문을 여러 번 천천히 읽으십시오.
본문을 충분히 묵상하려면 소화시킬 수 있는 분량만큼만 읽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리고 한 절 한 절을 읽으면서 “하나님은 어떤 분이신가?”와 “나는 누구인가?”의 두 가지 질문을 하는 것입니다.
3. 묵상하는 말씀을 꼭 기록하십시오.
묵상노트를 기록하면 훨씬 효과적으로 묵상하실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기록하는 연필을 통해서도 말씀하시기 때문입니다.
4. 묵상되어진 말씀을 적용하십시오.
“적용한다”고 하는 것은 “내 개인, 환경, 인간관계, 내가 속한 현실에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를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사실 Q.T.를 해야할 가장 중요한 이유가 적용(실천)하기 위해서 입니다.
5. 적용한 말씀을 따라 하나님께 기도하십시오.
깨달은 말씀을 토대로 찬양 드리고 고백한 후, 나 자신과 다른 사람을 위해 구체적으로 기도하십시오. 하나님에 대해 새롭게 발견한 것을 예배의 주제로 삼거나 감사기도 제목으로 사용하십시오. 형제에게 실천해야 하겠다고 결심한 것과 기도제목을 묵상노트에 기록하십시오.
6. 깨닫고 적용한 말씀을 다른 사람과 나누며 서로 격려하십시오.
어느 권사님의 간증
저는 여기에서 연세가 65세쯤 되시는 교회 권사님의 간증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나는 Q.T.라는 말을 들어보긴 했지만 Q.T.는 청년들이나 대학생들이 성경 공부하기 위한 한 방법이라고 여겼을 뿐 나와는 관계없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남산 교회로 옮겨오면서 새벽기도회 시간에 모든 성도들이 Q.T.하는 것을 보고 의미도 모르면서 동참하게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적용 부분에 무슨 내용을 써야 할지 잘 몰랐다. 구체적으로 ‘내게 주시는 교훈’과 ‘적용’이 잘 구별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지만 ‘사랑방’과 ‘제자반’에서 말씀을 나누게 되면서 조금씩 감이 잡혀 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그날그날 말씀을 실생활과 접목시켜 구체적으로 적용하는 생활이 신비스럽기만 했다. 이제 Q.T.생활은 주님이 주시는 평안과 감격 속에 우리에게 향하신 하나님의 뜻과 사랑 그리고 은혜를 새롭게 깨닫는 동시에 하나님과 나와의 바른 관계를 지속해 나가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전에 다른 곳에서 성경 공부를 했었지만 일방적으로 지도자의 강의를 듣고 배우는 형태이었기 때문에 내가 성경 말씀을 읽고 하나님의 뜻을 스스로 찾아내는 묵상과 같은 방법은 아니었다. 성경을 읽을 때마다 그냥 무심히 지나쳤던 부분들이 Q.T.를 하면서 새롭게 내 눈에 비춰지게 되었다.
예를 들면, 바울의 설교 중 사도행전 20:28절 하반절에 ‘하나님이 자기 피로 사신 교회’라고 표현한 구절이 있다. 전에는 예사로 읽고 지나치던 부분이었다. 그런데 Q.T.를 하면서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예수의 피로 값 주고 사신 교회’라고 표현하지 않고 직접 ‘하나님이 자기 피로 사신 교회’라고 나타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나는 삼위일체 하나님을 새롭게 발견하는 느낌이었다. ‘성부·성자·성령 삼위일체 하나님!’ 수 없이 들은 말씀이지만 삼위일체 하나님 되심을 거듭 확인시켜 주는 계기가 되었다.
하나 더 예를 들면 ‘야곱과 에서’의 이야기다. 하나님은 신실하신 분으로 우리 자녀들이 하나님 앞에서나 사람들 앞에서 정직하고 진실한 삶을 살기 원하신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간교하고 사기꾼 같은 야곱을 선택하셨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하셨을까? Q.T.를 하기 전에는 늘 의문이 되는 부분으로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Q.T.를 하면서 비로소 그 해답을 찾았다. 하나님께서는 모든 사람이 다 죄인이기에 죄의 크고 작음을 보시지 않고 행위보다는 그 사람이 얼마나 하나님을 의뢰하고 사모하는 지에 더욱 관심의 초점을 두신다는 점을 깨달았다.
Q.T.할 때 똑 같은 말씀이라도 사람들마다 또한 시시때때로 가슴에 와 닿는 은혜는 각기 다르다. 자기가 처한 상황과 생각에 따라 적용되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말씀은 참 심오한 진리요 능력이며 사랑이요 생명이다.
아직도 나는 Q.T.가 서툴지만 계속 말씀을 묵상하는 가운데 하나님과 더욱 깊은 교제를 나누며 주의 음성 듣기를 간절히 소원한다.
이렇게 말씀 묵상을 통해 하루하루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고 그 분께 순종하려는 적용 속에서 하나님의 인도와 통치를 받으며 살아가는 신앙공동체는 분명 건강한 교회요, 좋은 교회로 세워져 갈 것을 확신합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저희 교회가 경험하고 누려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성경묵상에 도움을 주는 책들>
하나님과 교제하는 방법(알란 하크니스, 성서유니온)
묵상의 시간(윤종하, 성서유니온)
역동적인 경건의 시간(스티븐 에어, IVP)
큐티를 하고 싶습니까?(배창돈, 예루살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