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볼 때 새 천년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목회자들의 주된 관심사는 제자훈련과 소그룹 목회 쪽으로 방향이 잡혀가고 있는 것 같다. 요즈음 사역 전략의 주된 초점을 소그룹에 맞춘 교회들이 건강하게 부흥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목회자들에게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는 윌로우크릭교회나 새들백교회의 경우 초기에는 대중집회(구도자 예배)에 집중하던 교회들이었는데 94년 이후부터는 다양한 소그룹 사역을 활발하게 전개하여 교인들로 하여금 공동체의 가치를 누리도록 하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도 1911년 이후 수천만 개의 가정교회가 생겼으며 가정교회 성도의 수 만해도 6천만 명에서 1억 명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21세기 건강한 교회 성장이론으로 주목받고 있는 독일의 NCD(Natural Church Development)는 건강한 교회를 평가할 수 있는 교회의 질적 특성 8가지 원리를 제시하면서 그 중에 가장 중요한 원리 하나만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전인적인 소그룹이라고 말한다. 1985년까지 싱가폴에서 가정교회의 이론과 실제에 활약했던 랄프 네이버도 “소그룹(가정교회) 목회만이 교회를 교회답게 만드는 사역이다”라고 가정교회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이처럼 사람을 키우는 제자훈련 사역과 소그룹 목회에 관심도가 높아져가고 있는 현상은 아주 좋은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준비된 지도자 없이는 생명력 있는 소그룹 목회가 불가능하다.
나는 수년 전부터 제자훈련 사역과 소그룹(가정교회) 목회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 사역에 주력해 왔는데 그 동안 이 사역을 통해서 하나님이 주셨던 은혜들을 동역자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1. 제자훈련 사역
제자훈련의 형태는 다양할 수 있겠으나 분명한 것은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훈련된 사람을 세우는 제자훈련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제자훈련 사역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선택사항이 아니다. 교회의 크기에 상관없이 그리고 시대와 지역을 초월해서 반드시 시행되어야 하는 목회의 본질적 사역이다. 왜냐하면 주님께서 오셔서 하신 사역이고 떠나시면서 명하신 일이기 때문이다(마28:19-20, 요20:21, 엡4:11-12).
화평교회는 출석성도 4백명 이상 중에 160여명이 제자훈련을 받았고 그중 70여명이 사역자반(지도자 훈련반) 과정을 수료했고 현재 훈련된 사역자들을 통하여 주님이 기뻐하시는 건강한 교회를 이루어 나가는 일에 힘쓰고 있다.
1) 제자훈련 사역을 통해 얻어진 열매
①사람의 변화:서로 친밀한 관계 속에서 제자훈련을 받는 자들이 성령 안에서 변화가 일어나 받은 은사대로 열심히 사역하고 있다. 제자훈련을 통해 변화와 성숙을 경험한 분들이 본을 보이므로 우리 교회 성도들의 소원은 ‘제자훈련 받는 것’이 되었다. 그러므로 매년 제자훈련생을 모집하는 일에는 어려움이 없고 이미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②평신도 사역자가 증가되어 사역의 극대화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교회가 사역중심으로 나아가니 화평교회 식구들의 관심은 어떤 직분이나 감투보다 평신도 지도자로 쓰임 받는 것이다. 화평교회의 자랑은 교회의 건물이나 숫자가 아니라 100여명 이상의 훈련된 사역자들이 있다는 것이다.
③교회가 변함없이 평안하여 든든히 서가고 있다. 개척한지 12년 가까이 되었지만 지금까지 교회가 평안함 속에서 질적ㆍ양적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우리 교회는 갑자기 성장한 교회가 아니다(지금도 작기는 하지만). 숫자적으로는 매년 50명 가까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갈수록 많이 늘어나 올해는 100명 가까이 등록했다. 현재 내적으로 축적된 힘과 좋은 분위기로 조만간 양적으로도 많은 성장이 있으리라 기대한다.
④목사인 나 자신에게 많은 변화와 성숙을 가져왔다. 설교나 인간관계나 특히 목회에 대한 바른 안목과 교회관 등의 변화이다. 나는 어디를 가든, 어떤 환경에서든 제자훈련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제자훈련 사역을 통해 얻은 은혜가 너무 많다. 나는 항상 행복한 목회자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목회가 너무 좋고 신나서 때로는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이 있다. 이 모든 것이 제자훈련 사역의 열매라고 고백하고 싶다.
2) 효과적인 제자훈련 사역을 위한 제언
①제자훈련 사역에 대한 지도자의 확신과 비전이 중요하다. 주님이 하셨던 사역, 주님께서 맡기신 이 사역을 위해서 목회의 사활을 걸어야겠다는 목회자 자신의 결단이 필요하다.
②지도자 자신의 영적 관리이다. 제자훈련하는데 첫 장애가 지도자 자신이라는 사실은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말이다. 지도자 자신이 먼저 주님의 제자가 되지 않으면 결코 주님을 닮은 헌신된 제자를 만들어 낼 수 없다. 깊은 말씀 묵상을 통해 날마다 자신을 검토하는 가운데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며 그 분께 순종하려는 의지가 있을 때 새생명의 역사가 일어나게 되리라고 믿는다.
③사람을 잘 선택하여 대상에 맞게 훈련하는 일이다. 자원이 없다고 무분별하게 선택하면 1년 가까이 헛고생 할 수도 있다. 그리고 너무 틀에 매여진 순서나 과제에만 급급하다 보면 형식과 모양은 있으나 내용과 실제와 생명이 없는 제자훈련으로 전락할 수가 있다. 가능성 있는 자를 선택하며 과제물을 대상에 따라 적게 혹은 다양하게 내서 감당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④훈련 시에 좋은 분위기, 좋은 관계를 조성하는 일이다. 제자훈련 시에 좋은 분위기와 환경만 되면 자연스럽게 그룹 전체가 놀랍게 변화되어 가는 것들을 경험할 수있다. 그리할 때 훈련받지 않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어 제자훈련 사역이 교회에 정착될 수 있다. 그리고 제자훈련 받는 동안 다른 교우들과의 관계나 봉사활동을 소홀히 하지 않도록 지도하여 훈련생들로 하여금 균형 잡힌 믿음생활을 하도록 해야 한다.
2. 가정교회(House Church)
1) 가정교회 사역을 하게 된 동기
제자훈련에 주력하면서 두 가지 고민거리가 생겼다. 첫째는 제자훈련을 받지 않고 있는 절반 이상의 교인들을 어떻게 하면 헌신된 사역자로 올려놓을 수 있을까 하는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훈련받은 제자들이 계속적으로 성숙해가며 마음껏 헌신하며 섬길 수 있는 환경과 터전이 무엇일까 하는 것이었다.
훈련받은 사람들끼리의 관계나 나와의 관계는 뗄 수 없는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어 같은 비전과 목표를 가지고 힘있게 나아가지만 형편상 훈련받지 못하는 무리로 인하여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여러 가지 많은 책을 접하면서 소그룹 목회를 해야겠다는 결단을 하게 되었다. 즉 제자훈련을 받은 사역자들을 세워서 그들에게 소그룹을 맡겨 지도하고 돌보고 섬기며 양육하는 일을 하기로 한 것이다.
2) 준비
나는 10주년을 맞이하면서 교회에 두 가지 비전을 제시하고(①평신도를 지도자로 세우는 교회, ②소그룹 중심으로 성숙해 가는 교회) 안식년을 가졌다. 안식년에 미국에 머물면서 소그룹과 리더십에 관계된 자료들을 정리하고 휴스턴에 있는 최영기 목사님과 랄프 네이버의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또한 싱가폴 셀 교회 방문 등을 거치면서 가정교회 사역을 준비했다. 안식년을 마치고 돌아온 나는 비전 세미나를 개최한 후 3개월을 준비하여 가정교회를 실시하게 되었다. 1년 3개월이 지난 현재 가정교회 사역에 대한 보람과 열매란 이루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돌봄의 해결, 사역자들의 열정과 헌신, 관계 속에서의 친밀감, 유무상통, 은사발견, 모이는 일(배가), 전도 열매, 폭넓은 교제 등). 나는 가정교회의 아름다운 열매가 제자훈련 사역의 결과라고 확신한다.
3) 가정교회가 무엇인가?
요즈음 한국 교회 내에서 다양한 형태의 소그룹 이름들이 등장하여 그 의미를 이해하는 데 많은 혼란을 겪고 있는 것 같다(그 예로 셀 교회, 밴드 목회, 소그룹 목회, 소목자 훈련, 다락방, 구역, 속회, 메타교회 등). 물론 나름대로 특징과 강점이 있으나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모두가 일맥상통하는 소그룹들이며 그 사역이나 용어들이 주는 의미가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최근에 나타난 소그룹 사역 가운데는 원리와 본질이 없이 방법론적으로만 흐르고 있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가정교회는 소그룹 이상의 기능을 다하면서 어느 한 면을 강조하거나 치우침이 없이 전체적인 내용과 형식을 갖추고 있는 성경적인 원리에 입각한 이상적 소그룹(Cell)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가정교회는 다른 기존 소그룹모임과 달리 다음과 같은 사항을 강조하고 있다.
①가정교회는 작은 교회로서 교회의 총체적 기능을 다하게 한다. 초대 가정교회 최초의 모습이 사도행전 2:42-47절에 나타나 있다. 그들은 가정에 모여 식사하고 찬양하며 삶을 나누고 유무상통하며 사도의 가르침을 받으며 나아갈 때 주께서 구원받는 백성의 수를 더하게 하셨다. 이 사역을 그대로 하는 것이 가정교회이다.
②평신도가 목회하게 하는 사역이다. 훈련된 평신도 지도자에게 재량권을 주어 가정교회 제반 사역을 담당케 한다. 화평교회의 모든 사역은 가정교회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심방, 봉사활동, 선교협력, 경조행사 등도 가정교회 지도자들을 통해서 실시하고 있다.
③믿지 않는 자들에게 최대 역점을 두는 사역이다. 가정교회의 목적은 잃어버린 영혼을 구원하는 일이다. 그래서 가정교회를 통해서 전도되는 일이 많으며 새 가족이 가정교회를 방문했을 때는 그 날의 모임 순서가 새가족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가정교회의 생명은 전도에 있기 때문이다.
④성경공부 중심보다는 삶을 깊게 나누는 것을 중요시한다. 지난 한 주간동안 감사했던 일, 힘들었던 일, 기도제목, 설교 말씀을 어떻게 적용했는지 등을 자연스럽게 나누며 여기에 시간을 많이 할애한다.
⑤지역 중심보다는 관계 중심이다. 기존 구역이나 다락방처럼 매년 지역별로 편성하지 않고 지도자를 구성원이 선택하고 지역에 관계없이 편리한 대로 모인다. 분가가 될 때까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나누어지지 않으며 12명 이상이 모여질 때 분가해도 정기적, 비정기적으로 연합하여 가정교회 모임을 갖는다.
⑥재생산을 강조한다. 세포는 살아있고 번식하는 것이 특징이다. 가정교회의 궁극적 목표는 번식과 재생산이다. 세포 속에 핵이 있는데 그것이 생명의 근원인 것처럼 가정교회가 생명을 탄생시키지 않으면 그 존재 의의와 가치가 없다. 그래서 1년이 지나도 번식의 가능성이 없는 가정교회는 폐쇄시켜 다른 가정교회로 구성원들을 편입시킨다.
4) 가정교회 지도자 훈련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양육반(13주), 제자훈련반, 사역자반의 과정을 통하여 훈련된 사람들의 대부분이 가정교회의 지도자로 헌신하고 있다. 그리고 가정교회의 지도자 대부분이 남자 들(37개 가정교회 중 남자 31명)이다. 총무는 아내들이 맡고 있다.
모임은 주일 오후 2시30분에서 5시까지 갖고 있으며 1부는 찬양, 2부는 지도자 자질향상과 교제를 위한 순서를 약 1시간 동안 갖는다(예 소그룹 인도법, 리더십, 멘토링, 공동체훈련, 설교학, 상담, 그룹별 나눔 및 기도회 등). 지난주는 2부 순서로 ‘새가족 알기 테스트’를 하여 제일 많이 기록한 사람에게 책을 선물로 주기로 했다. 3부는 사역보고(간증) 및 교제의 시간을 갖고, 4부는 그 주간에 가서 가르칠 성경공부를 한다. 성경공부 교재는 매 주일 본인이 만들어 가르치고 있다. 그리고 격월로 지도자(가장)와 총무들이 함께 모여 위로와 격려와 나눔 시간을 갖는다. 교회에서는 이들을 위해 경비와 시간을 이낌없이 지원한다. 나는 목회 에너지의 80% 이상을 평신도 지도자들을 위해 쓰고 있다.
3. 제자훈련 사역과 가정교회와의 관계
이 두 관계는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준비되지 않은 사람을 가정교회의 지도자로 세울 때 그 소그룹은 오래 존속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생명력을 상실하게 된다. 오직 준비된 리더가 세워질 때 건강한 소그룹이 계속 탄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평교회는 제자훈련 사역과 가정교회 사역을 목회의 큰 두 기둥과 사이클로 생각하고 서로 균형 있게 성숙해 가도록 하는데 집중하며 목회의 생명을 걸고 있다.
그러면서 사람 세우는 제자훈련을 더 우선시 한다. 제자훈련 사역이야말로 교회 모든 사역의 근본이며 바탕이고 원리가 되기 때문이다. 이것 없이 사역할 때는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격이 되기 때문이다.
뉴 밀레니엄 시대가 다가온다. 21세기 목회 여정에 가장 바람직한 대안과 중요한 처방은 무엇일까? 하나님은 당신의 일을 이루어 나가실 때 그 일에 적합한 준비된 사람을 사용하신다. 그러므로 평신도를 사역자로 세워 그들에게 사역을 위임하는 제자훈련과 그 사역자가 가장 힘있게 구체적으로 헌신할 수 있는 환경인 가정교회야말로 새 시대를 준비하는 목회자들에게 가장 바람직한 목회의 모델이 아니겠는가? 나는 제자훈련과 소그룹 목회(가정교회)가 미래 목회의 핵심이며 가장 성경적이고 이상적인 아름다운 신약교회의 모습이라고 확신한다.
같은 목회 비전을 가지고 있는 사랑하고 존경하는 동역자들과 주의 나라 구현을 위하여 수고하며 새 천년을 함께 걷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