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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평깨 40 호

자연적 교회성장이 한국교회에 주는 교훈

2004년 08월 김명호 목사

최근 우리의 목회현장에 교회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40여년간 미국의 풀러신학교를 중심으로 교회성장학이 황금기를 구가해왔고 한국교회 성장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쳐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좋은 열매보다는 많은 열매에 초점을 두고 이끌어온 교회성장학의 방법론에 비판의 여지가 있다는 것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20세기말에 접어들면서 “교회성장”에서 “교회건강”이라는 관점으로 목회를 바라보는 시도들이 나타나게 되었다. 독일의 자연적 교회성장 연구소의 소장인 크리스티안 A. 슈바르츠(Christian A. Schwarz)는 지난 10여년동안 32개국의 1,000여 교회를 조사하여 얻은 420만개의 설문 데이터를 가지고 문화나 신학적인 배경, 교회의 크기에 관계없이 적용할 수 있는 건강한 교회의 원리를 외치고 있다.

모델이 아닌 원리를
슈바르츠는 자신의 교회성장 이론을 “자연적 교회성장(Natural Church Development)”이라고 부른다. ‘자연적’이라는 말은 교회라는 공동체가 성장의 DNA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라나게 되어있고, 적당한 환경만 주어지면 성장은 스스로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교회성장에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즉 씨를 뿌리고 추수할 수는 있어도 열매를 맺게 할 수는 없다. 오직 하나님만이 자라게 하신다. 마가복음 4:26-29에서는 “땅이 스스로 열매를 맺는다”는 말로 표현되고 있다. 양적 성장과 대형교회를 지향하는 성공주의에 빠져 성장 논리가 지배하고 있는 한국교회가 귀담아 들어야할 귀한 가르침이라고 생각한다. 성장하게 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시고 나는 내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는 자세가 있는 목회자는 자신의 사역에 대해 결코 과소평가하거나 자조적인 한탄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슈바르츠는 건강한 교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성장한 어떤 교회의 모델을 찾아 지역교회에 접목하는 것이 아니라 원리를 추출하여 그 원리를 지역교회에 적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 교회의 성장 모델이 아무리 뛰어나고 그 열매가 증명된 것이라 하더라도 각각의 개 교회가 처한 독특한 문화와 환경에 적용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많다. 그러나 다양한 문화와 신학적 배경이 있는 여러 교회에서 성장의 원리를 추출하여 지역교회의 구체적 상황에 맞도록 개별화하고 적용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성공하는 교회를 보고 도전받는 것도 좋지만 모든 교회의 성장에 기초가 되는 보편적인 원리를 발견하여 지역교회에 합당한 나름대로의 모델을 구축해 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8가지 질적 특성
슈바르츠는 자신의 사회과학적인 연구방법을 통해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성장하는 교회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8가지 질적 특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질적 특성들은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건강한 교회의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첫 번째 질적 특성은 사역자를 세우는 지도력(Empowering Leadership)이다. 임파워링 리더십이란 평신도 동역자를 발굴하여 그들을 훈련을 통해 세워주고 그들에게 사역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하는 리더십을 말한다. 성장하는 교회의 지도자들은 한결같이 평신도를 도와서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주신 영적 잠재력에 도달하도록 하는 일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질적 특성은 은사중심적 사역(Gift-oriented Ministry)이다. 성도들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성도들의 은사 활용 여부이다.
세 번째는 열정적 영성(Passionate Spirituality)이다. 성장하는 교회와 성장하지 못하는 교회를 구별짓는 결정적인 요인은 “이 교회의 성도들이 뜨거운가? 그들이 기쁨과 헌신된 삶을 통해 믿음을 실천하고 있는가?”라는 것이다. 네 번째는 기능적 조직(Functional Structure)이다. 조직이 살아있는 교회는 성장하고 조직이 죽어있는 교회는 쇠퇴한다. 전통에 매어있는 교회가운데 성장하는 사례는 하나도 없다.
다섯 번째 특성은 영감있는 예배(Inspiring Worship)이다. 성장하는 교회를 결정짓는 예배는 예배에 참석한 성도들에게 얼마나 영감을 주는가에 달려있다. 영감있는 예배가 드려지는 교회의 성도들은 교회에 가는 것을 즐거워하게 된다. 여섯 번째 질적 특성은 전인적 소그룹(Holistic Small Group)이다. 소그룹이 교회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위해서는 단순히 성경본문을 토론하는 것을 넘어서 성경의 메시지를 일상생활에 적용하는 데까지 가는 전인적인 소그룹이어야 한다.
필요지향적 전도(Need-oriented Evangelism)는 일곱 번째 질적 특성이다. 교회 성장의 열쇠는 지역교회가 전도의 노력을 불신자의 문제와 필요에 집중하는데 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질적 특성은 사랑의 관계(Loving Relationship)이다. 성장하는 교회는 매우 높은 사랑지수(love quotient)를 보여준다. 사랑을 나타내는 교회의 능력과 교회의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 사이에는 대단히 의미있는 관계가 있다.

효과적인 건강진단 도구
NCD는 교회의 건강진단에 매우 큰 도움을 준다. 얼마 전에 주변에 있는 31개 교회를 엮어서 NCD의 진단을 받도록 도왔던 경험이 있다. 진단을 받았던 목회자들의 한결같은 반응은 마음에 두고 있던 문제들이 객관적으로 점검되어서 목회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굳이 설문지를 통해 진단받지 않더라도 8가지 질적 특성에 대해서 정리를 해보면 개교회의 장점과 약점을 파악할 수 있다. NCD의 원리는 목회현장의 미심쩍었던 문제에 대해 객관적인 진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러나 대부분의 현실 교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는 건강진단을 받고 폐가 나쁘다는 판정을 받은 뒤에도 “내가 폐가 나쁘다네”라고 말하면서 껄껄 웃고 만다든지, 타이레놀 몇 알 만을 먹고 이젠 아프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처럼 교회가 가진 문제들에 대해서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늘 교회가 앓고 있는 병은 아스피린 몇 알을 먹는다고 해결될 병이 아니다. 몇 가지 프로그램을 도입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진단은 몇 시간이면 끝날지 모르지만 치료에는 장기적인 과정이 필요하다.

사람을 세우는 패러다임으로
NCD의 8가지 질적 특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목회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프로그램 중심적인 목회에서 사람에게 관심을 두고 사람을 세워가는 리더십으로 전환해야 한다. 21세기를 맞이하는 한국교회에 가장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사역자를 세우는 임파워링 리더십이 아닐까 생각된다. 세상의 경영학도 이제는 성경적 원리를 배워 섬기는 리더십, 청지기직, 변혁적인 리더십으로 정착되어가고 있는데 유독 교회만은 아직도 군림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고집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현대는 전문화의 시대라고 말한다. 목회도 지금까지 해오던 독불장군의 리더십 형태를 가지고는 생존할 수 없는 상황으로 변하고 있다.
임파워링 리더십은 제자훈련의 철학이다. 잠자고 있는 평신도를 깨워 그들을 목회의 동역자로 삼는 것이다. 제자훈련은 증상을 치료하는 양방보다는 원인을 잡아 치료하는 한방에 비유할 수 있다. 체질을 바꿔가는 치료이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 흠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부작용이 없고 병의 근본적인 원인을 치료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평신도 지도자를 세우는 일이 일주일에 한번씩 참석하는 예배나 설교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여기에는 시간이 걸린다. 희생이 따른다. 그러나 가치있는 일이다. 자연적 교회성장이 강조하는 원리는 열매보다는 뿌리에 더 깊은 관심을 두라는 것이다. 그러나 교회성장이라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목회자에게 장기적인 전략을 세우고 사람을 키워간다는 것은 관심 밖의 일일지도 모른다.

제자삼는 사역과 질적 특성의 관계
사람을 세워가는 일은 각각의 질적 특성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예를 들자면, 은사 중심으로 사역한다는 것이 그저 은사가 있는 사람들을 각 사역에 배치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은사를 가진 형제 자매들이 자신의 은사에 따라 사역을 하도록 돕기 위해서는 성품과 역량이 겸비될 수 있도록 양육과 훈련이 제공되어야만 한다. 그러므로, 은사 중심적 사역은 사람을 세워가는 제자삼는 사역이 전제되어야만 가능하다.

슈바르츠는 8가지 질적 특성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으로 소그룹을 꼽았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소그룹의 가치와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보여진다. 하이테크(High-tech)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하이터치(High-touch)에 더 많은 갈증을 느끼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필요와 아픔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돌보아주는 공동체를 찾아나서게 될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해서 깊은 애정을 가지고 각각의 영적 수준에 맞추어 양육을 제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환경이 소그룹이다. 삶의 변화를 가장 역동적으로 볼 수 있는 곳이 소그룹이다. 소그룹의 세포분열은 소그룹 지도자가 얼마나 준비되었느냐에 달려있다. 사람이 준비되지 않고 행정적으로 사람을 묶어준다고 해서 소그룹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처럼 중요한 소그룹 지도자를 어떻게 세울 것인가? 소그룹에서 귀납법적인 토론과정을 거쳐 사람들을 세워가는 일은 한국적 문화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므로, 소그룹 지도자를 세워가기 위해서는 소그룹 환경에서 경험을 통해 훈련받게해야만 한다. 한 사람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착을 가지고 양육하는 일이 소그룹 안에서 경험을 통해 체득될 때 평신도들의 사역의 현장에서 재생산이 이루어질 수 있다.

성경적 토대에 든든히
한국교회에 NCD 사역이 소개되면서 많은 교회가 건강한 교회로 세워져가는 귀한 도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러나 몇 가지 주의할 점도 있다고 생각된다. NCD는 많은 교회들을 조사해서 사회과학적인 방법으로 찾아낸 원리와 생명체적 원리를 가지고 교회의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사실 지금까지 이렇게 객관적으로 교회를 볼 수 있도록 돕는 도구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교회가 가야할 방향이 이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엔 왠지 부담이 된다. 지금까지 조사한 천 여 교회 가운데 건강한 교회가 이러니 우리도 이렇게 되자고 하기에는 설득력이 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성경에서 말하는, 주님이 마음속에 그리고있는 교회의 진정한 모습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것이 보다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장기적인 대안을
진단에서 출발해 처방을 내리고 문제있는 목회현장에서 변화를 유도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단순히 몇 몇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이러한 조치가 교회를 갱신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패러다임이다. NCD 자체가 방법 지향적인 패러다임이나 영성 지상주의적 패러다임의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 매우 비판적이기에 (NCD 83-102페이지 참조) 그리 걱정할 것은 아닐지 모르지만, 실용주의적인 경향에 물들어 있는 많은 사람들은 “좋은 나무 없이 좋은 열매를 맺는 방법은 없을까?”하고 물어올 것이다. 우리가 놓쳐서는 안될 중요한 것은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인스턴트식의 처방은 잠깐 동안의 안위는 줄지 모르지만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는 못한다. 진단은 쉬워도 치료하는 과정은 어렵다. 첫 번째 질적 특성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이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사람을 세워가는 임파워링 목회는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

좋은 컨설턴트, 좋은 네트워크
NCD 사역이 좋은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좋은 컨설턴트를 찾아야한다. 컨설턴트의 역할은 이론을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목회에 대한 깊은 이해와 지혜가 있어야 한다. 21세기는 네크워크의 시대라고 말한다. 아무리 뛰어난 사역자라도 혼자서는 넘어진다. 함께 일으켜 세워줄 친구가 있는 자는 포기하지 않고 그 길을 갈 수 있다. 한 개인으로서의 컨설턴트를 얻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은 같은 목회철학을 가진 목회자들과 함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다. 목회에서 탈진을 막으려면 서로의 인격과 삶, 목회에 대해서 책임을 질 수 있는 관계 소그룹(Accountability Group)이 필요하다. 사람을 세워가는 목회는 멀고 험난한 여정과 같다. 이 길에서 지치지 않고 효과적인 사역을 하기 위해서 네트워크를 구축하라.

걸어다니는 비전, 지도자
임파워링 리더십은 지도자의 비전에서 시작된다. 그 비전은 하나님의 시각에서 출발해야 한다. 성경적 원리에서 추출되어 하나님께서 의도하신 교회의 모습을 담고 있을 때 성도들의 동의와 확신에 의한 헌신을 얻을 수 있게된다. 비전은 시대를 앞서가는 것이다. 그러기에 대중이 이해하기가 쉽기 않다. 그러므로 비전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아도 선뜻 이해되지 않는 비전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면 그 비전을 따라가며 헌신하는 사람이 생길 리 없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명확하게 이해하고 암기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비전을 전달하고 공유해야 한다. 비전을 전달함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지도자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모범일 것이다. 지도자는 걸어다니는 비전 그 자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 2000년을 눈앞에 두고 준비하는 지금, 섬기고 있는 교회를 향한 주님의 비전을 바라보며 그 비전을 전달하고 이루어가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세우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