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독일의 교회 성장 연구소에서 32개국의 1,000여 교회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하여 얻은 420만개의 응답을 사회과학적인 방법으로 분석하고 종합해서 자연적 교회성장(Natural Church Development)이라는 보고서를 내어놓았다. 이 보고서의 저자 슈바르츠(Christian Schwarz)는 교회의 성장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환경의 문제라고 말한다. 즉 성장할 수 있는 환경만 조성되면 교회는 질적으로 양적으로 자연스럽게 자란다는 것이다. 그가 교회성장에 자연적(Natural)이란 표현을 쓰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하나님께서는 교회의 DNA속에 성장이라는 유전자를 심어놓으셨기 때문에 건강하기만 하면 자라게 되어있다는 것이다. 마치 어린아이들이 건강하기만 하면 제 나이에 따라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자라게 되어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교회성장은 어떤 사람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라게 하시는 이는 오직 하나님이시고 단지 목사는 교회가 잘 자랄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기만 하면 된다. 바울이 씨를 뿌리고 아볼로가 물을 준 것과 같이… .
이 보고서에서 그는 문화와 신학을 뛰어넘어 세계 곳곳에 있는 건강한 교회가 가지고 있는 질적 특성을 8가지로 분석했다. 여덟 가지 질적 특성의 첫 번째가 사역자를 세우는 지도력(Empowering Leadership)이다. 임파워링이란 표현은 그 의미가 단순하지 않고 적당한 한국적 표현을 찾기가 쉽지 않다. 간단히 정의하자면 평신도를 깨우고 개발하고 무장시켜서 사역을 함께 할 수 있는 동역자로 세우고 그들에게 위임하는 지도력을 말한다.
사람을 세우는 지도력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성경말씀은 디모데후서 2장 2절일 것이다. “또 네가 많은 증인 앞에서 내게 들은 바를 충성된 사람들에게 부탁하라. 저희가 또 다른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으리라.” 사도 바울은 자신이 디모데에게 심혈을 쏟아 가르친 모든 내용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기를 원했다. 그러나 그 나눔이 단지 다른 사람에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또 다른 사람에게 나눌 수 있는 신실하고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을 선택해서 나누라고 부탁했다. 임파워링하라는 말이다.
흔히 목회자의 리더십 스타일이 교회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 관계지향적인 리더십보다는 목표지향적이고 주도적인 리더십을 가진 목회자들이 목회에 성공한다고 일반적으로 생각해왔다. 하지만 슈바르츠의 분석 결과, 리더십 스타일은 교회성장에 결정적인 요인이 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회성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목회자가 사역자를 세우는 지도력을 가지고 있느냐는 것이었다.
건강한 교회의 지도자들은 평신도를 도와서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주신 영적 잠재력에 도달하도록 하는 일에 집중한다. 평신도 한 사람 한 사람의 잠재된 가치를 바라보면서 그들에게 숨겨진 보화를 캐내는데 최선을 다한다. 그들의 영적 은사가 무엇인지 찾아내고 개발하고 사용할 수 있는 사역의 장을 마련한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르게 마련이다. 평신도 지도자를 세우는 일은 일주일에 한번씩 참석하는 예배나 설교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여기에는 시간이 걸린다. 목회자가 소수의 사람에게 집중하여 투자해야 하는 희생이 따른다. 그러나 가치있는 일이다. 오늘날의 목회자들이 임파워링 리더십을 가지지 못하는 이유는 너무 쉽고 편하게 목회하려고 하는 유혹에 빠지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프로그램을 들여와 순간적인 변화와 열매를 맛보려고 하는 생각에 멀리 내다보며 꾸준하게 투자하는 일을 소홀히 하기 때문에 사람을 키우는데 실패한다.
풀러 신학교의 목회학 박사과정에서 NCD 사역을 가르치고 있는 밥 로건(Bob Logan) 박사는 임파워링 리더십은 모델을 보여주는 리더십, 비전을 심어주는 리더십, 무장시키는 리더십, 코치하는 리더십의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고 정리했다. 사람을 세우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를 이해하기 위해 그가 말하고 있는 특성에 대해서 살펴보기를 원한다.
모델을 보여주는 리더십
영향력있는 리더십은 자신의 삶을 모델로 보여준다. 사람들은 듣는대로 배우기보다는 보는대로 배운다. 아무리 천사와 같은 말을 한다 하더라도 지도자의 인격과 삶이 그 가르침을 뒷받침해주지 못한다면 영향력이 없다.
이런 말이 있다. “감동을 주고 싶은가? 청중과 거리감을 두고 멀리 있어라. 영향을 끼치고 충격을 주는 가르침을 주고 싶은가?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라.” 얼마나 소수의 사람에게 얼마나 깊은 관계를 맺고 자신을 투자하느냐가 평생을 걸고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얻을 수 있도록 만든다.
모델을 보여주는 리더십은 리더 자신의 삶만이 아니라 그에게 영향을 받은 평신도들의 삶을 모델로 보여줄 수 있다. 오늘 우리에게는 거룩한 목회자의 모델보다는 요셉과 같이 세속사회 속에서 하나님의 사람으로 살아가는 경건한 모델이 더욱 필요하다. 목회자가 강단에서 외치는 몇 마디 말보다는 우리의 일상적인 삶 속에서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인격과 삶을 보여주는 평신도들의 살아있는 설교가 더욱 위력을 발휘한다.
비전을 심어주는 리더십
많은 목회자들이 교회의 성장과 갱신을 위해 배우는데 시간을 투자하며 꿈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적인 목회현장 속에서 그 꿈을 실현하지 못하는 모습들을 본다. 오히려 목회자가 가지고 있는 목회계획과는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평신도 지도자들과의 갈등과 대립으로 전쟁을 치르는 목회현장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생 텍쥐베리는 “만일 당신이 배를 만들고 싶으면 사람들을 불러모아 목재를 가져오게 하고 일을 지시하고 일감을 나눠주는 따위의 일을 하지 말라. 대신 그들에게 저 넓고 끝없는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주라”라고 했다. 목적지를 모르고 단지 지금 해야할 일만 지시받는 것이 얼마나 피곤한 일인지 지도자는 알아야 한다. 비전을 함께 소유한 평신도 지도자는 사역에 목숨을 건다. 퍼즐 조각을 맞추는 게임을 해본 적이 있는가? 완성된 아름다운 퍼즐의 그림은 작고 사소한 퍼즐을 맞추는 지루한 일을 반복적으로 수행할 때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완성된 퍼즐의 그림을 가슴에 품고 있는 사람은 작은 퍼즐 조각 하나의 중요성을 안다. 헌신된 평신도 동역자를 얻기 원하는가? 비전을 나누라.
비전을 함께 나누는 방편중 한 가지는 목회자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책을 읽고 토론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몇몇 교회에서는 당회원들이 함께 모여 “평신도를 깨운다”를 읽고 교회에 대해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어떤 교회는 매주 “새들백교회 이야기”를 읽고 미리 준비해놓은 질문지를 가지고 연구하기도 했다. 행동을 바꾸기 원한다면 먼저 생각을 바꿔야 한다.
비전을 나누는 또 하나의 방편은 좋은 모델교회를 선정해서 당회원들이 방문하는 것이다. 방문하기 전에 눈여겨 보아야할 몇 가지 질문을 준비해 가도록 하라. 우물안 개구리처럼 지내지 않도록 건강한 모습의 교회들을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평신도 지도자들의 마음 문을 열어놓는 것도 비전을 나누는 중요한 방법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지도자는 시간만 나면 개인적으로 만나든 말씀을 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든 자신의 목회 비전을 나누어야 한다. 열정과 확신, 분명한 성경적 근거와 시대적 필요성을 가지고 비전을 나누되 그 비전이 공유되기 전까지는 섣불리 일을 벌이지 않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무장시키는 리더십
꿈만 가지고는 살 수 없다. 구체적인 훈련과 무장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에베소서 4장 12절에 “성도를 온전케 하며”라는 말은 구비시킨다, 무장시킨다는 말이다. 영적 지도자는 성도들을 사역의 현장에 보내기 전에 무장시켜야 한다. 무장의 과정이 없이 직분을 주고 사역하도록 하는 것은 소총의 방아쇠를 어떻게 당기는 지도 모르고 전쟁터에 내몰렸던 학도병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평신도 지도자를 선택해서 무장시키려고 할 때 선택이라는 과정을 거치게 마련이다. 어떤 사람을 선택할 것인가? 먼저 영적 은사가 있는지를 확인해 보라. 사회적인 지위보다는 성품을 보고, 지식보다는 순종하려는 자세를 보라. 얼마나 많은 경험이 있는지 보다는 배우려고 하는 의지(teachable mind)를 보라.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보다는 시간을 내고 일에 뛰어들 수 있는 가용성(availability)을 보라.
무장시킬 때 잊지 말아야할 가르침의 과정이 있다. 간단한 영어로 그 과정을 설명할 수 있다. 첫 번째는 “I do, you watch”의 과정이다. 지도자는 먼저 시범을 보여야 한다. 지금 말하고 있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지도자의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전도를 하라고 말한다면 목회자가 먼저 전도는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거리에 나가든지 전도대상자를 앞에 앉혀 놓고 전도하는 모습을 평신도가 지켜볼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다음은 “I do, you help”의 단계이다. 지도자가 하고 있는 일에 평신도를 참여시키라. 그 사역의 일부분을 맡겨 주라. 전도폭발 훈련과정에 훈련자가 훈련생에게 전도하는 과정의 일부분을 떼어 맡기는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원리는 평신도를 무장시키는 모든 과정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다음은 “You do, I help”의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는 주체가 평신도에게 넘어간다. 훈련생에게 공을 넘겨야 한다. 그리고 옆에서 도와주는 것이다. 아직 혼자서 모든 일을 할 수는 없지만 옆에서 도와주면 자신감이 붙는다. 어느 정도의 기간동안 도와주다 보면 홀로서기를 할 수 있게 된다.
다음은 You do, I watch의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는 훈련생이 혼자서 사역을 감당하도록 하고 지도자는 그저 지켜 봐주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 들어가면 무장의 단계를 벗어났다고 할 수 있다. 이제 동역자의 개념을 가지고 그를 대하게 된다. 그가 이룬 일에 대해 격려하며 정기적으로 평가하고 필요한 기술과 자질을 키워주게 된다. 마지막으로 “You do, someone else watch”의 단계가 있다. 다른 이로 하여금 그가 하는 것을 지켜보게 해 주는 것이다. 이 단계에 들어서면 목회자가 직접 나서지 않아도 평신도 간에 자연적인 멘토링의 순환고리가 형성된다.
코치하는 리더십
무장되고 준비된 평신도 지도자들에게는 사역의 장이 필요하다. 충분한 훈련의 과정을 거쳤는데도 사역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지 않으면 매우 비판적인 사람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 준비되었다면 일하도록 해야한다. 목양의 영역에서 함께 일하면서 목회자의 심정을 나누어야 한다. 때때로 평신도 사역자들을 방치해 두어 탈진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는 목회자가 코치하는 일을 게을리 했기 때문이다.
지속적이며 효과적으로 평신도 지도자들을 이끌기 위해서는 먼저 정규적으로 지도자들을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년에 한번, 혹은 분기별로 그들의 사역을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관찰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이루어놓은 일이 있다면 아무리 작은 성취라 할지라도 축하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때 축하하며 격려하는 것이 상투적인 것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가 이룬 일에 대해서 매우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인정하고 격려해야한다.
리리 크랩(Larry Crab)이라는 상담학자는 사람이 자라가는 데에는 90%의 격려와 10%의 지적이 필요하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지적은 잘 하는데 격려에 매우 인색하다. 의도적으로 작심을 하고 격려할 거리를 찾아서 구체적으로 인정해주는 리더십 훈련이 필요하다. 90%의 격려를 하고 난 뒤에 그가 발전할 수 있도록 한 가지를 지적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그에게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필요한 훈련을 제공해야 한다.
지속적인 리더십 개발을 위해서는 지도자들을 위한 모임을 구체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구역장 모임 혹은 순장 모임을 모델을 보여주고, 비전을 나누고, 무장시키고, 코치하는 기회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들이 이룬 일에 대해서 축제를 벌이고 그들이 특별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동역자로서 책임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피부로 느끼도록 해야 한다.
이제 자신의 리더십을 평가해 보라. 다음의 영역에 대해서 10점 만점 가운데 몇 점이나 되는지. 자신의 장점이 무엇인지, 약한 부분이 어디인지, 그리고 개선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한번 진단해 보라. 그리고 실천해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