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말
교회에서 음향이 갖는 시설적인 비중은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예배당의 공간이 커지면 커질수록 음향이 갖는 중요성은 더 커진다. 더구나 90년대 이후 교회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중요성이 커지면서 기독교 문화행사에 대한 교회의 관심은 이 분야에 소명을 지닌 일부 목회자들로 하여금 음향에 대한 안목과 지식을 필요로 하게 하였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이에 대한 올바른 안목과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곳을 찾기란 극히 어렵다. 방송음향이나 레코딩(recording)에 대한 분야를 제외하고 국내 어느 대학에서도 전공 학과를 찾기 어려운 현실은 이 분야의 척박함을 반증한다고 하겠다. 국내에 적지 않은 음향 관련 업체나 대리점들이 있다. 몇몇 곳은 매우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에 의해 시설을 하는 곳도 있지만 그런 곳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이론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경험적으로 설치 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전국의 집회를 다녀보며 접하는 대부분의 교회 음향 현실은 결코, 그간 시설을 맡았던 시설 주체들의 책임을 간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교회 음향은 일부 목회자들만의 분야일 수는 없다. 왜냐하면 모든 목회자는 자의건 타의건 한 주일에도 교회 내에서 음향 시스템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주역(?)이기 때문이다. 비록 직접 음향 시스템을 조작하지는 않더라도 이 분야에 대한 기본 지식과 안목을 높이는 것은 목회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는 목회 현장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교회 음향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 전문용어는 지양할 것이며 될 수 있는 대로 일반용어를 사용하되 불가피하게 사용할 경우 그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고자한다.
음향시스템에 관한 몇 가지 오해
음향 시스템에 대한 목회자들의 몇 가지 오해들은 이 분야의 안목과 지식을 습득하거나 이해하는데 결정적인 저해요인이 되고 있다. 이를 바로잡는 것은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하겠다.
1. 교회 전용 음향시스템이란?
결론부터 말하자면 ‘교회전용 음향시스템’이란 개념은 원칙적으로 적합하지 않다. 음향 시스템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이미 기록되거나 만들어진 녹음물(음악이나 연설 혹은 각종 음향효과)을 재생하는 재생(replay)시스템과 목소리나 악기 소리 등의 음원(sound source)을 여러 사람들이 들을 수 있도록 확성시키는 음향 보강(sound reinforcement) 시스템으로 나눌 수 있다. 교회 음향 시스템은 바로 이 음향 보강 시스템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예를들어 연설이나 각종 예술 공연 등을 해야하는 500명 수용 규모의 시립문예 회관에 쓰이는 음향기기나, 설교와 각종 기독교 문화 행사를 해야하는 500명 수용 규모의 교회에 쓰이는 음향기기는 그 용도가 다를 뿐 기본 개념은 확성 시스템이란 점에서 다르지 않다. 다시말해 교회에서만 사용하도록 특별히 설계된 음향기기는 없는 셈이다.
2. 음악전용 스피커와 연설전용 스피커
“음악전용 스피커와 음성(혹은 연설) 전용 스피커는 그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별도로 써야만 한다. 그리고 음악 전용 스피커로는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흔히 공원이나 개척 교회 등에서 많이 쓰이는 폭 15-20센티미터 정도, 길이 30-50센티미터 정도되는 길다란 모양의 칼럼(column)형 스피커라고 하는 스피커를 콘서트나 음악 행사 등에 쓰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고 하는 데에는 일반인들도 별 이의가 없는 것 같다.
그런데 반대의 경우 콘서트나 음악 행사시 쓰는 스피커를 교회에 설치해서 설교용과 행사용 겸용으로 쓸 것인가에 대해서는 오해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선 전용 스피커에 대한 개념부터 짚어야 할 것 같다. 전용이란 “오직 정해진 그 용도(말이 좀 이상하지만)”로만 쓰이는 것이다. 그런데 이 경우 심각한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경음악을 제외한 대부분의 음악들은 가수들의 목소리가 포함된 것이다. 실제 행사나 공연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음악만 있는 재즈 연주회장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경우 가수의 목소리와 음악이 혼용되어 확성된다. 그렇다고 별도의 음성 전용 확성 스피커를 쓰는 일은 거의 없다. 이것을 음악 전용과 음성 전용이라는 모호한 말을 사용하여 컨설팅이나 시설을 의뢰하는 목회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웃을 일만은 아니다.
음성과 음악이 반드시 분리되어야 한다는 말은 일견 타당한 견해 같지만 부분적으로는 올바르지 못한 견해다. 일반적으로 사람 목소리의 높낮이, 즉 주파수(frequency) 범위는 각종 악기의 주파수보다 좁다. 매우 낮은 주파수의 소리부터 매우 높은 주파수의 소리가 잘 나오도록 설계된 스피커의 주파수 범위 안에 포함된 목소리의 주파수 범위는 잘 나오게 마련이다. 따라서 A라는 음악 공연장에 올바르게 설치된 어떤 스피커의 모델을 B교회에도 똑같이 설치한다 하더라도 음악 전용이냐 연설 전용이냐에 대해서는 비판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3. 내 목소리에 잘 맞는 마이크(?)
목회자들이나 찬양 사역자들이 요구하는 마이크에 대한 몇 가지 요청들은 필자를 종종 당황하게 만든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다음의 경우다.
“제 목소리가 좀 특이해서 제 목소리에 맞는 마이크를 써야 할 것 같은데 추천해 주십시오.”
사실 음색의 특성으로 따지면 수십억의 인구 중 비슷한 사람은 있을 수 있어도 같은 사람은 없다. 비슷한 그룹으로 나눈다고 해도 엄청난 숫자의 그룹이 될 것이다. 따라서 ‘내 목소리에 맞는 마이크’라는 개념은 원칙적으로 정확한 개념이라고 하기 어렵다.
마이크의 분류는 용도와 특성에 따라 나누어진다. 목회자들이 관심을 갖는 목소리 흡음의 경우 ‘연설을 주로 할 것인가? 노래를 주로 할 것인가?’에 따라 특성의 차이를 보인다. 편의상 노래용에 대해 먼저 말하면 마이크를 직접 손으로 잡아야하고 다른 악기 소리나 코러스를 맡은 사람들의 소리가 흡음되는 것을 최소화해야 하므로 마이크를 잡은 사람의 목소리, 즉 바로 가까이의 소리만을 흡음하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손으로 잡는 부분에서의 진동 잡음이 잘 흡음되지 않는다. 이러한 특성의 마이크를 다이나믹 형(dynamic type) 마이크라고 한다.
연설의 경우는 마이크를 잡는 일이 거의 없고 연설시 주위의 잡음도 비교적 없으므로 마이크에서 입이 조금 떨어져 있어도 흡음이 잘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그만큼 감도가 좋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특성의 마이크를 콘덴서 형(condenser type) 마이크라고 한다.
그러나 예외도 있다. 노래를 하더라도 성악과 같이 입이 마이크에서 멀리 떨어져야 하는 경우 입을 향하는 방향쪽으로만 감도가 좋은(이것을 단일 지향성이라고 한다.) 콘덴서 마이크를 쓰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연설이 목적이라 하더라도 손으로 마이크를 잡아야 하는 경우 감도가 좋은 콘덴서 마이크는 몸체를 잡는 손에 의한 진동 잡음이 흡음되므로 노래용의 다이나믹 마이크를 입에 가까이 대고 쓰는 경우도 있다.
이제 정리를 하자. 개인의 목소리에 맞는 마이크를 찾는 것 보다는 어떤 용도로 쓸 것인가에 따라 마이크를 선정해야 한다. 권장하고 싶은 마이크 브랜드로는 AKG, SHURE, SENNHEISER 등이 있다. 이런 브랜드에서 생산되는 마이크는 용도와 가격을 비교할 때, 비교적 좋은 가격대비 성능을 보유하고 있어 신뢰하고 선택할 만하다.
4. “우리교회는 너무 소리가 울려서 좋은 시스템으로 잘 설치해야 해요!”
사실 가장 오해가 많은 부분들 중 하나다. 설치된 스피커 및 부수 음향기기의 성능은 매우 우수한 기기들임에도 설치-연결이나 조정(setting up) 등이 잘못되어 있는 경우 좋은 음향을 기대할 수 없다. 이러한 경우는 비교적 이해를 잘하는 편이지만 건축 공간에 의해서 스피커에서 발진된 소리가 울리는 것을 음향 시스템의 성능 유무와 관련시키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아 이 부분에 대한 목회자들의 이해의 폭은 상대적으로 좁은 것 같다.
음향 시스템의 소리 형성 과정은 연설의 경우 마이크에서부터 스피커까지이다. 즉 스피커에서 발진된 소리가 건축 공간에 의해서 울림이 생기는 것은 결코 음향 시스템의 컨트롤 영역이 아닌 것이다. 반대로 거의 울림이 없을 때 적정 수준의 울림 소리를 만들어 내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찬양을 할 때 흔히 에코(echo)라고 불리우는 효과음(reverb)이 의도적으로 목소리나 악기 소리를 울리게 만드는 것이 한 예다.
일본의 저명한 음향 컨설팅 연구소는 아예 자신들에게 컨설팅을 의뢰하는 요건으로 실내의 잔향 시간을 자신들의 기준 이하로 맞추도록 하고있다. 즉 실내 흡음 공사 등을 통해 기본적인 음향 공간을 만든 연후에 컨설팅을 의뢰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마치 전혀 정비가 되어 있지 않은 파손된 아스팔트 위라면 아무리 좋은 차를 타고 지나가더라도 좋은 승차감을 기대할 여지가 없는 것과 같다.
5. “강단 모니터 스피커가 필요하다.
본당 메인 스피커에 연결 할 수는 없는가?”
이러한 질문은 주로 예산을 절감하기 위한 선한 의도에서 시작된다. 굳이 앰프를 추가해야 할 필요가 있는냐는 취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은 하다. 그러나 효율성은 사안에 따라 심각하게 떨어질 수도 있다.
작은 목소리를 스피커를 통해 나가는 큰 소리로 만들어 주는 기능을 하는 앰프(amplifier)의 용량은 정해져 있다. 여기에 스피커를 연결할 때는 몇 가지 음향 지식을 필요로 한다. 저항(impedence)을 포함한 음향 이론적 언급은 다음으로 미루기로 하겠지만 우선 쉬운 예를 하나 들고자 한다. 산동네에 한 가구에서 사용하는 수도가 있다고 하자. 수압이 높다면 별 문제가 안되겠지만 수압이 매우 낮은 산동네에서는 옆집이나 뒷집이 수도를 쓰면 쓰는 만큼 수압이 떨어져 사용할 수 있는 양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본당의 메인 스피커가 연결된 앰프에 모니터 스피커를 동시에 연결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두 스피커가 앰프의 용량을 나눠 갖기 때문에 메인 스피커의 소리가 작아진다. 더욱 어려운 문제는 모니터나 메인 스피커의 소리 조절이 동시에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동일한 앰프에 연결되어 있으므로 강단을 기준으로 맞추기도 어렵고 본당을 기준으로 맞추기도 어려운 상황이 되어 버린다. 따라서 모니터와 본당의 메인 스피커 시스템은 반드시 분리되어 설치 조정되는 것이 올바른 것이다.
6. 베이스와 전기 기타 같은 악기를 전용 앰프와 전용 스피커를 쓰지 않고 믹서(mixing console)에 직접 연결하면 스피커가 손상된다.
믹서란 다수의 마이크나 악기와 같은 많은 음원(sound source)들을 연결해 원하는 소리의 발란스로 조정하여 두 개의 스피커로 보내기 위해 ,두 개의 출력 즉 왼쪽과 오른쪽 출력으로 내보내어 주는 입출력 음향 기기이다.
이러한 오해는 극단적인 예를 들면 간단히 해소된다. 약 10만명이 모이는 군중 집회나 대규모 공연에서는 과연 얼마나 큰 베이스와 전기기타 전용 앰프가 필요할까? 이를 생각해보면 자명해진다. 이 경우 대부분의 전용 앰프와 스피커는 연주자들의 모니터용으로 사용되고 별도의 신호 라인을 메인 믹서로 보내 결국 메인 스피커를 통해 확성된다. 즉 올바른 컨설팅을 받아 설치된 메인 스피커에 베이스나 일반 악기를 직접 연결하는 것은 오히려 정상적인 것이다.
오해를 넘자. 안목을 갖자.
지금까지 음향 컨설팅 일선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목회자들의 음향에 대한 오해들을 몇 가지 다루었다. 지면상 충분한 설명을 하지는 못했지만 꼭 필요한 내용들은 언급한 셈이다.
오늘날 한국 교회 음향에 대한 목회자들의 올바른 가치관 정립은 단순히 교회 재정의 악순환적 재투자를 방지하는 역할을 넘어설 것이라는 확신을 가져본다. 한 사회의 적확한 간접자본의 확립은 곧 그 사회의 경쟁력일 뿐만 아니라 그 사회의 구성원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혜택임은 말할 필요가 없다. 현대 목회에 있어 음향은 매우 중요한 목회간접자본임을 감히 주장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