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에 “평신도를 깨운다”라는 책이 발간된 후, 많은 목회자들이 목회현장을 직접 공개해 달라는 요구를 끊임없이 해왔습니다. 그래서 시작된 제자훈련 지도자 세미나가 이제 46기 수료생을 배출했습니다. 국내외의 수료생만도 6,200 여명에 이르렀고, 앞으로 예정된 세미나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마감된 상태입니다.
이처럼 많은 목회자들이 한 사람 한 사람을 제자로 삼는 주님의 목회방법에 관심을 갖고 있고 실제로 이 사역에 헌신하지만 성공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세미나에 참여하시는 목사님들도 ‘어떻게 하면 제자훈련에 성공하느냐?’하는 질문을 자주 합니다. 그래서 제가 30여년간 제자훈련을 해오면서 제자훈련에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나름대로 느꼈던 부분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오늘도 목회현장에서 고군분투하시는 많은 동역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합니다.
제1계명 : 은혜를 체험하라.
목사는 은혜를 받아야합니다. 은혜가 무엇인지를 알아야합니다. 은혜를 잘 모르는 목사가 제자훈련에 성공하는 예가 없습니다. 예수님이 나를 위해 십자가를 지고 내 죄를 용서해주셨다는 사실 때문에 가슴이 뜨겁고 감격스럽고 가슴이 너무 벅차서 정신을 잃어버릴 정도로 은혜를 받은 경험이 있는 목사는 제자훈련을 잘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나를 위해서 죽으셨다는 사실을 머리로만 아는 목사는 제자훈련에 성공할 수 없습니다. 머리로 이해된 말씀은 머리까지만 전달이 되기 때문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를 마음으로 아는 사람이 제자훈련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은혜의 맛을 본 지도자가 제자훈련을 잘합니다. 제자훈련은 말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제자훈련은 지식으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제자훈련은 마음으로 하는 것입니다. 지도자가 먼저 은혜 받아야 은혜를 나눌 수 있습니다.
제2계명 : 제자훈련에 마지막 승부를 걸라.
실패를 많이 한 목회자일수록 제자훈련을 잘합니다. 이렇게도 해보고 실패하고 저렇게도 해보고 실패해서 마지막으로 제자훈련에 매달리는 사람이 성공할 확률이 아주 높습니다. 왜냐하면 이제 제자훈련이 아니고는 소망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눈팔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헌신합니다. 제자훈련에 목숨을 겁니다.
우리가 돌아가야 할 마지막 방법은 예수님이 가르쳐주신 방법입니다. 바로 제자를 만드는 것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을 예수님 닮은 사람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처럼 세상을 변화시키는 삶을 살도록 돕는 것입니다. 거기에 놀라운 역사가 일어납니다. 목회자의 인격과 삶을 걸고 제자삼는 이 일에 실패하면 더 이상 길이 없다고 생각하고 마지막 승부수를 걸 때 놀라운 일이 일어날 것입니다.
제3계명 : 분명한 평신도 철학을 정립하라.
한국교회 목회자들에게는 평신도들을 너무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까운도 입고 강대상도 높이면서 자신이 평신도와는 다르다는 인상을 주려고 애씁니다. 그리고 무조건 복종하라고 요구합니다.
이런 생각을 가진 목회자는 절대로 제자훈련을 시키지 못합니다. 이들은 평신도가 와서 자기 옷자락을 잡고 뒤따라오면서 시녀 역할을 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목회자들입니다. 저는 그런 목회자들이 주님 앞에 가면 굉장히 엄한 꾸중을 들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태도는 주님의 가르침과 정반대의 잘못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성경에 보면 교역자와 평신도는 신분상 높고 낮음의 차이가 없습니다. 은사의 차이도 없습니다. 단지 직분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예수님께서 맡기신 직분이 다른 것뿐입니다. 그러나 예수님 앞에 가면 그 직분의 차이도 의미가 없어집니다.
작은 가게를 운영하면서 날마다 선교사들을 위해서 기도하는 아주머니가 있다고 생각해보십시오. 그는 선교사들의 이름을 잔뜩 벽에다 붙여놓고 매일 매일 한 사람을 위해서 기도합니다. 수입의 십일조도 드리고 선교비도 드리면서 정성껏 주님의 복음을 위해서 헌신합니다. 이 아주머니와 강대상에서 설교하는 설교자가 예수님 앞에 갔을 때 예수님이 두 사람을 구별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둘 중에 하나일 뿐입니다. ‘착하고 충성된 종’이라는 칭찬을 듣든지 ‘악하고 게으른 종’이라는 책망을 듣든지, 둘 중에 하나입니다. 아주머니가 ‘착하고 충성된 종’으로 칭찬받을 수도 있고 목사가 ‘악하고 게으른 종’이라고 책망받을 수도 있습니다. 목사이기 때문에 칭찬받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주님 앞에 섰을 때는 목사나 평신도나 다 평등합니다.
그러므로 제자훈련을 잘하려면 평신도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과 똑같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패러다임을 갖는 것이 목회자에게는 얼마나 어려운지 모릅니다. 제자훈련 지도자 세미나에서는 이 패러다임을 바꾸는데 하루 종일이 걸립니다. 목회자들 대부분이 자신이 평신도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깨야합니다. 그래야 제자훈련을 잘 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아무것도 모르는 아주머니 한 분을 앉혀놓고도 땀을 흘리고 눈물을 흘리면서 예수님의 제자를 만들겠다고 헌신할 수 있습니다.
제4계명 : 충분하고 철저한 준비를 하라.
제자훈련은 상당히 어려운 테크닉을 요구합니다. 제가 해보니까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이 제자훈련인 것 같습니다. 강의하는 것은 오히려 쉽습니다. 내가 열심히 준비해서, 암기해서 말하면 됩니다. 설교도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제자훈련은 정말 어려운 작업입니다. 10여명이 둘러앉아서 1-2년 동안 하나님의 말씀을 나눈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잘못하면 잡담이 되어버리거나 목사 혼자서 외치는 설교가 되어버립니다. 그러므로 소그룹을 인도하는 것은 상당한 테크닉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목사가 철저히 준비해야합니다.
소그룹을 잘 이끌기 위해서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같은 필요를 가지고 있는 목회자들끼리 소그룹을 만들어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위험도가 낮은 가까운 사람들을 데리고 소그룹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보십시오. 저희 국제제자훈련원에서 제공하는 체험학교에 들어와서 제자훈련의 실제적인 현장을 체험하고 자신의 가르치는 모습을 진단해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제5계명 : 한 우물을 파라.
물이 나올 때까지 한 우물을 파야합니다. 제자훈련하는 교회는 프로그램 중심으로 움직이지지 않습니다. 다른 프로그램을 진행할 시간적인 여유나 여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남들이 좋다고하는 모든 프로그램을 기웃기웃 거리는 사람은 제자훈련에 성공할 수 없습니다. 때로는 지금까지 무리없이 해오던 목회의 한 부분을 포기해야 합니다. 이사, 돌, 회갑연 같은 곳에 다 쫓아다니는 목회와 제자훈련은 병행될 수 없습니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면서 제자훈련에 성공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제자삼는다”는 분명한 사명에 입각해서 꼭 필요한 프로그램만을 남기고 제자훈련에 집중해야 삽니다. 이것이 사명지향적 목회입니다. 목적이 이끄는 교회입니다. 특별히 교회의 규모가 작을수록 목회의 핵심에 집중해야 합니다. 변죽만 울리는 목회, 이제는 정리해야 합니다.
제6계명 : 인내하라.
제자훈련은 마라톤과 같습니다. 단기간에 어떤 결과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제자훈련하는 목회자는 인내하면서 초지일관해야합니다. 제자훈련에서 열매가 맺혀지려면 적어도 4-5년 동안 최선을 다해 헌신해야합니다. 지금 당장 열매가 보이지 않더라도 씨를 뿌리고 잡초를 제거하기 위해 더운 여름날 땀을 흘리는 농부와 같이 기다릴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훈련된 평신도 지도자들이 사역의 현장에 투입되어 함께 동역하기 시작하면 그 어떤 목회보다 파급효과가 커지고 그만큼 열매도 커지게 됩니다.
제자훈련은 언젠가 터질 폭탄을 제조하는 것과 같습니다. 지금은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 같지만 한번 터지기만 하면 엄청난 결과가 나타납니다. 바로 이것이 주님의 방법이었습니다. 주님께서도 이 땅에서 사역하시는 동안 인내하면서 12명의 제자를 훈련시키셨습니다. 인내해야 합니다.
제7계명 : 희생하라.
제자훈련을 하면 참 재미있습니다. 그 기쁨 때문에 정신 없이 목회하게 됩니다. 잘못하면 쉬지도 않고 자지도 않고 제자훈련에 빠질 위험성이 있습니다. 그러다 자기도 모르게 병이 들어 너무 일찍 주님의 부르심을 받은 목회자들이 있습니다. 제자훈련이 너무 재미있어서 헌신하다가 어느 날 아침 에녹처럼 천국에 가는 것입니다.
제가 아는 한 목사님은 4,000명 정도 모이는 교회를 섬기고 있는데 부부가 함께 제자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병에 걸렸습니다. 그 소식을 듣고 전화를 해서 빨리 건강을 회복하라고 위로하면서 ‘얼마나 제자훈련을 열심히 했으면 병이 다 났느냐?’고 하니까 일주일에 일곱반을 했다는 겁니다. 제자훈련을 일곱반하는 것은 자살행위입니다. 목회자가 견딜 수 없습니다. 제가 제일 많이 한 것이 다섯반이었는데 그때도 눈앞이 뱅뱅 돌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 목사님에게 ‘이제부터 제발 그렇게 무리하지 말라’고 권면하자 그 목사님 대답이 걸작입니다. “너무 재미있는데 어떻게 합니까?”
그러나 제가 그 목사님에 대해서 존경하는 것이 있습니다. “선한 목자는 자기 양떼를 위해서 목숨을 버린다”고 했습니다. 선한 목자는 자기를 희생하고 버립니다. 희생하는 사람은 성공합니다.
제8계명 : 사람을 사랑하라.
영혼 하나하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제자훈련을 하지 못합니다. 그 사람의 학력을 사랑하지 마십시오. 그 사람의 부유함을 사랑하지 마십시오. 그 사람의 인물 좋은 것을 사랑하지 마십시오. 그 사람의 영혼을 사랑하십시오. 영혼을 사랑하는 사람은 제자훈련에 성공합니다.
제자훈련은 사람을 키우는 것입니다. 어떤 결과를 위해 사람을 도구로 사용하지 마십시오. 교회성장이라고 하는 야망을 이루기 위한 희생물로 만들지 마십시오. 한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을 때 진정한 제자훈련이 이루어지고 진정한 삶의 변화와 부흥을 경험하게 됩니다.
제9계명 : 성령의 은혜에 전적으로 의지하라.
제자훈련은 성령께서 열매맺게 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우리가 제자훈련을 열심히 시켜도 성령이 역사하지 않으면 씨를 뿌려놓고 물을 주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므로 성령에 의지하는 목회자는 열심히 기도합니다.
얼마 전에 미국에 있는 목사님들이 매일 얼마나 기도하는지 조사한 일이 있습니다. 4분의 1에 해당하는 미국 목사님들은 하루에 10분도 기도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매일 10분의 기도로는 예수의 제자를 만들 수 없습니다. 성령께서 역사하시는 은혜가 따르지 못합니다. 물론 기도는 시간과 꼭 비례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간이 짧아도 기도의 질이 높은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기도는 시간이 필요한 과정입니다.
제자훈련받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영혼을 놓고 기도하는 과정 속에서 사람이 변합니다. 기도하는 과정 속에서 성령의 인도하심을 경험하며 말씀의 풍성한 은혜를 누릴 수 있습니다. 제자훈련 한다고 바쁘게 지내면서 무릎꿇는 시간을 잃어버리면 은혜도 없고 사랑도 없는 정말 딱딱한 프로그램이 될 것입니다. 바울이 고백한 것처럼 “내 속에서 능력으로 역사하시는 이의 역사를 따라” 제자훈련에 임해야 할 것입니다.
제10계명 : 평신도 동역자와 일하기를 좋아하라.
나 혼자 일하기 좋아하는 목사는 제자훈련하지 못합니다. 평신도를 제자훈련 시켜서 자기와 함께 일하는 동역자로 만들고자 하는 사람이 제자훈련 잘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목사님들 중에서 혼자 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아마도 준비되지 못한 평신도들을 지도자로 세웠다가 어려움을 많이 겪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러나 안세운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세우되 준비시켜야 합니다. 함께 일할 수 있는 동역자로 만들어가는 과정에 해산의 수고를 치러야 합니다. 건강한 교회는 목사 혼자서 뛰지 않습니다. 수많은 평신도 지도자들이 함께 목회하는 교회는 건강합니다. 이제는 독불장군 식으로 목회해서는 안되고 할 수도 없습니다. 평신도 동역자를 세워 그들과 함께 일해야 합니다.
이런 십계명을 마음에 두고 목회하면 분명히 제자훈련에서 열매를 맛보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목회현장에도 성령의 기름부으심이 있기를 바랍니다.
편집자 주 : 이 글은 98년 일본 제자훈련 지도자 컨벤션에서 강의한 내용을 요약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