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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평깨 46 호

본질에 생명을 걸고 목회하십시오.

2004년 09월 옥한흠 목사

여러분들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저는 한국교회를 사랑합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한국교회에서 일어나는 많은 현상들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게 되고 우리 모두가 슬퍼하고 고통하는 문제를 가지고 씨름하고 있습니다.
지금 한국교회에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외국에서 들어온 것들입니다. 물론 외국에서 들어와 강의하시는 분들도 한국교회를 사랑하고 염려해서 좋은 프로그램을 한국에 소개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한국교회 목사로서 그들보다는 한국교회를 더 잘 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더 사랑하고 더 걱정합니다. 그래서 여러분과 좀더 진솔하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함께 나누었으면 합니다.

몸만 커진 교회
많은 사람들이 한국교회는 성장했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후안 까를로스 오르티즈 목사가 표현한 것처럼 ‘성장이 아니고 몸이 커진 것’입니다. 성숙한 것이 아니라 비대해진 것이라는 말입니다. 그 목사님이 약 300명의 성도를 대상으로 목회를 하며 씨름했는데 하나님의 은혜가 임해서 600명으로 부흥하고 교회가 점점 성장하니까 자기 스스로 대단하게 생각해서 우쭐거렸답니다. 그러다가 어느날 하나님께서 그에게 이런 음성을 들려 주셨다고 합니다. “너는 너의 교회가 성장했다고 생각하느냐? 성장한 것이 아니고 살이 좀 쪘어. 너는 너의 교회가 좀 부흥했다고 생각하느냐? 부흥이 아니고 좀 비대해진거야. 300명 모일 때나 600명 모일 때나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어.” 이러한 하나님의 음성을 세미하게 들은 그가 깊이 회개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한국교회는 겉모양은 커졌는지는 모르지만 사실은 성장한 것도 성숙한 것도 아닙니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일반적인 입장에서 평균치를 두고 볼 때 이렇게 말을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저는 한국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또 한국의 많은 동역자들과 후배들을 마음에 두고 몇 가지 생각을 나누고 싶습니다.

바람잘 날 없는 나무
제가 생각할 때 한국교회는 바람잘 날이 없는 나무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뭔가 좀 된다고 하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시간을 다투어서 한국으로 상륙을 합니다. 목회자들이 정신을 못차릴 정도입니다. 국민일보나 교계신문들을 보면 한 달이 멀다하고 광고하면서 진행하는 세미나도 여러개 됩니다. 그런 세미나에 다 참석하려면 아마 목회할 틈이 없을 것입니다. 그 중에는 『평신도를 깨운다 제자훈련 지도자 세미나』도 들어있습니다. 게다가 외국에서 들어온 세미나들을 한번 생각해보세요. 한동안은 빈야드(Vineyard)로 야단을 치더니 요즘은 조금 잠잠해지고, 윌로우크릭교회의 프로그램도, 새들백교회의 프로그램도 이미 들어와서 가동되고 있습니다. 거기다 올해부터는 알파 프로그램이 들어왔고 오래되었습니다만 전도폭발 임상훈련도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베델성서연구, 크로스웨이 성경공부, NCD, 셀교회, 예수전도단에서 하는 DTS.... 다 세기도 어려울 정도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남대문시장에서 이 물건 살까 저 물건 살까 하며 이 가게 기웃, 저 가게 기웃하고 다니는 사람들처럼 방황하는 목회자들을 쉽게 발견하게 됩니다. 제가 걱정하는 것은 혼란입니다. 시간낭비입니다. 목회를 하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매우 짧습니다. 그러므로 목회는 적어도 40대에는 완전히 기초가 닦여야합니다. 그리고 50대에는 어느 정도 자기 뜻을 펼 수 있도록 목회가 안정되어야 합니다. 60대가 되면 무엇인가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우리가 제대로 목회할 수 있는 기간은 대략 20년이란 말입니다. 20년 정도를 목회하는데 이 프로그램 가지고 적당히 한번 해보다가 안되면 그만두고 또 저기가 좋다고 하니까 뛰어들어서 한번 해보고, 이렇게 몇 가지만 하면 10년은 금방 지나가 버립니다. 그러다 보니 평신도가 목회자를 신뢰할 수 없는 것입니다. “우리 목사님, 지난주 세미나를 다녀오셨다고 하더니 또 뭐가 하나 나오겠구나”하는 식입니다. 여러분은 이런 것이 목회라고 생각하십니까? 이렇게 하면 아무 것도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10년의 시간을 통해 배운 교훈
좀 부끄러운 고백을 하나 하겠습니다. 제가 몸이 좋지 않은 것을 알고 어느 분이 저에게 취미를 하나 권해서 카메라를 손에 쥐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카메라에 대해서 “누르면 찍히는 것이다. 그리고 눌러서 사진이 잘 나오지 않으면 그것은 카메라가 나빠서 안나오는 것이다” 정도만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외에는 아무 상식도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제가 워낙 풍경을 좋아해서 멋도 모르고 사진을 시작한 것이 벌써 10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사진이라는 것이구나’하는 것을 아는데 약 6년이 걸렸습니다. 제가 사진학과를 나온 것도 아니고 동호인 모임이 있어도 전부 주일을 끼고 모이니 목사가 주일강단을 비우고 사진을 배우겠다고 다닐 수가 있습니까? 그러다보니 저는 혼자 책을 읽으며 조금씩 눈을 떴습니다.
사진에 대해서 눈을 뜨기까지는 항상 내 마음에 떠나지 않는 생각이 “왜 똑같은 피사체를 찍었는데 저 사람이 찍으면 멋있게 나오고 내가 찍으면 안나올까?” 였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그 책임은 전적으로 카메라에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사실 처음 제게 사진기를 소개해준 분이 카메라 수집을 하는 분이어서 제게 가장 적합한 카메라를 소개해주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처음 소개받은 카메라가 저에게는 가장 적합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당시 사진이라는 것을 도무지 모르던 저로서는 찍어보고 마음에 안들면 “이놈의 카메라 바꿔야지. 누가 찍은 사진은 무슨 카메라로 찍었다는데 나도 그 카메라 한번 가져봐야지...”하는 생각을 갖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진기를 바꿔 찍는다고 사진이 제대로 나옵니까? 역시 안나오는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하다보니 열번 정도나 카메라를 바꾸게 되었습니다. 이해하시겠습니까? 저는 이제야 “사진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사진기의 기종은 사진찍는 것과는 아무 관계가 없구나”하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죄없는 사진기를 바꾸다가 10년을 허송한 것입니다.

프로그램 탓하지 말라
목회도 마찬가지입니다. 목회가 안되는 것을 프로그램이 없어서 안되는 것처럼 생각할 수 있습니다. “평신도를 깨운다 제자훈련 지도자 세미나를 수료하지 않아서 내 목회가 안되나 보다”라거나 아니면 “NCD를 몰라서 이렇구나”하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물론 사진이 잘 나오려면 카메라도 어느 정도는 좋아야합니다. 그러나 가장 본질적인 것은 “찍는 사람이 누구냐?”하는 것입니다. 찍는 사람이 얼마나 갖추어진 사람이냐? 사물을 볼 때 어떻게 얼마나 예술적으로 볼 줄 아는 눈을 갖고 있느냐, 또 얼마만큼 찬스를 바로 잡느냐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카메라는 회사이름만 다르지 열이면 열 다 비슷비슷한 것들입니다.
목회도 잘못하면 방황하다가 끝날 수가 있습니다.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어느 프로그램이나 장점은 다 가지고 있습니다. 꼭 들어야할 중요한 메시지는 다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좋다고 해서 모든 프로그램을 다 내 목회현장에 수용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모든 프로그램을 수용했다가는 배탈이 나고 맙니다. 이것이 현실이며 진리입니다. 그리고 어느 프로그램이나 내가 일단 수용했다고 하면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들고 교회에 정착시키고 열매를 거두기까지는 제가 볼 때는 최소한 5년은 걸립니다. 5년 이상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 함부로 평가하지 마십시오. 5년 동안 결과를 정확하게 볼 때까지는 궤도수정을 하면 안됩니다. 이런 목회의 가장 기본적인 질서를 무시해버리면 혼란이 옵니다.

핵심은 사람이다
목회의 핵심은 사람입니다.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목회의 핵심은 목회자와 교회의 근간을 형성하고 있는 핵심그룹입니다. 그 사람들이 변화되고 그 사람들이 성숙하고 그 사람들이 헌신될 때에 교회가 건강해지는 것입니다. 사람이 건강하지 않은데 교회가 건강해진다는 논리가 설 수 있습니까? 사람이 준비되지 않았는데 ‘이런 것 하면 된다. 저런 것 하면 된다’하는 것은 거짓말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쳐 주신 가장 중요한 진리는 “하나님은 더 좋은 사람을 원하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이 얼마나 어렵습니까? 생각해보십시오. 목사에게도 자기 자신이 변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입니까? 그렇다면 목사가 아닌 평신도들이 변하는 것이 그렇게 하루 아침에 되겠습니까? 요즘 많은 사람들이 “예수 믿는 사람과 안믿는 사람이 뭐가 다르냐? 내놔봐라”하고 묻습니다. 다른 것이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만큼 예수믿는 사람들도 영적으로 굳어있고 변질되어있습니다. 이런 사람을 대상으로 해서 일하는 것이 목회자입니다. 그런데 프로그램 하나 도입해서 새로 해본다고 사람이 금방 변합니까? 사람하나 바꾸고 사람하나 제대로 준비시키는 것이 한두 달 가지고 됩니까? 3∼5개월 코스로 됩니까? 교재 몇권 뗀다고 사람이 달라집니까? 수료식 할 때 가운 입히고 머리에 모자하나 씌우면 금방 변합니까? 그렇게 해서는 안됩니다. 절대로 안됩니다.

5년은 기본이다
저는 사랑의교회에서 22년간 목회하면서 프로그램 하나로 사람이 바뀌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어떤 프로그램을 취했든지 간에 거기다 생명을 걸고 적어도 5∼10년을 내다보고 썩는 밀알이 되는 각오로 있는 힘을 다해 헌신할 때 비로소 뭔가 조금씩 달라지는 것이 나타났습니다. 그런 열매를 보기까지는 다른 것들을 거들 떠 볼 틈도 없었습니다.
저는 이것은 우리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가지 프로그램을 도입해 정착시키고 열매맺는데 적어도 5년이 걸린다면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이라도 한평생 목회를 하면서 4가지 이상에 손을 대볼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계속 잘못됩니다. 처음 잘못 들어서면 중간에 고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시간도 없고 이미 바람직하지 않은 토양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그것을 다시 원점을 돌려서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은 휠씬 더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니까 나중에 가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세월 다 보내고 목회를 끝내는 것입니다. 저는 우리들 모두가 이런 목회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신중하게 선택하라
그러므로 여러분 한국에 소개되고 있는 좋은 프로그램들 중에서 신중하게 선택하십시오. 중요한 것은 본질적인 것을 붙드는 것입니다. 자신의 목회에 있어서 가장 본질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택하십시오. 그리고 일단 여러분이 선택했으면 거기에다 생명을 거십시오. 두 세 가지를 섞지 마시고 본질적이고 중요한 것 하나에 생명을 거십시오. 그것만해도 한 평생 목회에 시간이 부족합니다. 그리고 본질적인 것 하나를 좀더 보완하고 능률있게 만들고 좀더 잘하도록 하기 위해서 필요한 몇 가지는 부수적으로 배우고 수용할 수 있습니다.

기웃거림 없이 목표를 향해 가라
저의 목회를 예로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저는 목회의 핵심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저는 사람을 만드는 일에 우선을 두고 있습니다. 22년 전에 목회를 시작하면서 이것하나 분명히 정했습니다. 그리고 22년동안 한번도 좌우로 기웃거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을 예수님을 닮아가는 아름다운 하나님의 백성으로 세운다’는 목표를 향해 목회를 해가다 보니 필요한 것이 여러 가지 있었습니다. 전도에 대해서 더욱 효과적인 훈련과 사역을 위해서는 ‘전도폭발’ 프로그램을 받아들였습니다. 아마 전도폭발 프로그램을 수용해서 우리교회처럼 축복받은 교회는 세계를 통털어 없을 것입니다. 12년째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얼마나 많은 축복을 받았는지 모릅니다. 지금까지 전도폭발 1단계를 수료한 성도들만 2,464명에 이릅니다. 우리교회 순장들의 90%는 전도폭발 훈련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또 제자훈련은 귀납법적이고 적용에 강조를 두고 있으며 인격의 변화와 삶의 변화에 초점을 두기 때문에 제자훈련을 통해서는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를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가르칠 수 없습니다. 우리 교회에서는 제자훈련에 들어오지 못하는 성도들을 위한 대안 프로그램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크로스웨이 성경공부를 10여년 전부터 받아들였습니다. 지금 4명의 강사가 정신없이 뛰고 있는데 각 반마다 얼마나 많은 은혜가 넘치고 있는지 모릅니다.

문제 없는 교회는 없다
목회는 절대 쉬운 것이 아닙니다. 고민없이 할 수 없는 것이 목회입니다. 사랑의교회는 대부분의 한국교회가 안고 있는 소모적이고 파괴적이고 부정적인 문제들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 문제가 없기 때문에 조금은 건강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목회가 건강하고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하면 할수록 목회자에게 지워지는 짐은 더 무거워지는 것입니다. 이런 어려운 목회의 사명을 주님께서 우리에게 맡겨주셨습니다. 충성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충성된 자처럼 주님이 우리를 인정하시고 ‘내 양을 치라’하시며 교회를 맡겨주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다섯 달란트를 받았든지 두 달란트를 받았든지 한 달란트를 받았든지 간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리고 주님이 원하는 열매를 맺고, 주님이 원하시는 결산을 해야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바쁩니다.
인생은 짧고 시간은 너무 빨리 흐르기 때문입니다. 어정어정하다가는 그냥 지나가 버립니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는 아무 것도 못하고 끝나버립니다. 그러므로 하나를 붙잡으십시오. 여러분이 생각할 때 ‘이것이 본질이다’하는 것 하나를 잡고 거기에 전력을 쏟고 그것을 더 잘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을 받아들이고 적용하시기 바랍니다.

건강한 지도자가 되라
제가 분명히 확신하는 것은 오늘 한국교회 문제의 90%는 지도자 탓이라는 것입니다. 평신도를 나무라지 마십시오. 평신도에게 문제가 있다면 한 10% 정도일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감사하게도 저에게는 서로 사랑하는 동역자들과 후배들이 꽤 많습니다. 그들에게는 분명한 공통분모가 있습니다. ‘목회자가 바로 되니까 교회가 달라지더라’는 것입니다. 목회자가 바로 되니까 그렇게 말썽 많던 교회가 3년 안에 달라지더라는 것입니다. 달라지니까 엄청난 역사가 일어나는 것을 너무너무 많이 봅니다. 국내외로 사람만 바로 되면 목사가 바로 되고 목사들의 손에서 그 교회의 중요한 멤버들이 바로 만들어지기만 하면 목회만큼 재미있고 영광스러운 일이 없습니다. 너무 너무 재미있는 일이 목회입니다.
그러므로 에서가 배고프다고 팥죽 한 그릇에 장자권을 넘기듯 함부로 목회의 본질을 버리고 또 다른 곳에서 무엇인가를 찾는 그런 사람이 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한국교회를 깊이 사랑하는 의미에서 이 말씀을 드립니다. 앞으로 더 많은 분들이 이 기본적인 진리를 깨달아 주님께서 맡겨주신 귀한 사명을 다 완수하는 분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특별히 다음 세대를 책임져야할 젊은 목회자들이 이 진리를 깨달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모든 한국교회가 건강해지는 날이 하루빨리 임하기를 소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