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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평깨 48 호

한사람에 목숨을 걸라!

2003년 04월 김명호 목사


주님의 재림이 지체되는 한 우리는 조만간 세상을 떠나게 되어있다. 이것은 그 누구에게도 예외가 적용되지 않는 100% 확실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짧은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가 심각하게 던져보아야 할 질문은 "이 세상을 떠날 때 무엇을 남길 것인가?"가 되어야 한다.

세계적 명성을 누리면서 하버드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미국경제학회의 회장으로도 활동하던 66세의 조지프 슘페터(Joseph Schumpeter, 1883∼1950)는 "죽은 후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가?"라는 질문에 "나는 대여섯 명의 우수한 학생을 일류 경제학자로 키운 교사로서 기억되길 바란다네. 이제 나도 책이나 이론으로 기억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알 만한 나이가 되었어. 진정 사람의 삶을 변화시킬 수 없는 책이나 이론이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걸 알았단 말일세."라고 대답했다.

슘페터의 말은 진리이다. 장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수단은 다른 사람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요, 한 사람의 헌신된 일꾼이 감당할 수 있는 일은 무한하기 때문이다.

▶ 한 사람의 영향력

마틴 루터 킹 2세 목사가 암살당한 슬픔의 날에, 민권 운동의 모든 의지와 목적도 함께 소멸되었다. 그 운동으로부터 지속적인 영향이 있었고, 그 운동을 이어 가려는 움직임이 여기저기에서 계속 되었지만, 운동으로서의 민권 운동은 바로 그날 사라졌다. 이와 마찬가지로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당한 날, 뉴 프론티어 운동의 모든 의지와 목적은 그와 함께 죽었다. 아직 그 운동의 잔재가 남아 있다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그 운동 자체는 없어졌다.

그만큼 한 사람이 미치는 영향력이 대단한 것이다. 한 사람의 지도자가 암살당함으로써 거센 흐름의 운동이 갑작스럽게 타격을 입는다면 한 사람의 지도자를 강하게 세움으로써 세상을 변화시키는 흐름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몇가지 예를 살펴보자. 빌리 그래함을 믿어 주며 그의 영혼 구원을 위하여 10년 동안 매일 밤에 기도했던 나이 많은 한 여인의 섬김이 오늘날 수 많은 영혼들을 주님께로 돌아오게 하는 출발점이었다. 구두 판매원이었던 D. L. 무디를 자신의 구두 가게에서 그리스도에게로 인도하고 새로 믿은 믿음을 이웃에게 나누도록 격려했던 한 사람의 노력이 D. L. 무디를 19세기의 위대한 부흥사로 만들었다. 젊은 천주교 수도사인 마틴 루터를 지도해 신약의 중심 사상인 은혜와 자유의 놀라운 메시지를 발견하도록 도와준 한 사람의 섬김이 종교개혁을 가능하게 했다.

▶ 월트라는 한 사람의 이야기

얼마 전 월트라는 사람이 필라델피아에서 세상을 떠났다. 월트에게는 가족이 있었지만 특별한 유명인사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염색공으로 일하다가 오래 전에 은퇴했기 때문에 가진 것이라곤 거의 없었다. 그가 책들이나 다른 주요한 저술들을 남겨 놓지 못했던 것은 그가 국민학교 이상은 다녀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서 월트의 죽음은 인류 역사의 조류에서 잔물결 하나 거의 만들지 못했다.

그러나 믿거나 말거나 월트는 살아 생전에는 물론 지금도 계속 그리스도를 위한 일에 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것이 그가 늘 원했던 전부였다. 월트가 젊었을 때 그는 소년들을 위한 주일학교 성경공부반을 시작했다. 그 반은 학생이 특별하게 많지는 않았으며 그 교회도 특별히 주목할 정도로 성도가 많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13명의 월트반 소년들 중 11명이 그리스도를 위해 전임 사역자가 되었고 그들 중 몇 사람은 여전히 오늘날도 활동하고 있다. 그 중 한 사람은 탁월한 성경교수법과 영향력있는 가르침으로 잘 알려진 댈러스 신학교의 핸드릭스 교수다.

▶ 세상도 알고 있다.

핸드릭스 교수가 쓴 "사람을 세우는 사람"이라는 책에 나오는 이야기를 잠깐 소개하고자 한다.

미성년자 법정의 판사 한 명이 거대한 범죄의 파도에 대항해 싸우고 있었다. 아이들이 한 명 한 명 그의 앞으로 끌려왔는데 그들 대부분은 도시 중심의 한 특정한 동네 출신들이었다. 범죄 행위가 끝없이 계속되고 있는 사실에 대해서 아연실색한 판사는 한 어린 피고에게 물었다.
"어디서 이런 일을 배웠나?"
아이가 대답했다.
"라코가 가르쳐 주었어요."
다음 재판 때에도 그 판사는 그 질문을 했다.
"누가 도둑질을 가르쳐 주었지?"
대답은 같았다.
"라코요."
이후 3일 동안 그 판사는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이 흉악한 라코라고 하는 자에게 범죄 기술을 배운 청소년 범법자들을 33명을 대했다. 범죄율을 낮추는데 있어서 이 라코라는 작자가 요주의 인물이라는 것을 깨닫고 판사는 검사에게 그를 찾아서 대려오라고 지시했다. 이틀 후 라코는 법정에 섰다.
"무슨 말이라도 해 보시오. 당신이 타락시킨 청소년들이 지금 감옥에 가득 차 있소.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소?"
그 청년이 대답했다.
"에디가 가르쳐 주었습니다."

이 짧은 이야기는 삶 대 삶의 관계에서 나오는 위력을 잘 입증해 준다. 타락했지만 힘있는 방법으로 갱들은 믿음의 공동체가 해 왔어야 했던 일을 하고 있다. 청소년들의 태도와 행동에 깊고 지속적인 방법으로 영향을 끼치기 위해서 인간관계의 영향력을 사용함으로써 자신들을 배가시키고 있는 것이다. 갱들은 목적이 없고 소망이 없으며 또 많은 경우 가족이 없는 아이들에게 다른 삶을 선택할 수 있게 해 준다.

▶ 초대교회가 부흥한 비밀

극심한 로마의 형벌에도 불구하고 초대 그리스도인들은 일세기가 끝날 무렵 세상을 거꾸로 뒤집어 놓고 말았다. AD 90년경에 그리스도인은 0.004%, 7천 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2세기 후반에는 1.9%가 되고, 4세기 초반에 10%가 되었다. 10%라는 숫자는 나머지 90%에 비해서는 소수였지만 적은 숫자의 헌신된 무리로 구성되었던 일세기 교회는 그 위대한 로마 제국을 굴복시켰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고 그 사람이 또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사역을 통해서 이루어진 기적이다.

▶ 목회자가 진정으로 해야할 일

"명백한 것을 재언급하는 일이 지성인의 첫 번째 의무가 되어야 할 지경에 처해있다"는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말은 우리 시대에 더욱 뼈저리게 다가온다. 이 시대의 많은 목회자들이 대중사역에 힘을 소진한 나머지 한 영혼, 한 영혼을 주님의 제자로 세워가는 일에 헌신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우리 주변에는 너무 사역에 지쳐 거의 탈진 상태에 처해있는 목회자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이 이렇게 된 이유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대부분 성도들이 해야 할 사역을 목회자가 감당하느라고 진을 다 빼버린 것이다. 세상도 알고 있는 비밀을 교회가 놓치고 있는 것이다. 빌 헐의 지적처럼 "예수님의 지상 명령이 숭배되어 왔으나 지켜지지는 않았다. 교회가 제자 삼는 사역 없이 전 세계 복음화를 시도해 왔던 것이다. 인간 본성의 성급함과 즉각적인 결과를 원하는 세상의 압박은 목회자들이 온갖 편법을 택하도록 만들었다."

오늘 우리 교회가 겪고있는 열병 가운데 하나는 사람에게 투자하지 않고 너무 급하게 결과를 얻어내려는 것이다. 답답한 일이지만 우리나라가 구조조정은 되도록 피하면서 급조된 어떤 결과만을 바라다가 IMF를 겪는 것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요즘 교회성장이나 셀 폭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작 건강한 교회를 일구어내는 사역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사람에 투자하는 것에는 인색한 목회자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마땅히 치러야할 대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화려한 열매에만 마음을 빼앗기고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에 투자하지 않으면서 성장이나 폭발을 누려보고 싶은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제자훈련은 한 사람 철학의 결정체이다. 제자훈련하는 목회자가 바라보는 눈길의 최종점은 상처받아 쓰러진 연약한 한 영혼이다. 그 한 영혼을 향한 뜨거운 가슴과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있을 때 제자삼는 사역이 시작된다. 한 사람의 영혼 속에 마련하신 하나님의 꿈과 소망을 찾아 그 잠재력을 개발하는 것이 제자훈련이다. 한 사람의 귀중함을 알아 그를 계발하고 무장시켜 그로 하여금 또 다른 한 영혼을 섬길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제자훈련이다. 그러므로 제자훈련은 한 영혼을 향한 돌봄의 사역을 목회자 혼자서 독점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백성 모두가 이 사역에 뛰어들도록 격려하며 무장시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제자훈련은 제2의 종교개혁이다.

엘튼 트루블러드(Elton Trueblood)는 "첫 번째 종교개혁은 하나님의 말씀을 하나님의 백성들의 손에 다시 쥐어 주었다면 이제 우리는 하나님의 일을 하나님의 백성들의 손에 다시 쥐어줄 두 번째 종교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렇다. 목회자가 감당해야할 가장 중요한 임무는 하나님의 백성들이 그 시대에 하나님께서 부르신 사명을 감당할 수 있도록 그들을 준비시키는 것이다. 오늘 교회 안에 성도들을 어떤 사람으로 세웠느냐에 따라 목회자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것이다.

한 사람이 온전히 서갈 수 있는 가장 좋은 환경은 소그룹이다. 사역자로서 당신이 그에게 감동을 주기 원한다면 그와 멀리 떨어져있는 것이 좋다. 그러나 그에게 영향을 끼치되 충격적인 변화를 기대한다면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야 할 것이다. 소그룹은 한 영혼을 변화시키며 무장시키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소그룹 안에서 당신은 그와 더불어 삶을 나눌 수 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삶의 필요와 관심사를 알 수 있으며 하나님께서 주신 재능과 은사를 파악할 수 있다. 고집 센 외아들과 같은 그리스도인으로 만들지 않으려면 일대일보다는 소그룹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다른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모난 부분을 깎아주고 성령의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돕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에 투자하고 싶은가? 소그룹 안에서 사람들과 삶을 나누라. 그러나 사람들을 그룹으로 묶어서 바겐세일하듯 관계 맺지 말고 한 영혼, 한 영혼에 대해 관심을 쏟으라. 그들의 필요가 무엇인지, 그들의 꿈과 비전이 무엇인지, 하나님께서 주신 재능과 은사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라. 그리고 기도하라. 하나님께서 그들의 삶 속에 역사하시도록. 그들이 각자의 삶을 향한 하나님의 부르심을 이해하도록. 그리고 그들의 삶을 통해 효과적인 사역이 이루어지도록 기도하라. 한 영혼을 향하여 관심과 기대를 가지고 나아갈 때 하나님께서 그들을 통해 역사하시는 손길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한 사람에 대한 관심과 기대는 그를 위해 흘리는 당신의 땀과 눈물을 요구한다. 달콤한 말장난으로 사람이 바뀌지 않는다. 인기있다는 몇 가지 프로그램으로 평신도 사역자가 급조되지 않는다. 10주짜리 몇 가지 과정을 거치면 소그룹 지도자가 세워질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을 버려야한다. 사람이 어디 그리 쉽게 만들어지는가? 귀한 것을 얻으려면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대가없이 쉽게 열매를 얻으려는 유혹에서 벗어나라. 당신의 장례식에서 당신을 위해 흘리는 눈물의 양은 당신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다른 이들을 위해 흘린 눈물의 양과 비슷할 것이다. 조잡한 프로그램과 방법에 관한 관심을 버리자. 급조된 열매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자. 모래 위에 세워진 집과 같이 곧 무너질 것에 대한 부러움을 내려놓자. 한 사람을 향한 하나님의 비전을 가지고 한 걸음 한 걸음 정도(正道)를 걷자. 우리의 길이 옳은 길이라면 쉽게 포기하지 말자. 에즈라 바운즈가 말한 것처럼 "사람은 방법을 찾고 하나님은 사람을 찾는다." 당신의 초점을 방법이 아닌 한 사람에게 두라. 당신부터 한 사람의 가치를 발견하고 그들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일에 헌신되어진다면 그 한 사람을 통해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놀라운 손길을 경험할 것이다.